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답지 않게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by 그나보

엄마 9시 넘었어~ 웬일로 이렇게 늦잠을 자요.
에이.. 잘 자고 있었는데 왜 깨우고 그래. 아침이나 차려줘~ 냉장고에 찌개 거리 있으니까 된장찌개 하고, 청포묵도 무쳐봐.
엥, 나더러 하라고?? 내가 하면 오래 걸리니까, 아점으로 가야겠네. 맛없어도 책임 안 져요~



엄마 그만 사요! 어우 무거워. 이거 어떻게 다 들고 가려고 그래~
아냐, 다 가지고 갈 수 있어. 네가 있잖아, 호호호. 과일이랑 너무 싸고 좋은데 어떻게 안 사니.
이미 양손에 잔뜩 들고 있는 거 안 보여요? 차도 안 가지고 왔구만. 과일은 진짜 무거워~



헉, 엄마 이게 다 뭐야? 집이 왜 이래요? 난장판이네.. 옷은 왜 다 방바닥에 나와 있고~
엄마 저녁에 모임 가야 하는데 입고 갈 옷이 없어. 엄마랑 옷 사러 가자!



엄마 친구는 이번에 대만에 갔다더라. 엄마도 해외여행 가보고 싶은데, 우리 딸 엄마 여행 좀 보내주라.
어? 어.. 알았어요. 엄마 칠순 잔치도 못 해드렸는데 다 같이 가족여행 가면 좋겠네. 대만도 좋고, 다른 곳도 한 번 알아볼게요.



니 신랑한테 전화 좀 넣어봐라.
갑자기? 아, 알았어요.
어, 장 서방~ 이번 주말에 집으로 와. 얼굴 까먹겠어. 소고기도 넉넉하게 사와. 지난 명절에 구워 먹은 고기 맛있더라고. 맥주랑 소주도~ 알지?
엄마는 무슨 술도 안 드시면서..



엄마, 이번 주 내내 좀 이상해. 평소랑 달라도 너무 달라. 엄마답지 않게. 무슨 일 있어?


응?
엄마..?
엄마~~
엄마?!!
엄마!!!


꿈이었다. 사라진 엄마를 찾아다니던 눈에 솟은 눈물이 잠을 깬 눈에서도 계속 흘러내린다.



늘 조금 더 자라며 조용히 방문 닫아주고 아침을 준비하셨던 엄마는 내가 산과 육아로 정신없던 시기 매주 일을 쉬시는 날이면 양손 가득 반찬거리와 과일을 사들고 집으로 와 주셨다.



쇼핑몰에 가면 손주들 옷, 딸들 옷부터 눈에 들어오는지 그다음 날엔 옷 가져가라며 연락 주시곤 했던 엄마는 해외여행 한 번 못 가본 아쉬움을 내보인 적도 보내달라 말씀을 꺼낸 적도 없다. 무덤덤한 사위에게 얼굴 좀 자주 보여 줘라, 살갑게 대하면 좀 좋아~ 내색하지 않으셨다.



꿈에서 본 엄마답지 않았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아.. 엄마답지 않은 엄마의 모습으로 오래, 더 오래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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