롤러코스터

내 마음이 수시로

by 그나보

밤새 눈이 내렸는지 창밖이 환하다. 엄마가 퇴원하는 날이라 차를 이용해야 하는데 길이 괜찮으려나..


언니와 동생에게선 아무런 연락이 없다. 서둘러 식구들 아침을 챙기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토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항상 밀리던 구간도 막힘 없이 지나친다. 그런데 오늘은 유독 마주치는 신호등마다 빨간색으로 바뀌며 차를 멈추게 한다. 살짝 거친 말이 나오려는 찰나 병원에 도착했다.


주차장으로 들어가자 동생에게서 전화가 온다.


- 병원이야?
- 어, 왜.
- 퇴원이 몇 시라고 했지?
- 몰라. 오전 퇴원이니까 11시 전후겠지.
- 출근하는 길인데 지금 퇴원하면 집까지 태워다 주려고.
- 됐어, 주차 중이야.


전화를 끊고 나니 왜 그리 뾰족했는지 모르겠다. 아차 싶어 동생에게 톡을 쓰며 이유를 생각해 보는데, 그간 내 마음이 꽁- 했었던 게 분명하다.


언니와 동생은 엄마가 아프고 나서도 평소처럼 출근하고 일상을 누리는 것 같은데. 나는 직장이 없어서 그런가 엄마의 입•퇴원, 통원은 늘 나의 몫이고 무엇 하나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게 된 건 엄마가 아프기 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렇다고 나만 엄마를 돌보는 것도 아니다. 주중엔 대체로 내가, 주말은 언니 그리고 저녁 이후 자잘한 심부름은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동생이 맡고 있다.


새해를 앞두고 계획했던 일, 배우고 싶은 교육들을 취소하고 미뤘다. 내 일상은 멈췄는데 그들의 일상은 간혹 삐걱댈지언정 잘만 돌아가는 듯 보인다.


그런 생각들에서 비롯되었나 보다.. 이 뾰족함은. 못났다. 못됐다.
또 며칠 뒤면 수고했어, 너랑 언니가 있어 다행이야.. 의지하고 안심할 거면서.


퇴원 수속을 밟고, 입원기간만큼 불어난 엄마의 짐을 두어 차례 오가며 차에 실었다. 집에 도착해 짐을 푸는 사이 언니가 커피를 사들고 들어온다. 커피 마시고 싶은 거 어떻게 알았지? 향긋한 아메리카노를 한 입 머금자 슬며시 웃음이 새어 나온다. 마음이 참 간사하다.


오늘은 토요일, 주말이다. 언니에게 모든 걸 맡기고 엄마 집을 나선다. 나의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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