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선택하지 않음
어째서 나야?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왜 엄마지? 엄마가 췌장암이라니.. 너무 가혹해..
잔잔한 수면 위로 날아든 돌덩이는 예기치 못한 충격을 주고도 한동안 거센 물결을 만들었다. 암 진단을 받은 후부터 출구 없는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느낌이다.
현실을 자각한 이후로도, 선택지 앞에 서서 손 떨리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계속 이어졌다.
처음 오한과 발열이 있던 날 그 병원 응급실이 아닌 지금 병원으로 왔다면 어땠을까?
아니, 지금 병원 말고 암으로 유명한 빅5 병원 진료를 추가로 받았다면?
담당 교수를 변경해 달라 요청했다면 엄마의 멘탈이 조금은 붙잡아졌을까?
항암 전 대비를 철저히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면 구토로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았겠지?
엄마의 건강검진을 매년 직접 챙겼다면..
검진 결과까지 상세히 살펴봤더라면..
엄마가 일을 줄이도록 보다 강하게 행동했다면..
선택과 선택하지 않아 비롯된 결과들이 그득 쌓여있다. 그 무게에 마음이 잔뜩 무겁다.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료진의 말을 듣기 전부터 엄마는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주변 지인의 항암 과정을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앞으로 살 날이 많은데.. 그동안 먹고사는 일에 치여 살았으니 이제 인생을 좀 즐겨야지.. 자식들 생각도 해야 할 거 아냐..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엄마에게 전해왔다.
물론 나는 이대로 엄마를 보낼 순 없기에 혼자 속으론 항암을 하는 쪽으로 결정 내렸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결국 엄마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항암 치료를 받기로 했던 거다.
어쨌거나 엄마의 상태는 앞서 수술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체력도 식사도 쉽지 않은, 원점으로 돌아왔고 여기서 또 시작하는 일만 남았다.
그게 항암 준비든 남은 삶을 잘 정리하는 것이든, 지금은 오로지 먹는 것! "맛있다! 조금 더 먹어볼까?" 엄마의 조금은 행복해진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