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그 어느 곳도 아닌

by 그나보

환자의 상태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퇴원을 종용받으면 보호자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하늘 아래 나의 집 하나 없을 때처럼, 아픈 가족을 데리고 당장 갈 곳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선택지라고는 대개 요양병원뿐이다. 아빠의 경우가 그랬다.


그때 요양병원에 상담을 받으러 갔었다. 진료 협력 병원이다 보니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상세히 설명해 준 점은 만족스러웠지만 병실을 둘러본 뒤 황급히 나왔던 기억이 난다.


아 요양병원이란 이런 곳이구나, 머릿속 깊이 각인된 당혹스러운 경험이었다. 당시의 나는 뭘 기대했던 걸까..


암 환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는 요양병원을 검색해 보면 내가 바라는 바가 잘 구현되어 있었다. 내 집만큼은 아니겠지만 시설면에서만 보면 병원이나 병실 느낌을 최대한 배제하고 환자의 심리와 쉼을 최우선 순위에 둔 느낌이었다. 물론 이런 곳은 주로 서울 빅 5 병원 근처에 있고, 진짜 많이.. 비싸더라.


최근에 엄마를 위한 요양병원을 알아볼 때 비용 부담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들 병원 중 하나로 찜한 상태였다.


하지만 진료 중인 병원과의 거리가 제일 중요하다는 언니 의견을 따라 동네 작은 병원으로 결정되었고 결국 그 중요성까지 몸소 경험했다.


구급차를 타고 들어간 병원에서 2주. 네 번째 입원 생활을 마치고 나온 엄마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집으로 가."
그래요, 집이 가장 편하지..


하루 종일 고된 노동으로 힘들었어도 집과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외투를 벗어던지고 소파에 기대어 앉는 순간 어깨 위 무거운 짐들이 와르르 그 무게를 잃는 곳. 아플지언정 몸과 마음이 그 어느 곳보다 편안한, 나의 집.


2년 전 여름, 아빠는 요양병원으로 실려가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죽어야 여길 나갈 수 있겠네."


그때 집으로 가고 싶다는 아빠의 바람을 영영 들어드리지 못했고, 내내 가시처럼 깊은 곳에 박혀있다. 엄마에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할 텐데.. 가능하기는 할까..


집으로 온 엄마는 여전히 음식을 먹고 소화시키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조금은 편안해진 미소 그리고 밝은 목소리를 되찾았다.


우선은 이것으로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롤러코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