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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예슬 Jan 09. 2019

작은 프레젠테이션

아산서원 준비과정 (2): 1차 면접과 최종 면접

그제 제15기 서류 합격자 발표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가운 마음과 함께 얼른 면접에 관한 글을 써야겠다는 조바심이 들었다. 얼마나 많이 이 글을 보고 계실진 모르겠지만, 예비 15기 분들 모두 축하드립니다! (고생길 시작♡)


아산서원 면접은 기수마다 면접 분위기도 질문도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만 해도 아예 다른 방식의 12기 최종 면접과 13기 최종 면접을 경험했다. 그러니 이번 글은 지난번 자기소개서 및 진로계획서에 관한 글보다 더 후기에 가깝게 읽어주시면 좋겠다. 이것은 내가 준비를 해 본 방법에 불과할 뿐, 정답은 아니다. 혹시 질문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길!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면 이제 면접 전형이다. 면접은 1차 면접과 최종 면접으로 나뉜다. 1차 면접은 우리말 면접, 영어 면접, 우리말 작문, 영어 작문으로 구성되며 그 순서는 자신이 속한 면접 조에 따라 달라진다. 1차 면접 과정은 무려 약 네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는 대장정이다. 최종면접은 딱 면접만 봤기 때문에 한 시간 정도 걸렸다.



1. 우리말 면접 (1차 면접)

우리말 면접은 인성 면접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조 다섯 명의 지원자가 함께 면접장에 들어갔고, 세 분의 교수님이 면접관이었다. 비슷한 전공을 위주로 조가 짜였다는 인상을 받았다. 자기소개서와 진로계획서 기반 질문 및 '나'에 대한 추가적 질문을 받았다.


1. (공통) 자유롭게 자기소개를 해 봐라.
2. (공통) 나에게만 일어났던 불공평한 일이 있었나?
3. (개인 - 서류 기반) '공유지의 비극'이 무엇인가?
4. (개인 - 서류 기반) 왜 1인 가구의 에너지 낭비가 더 심하다고 보는가?
5. (개인 - 서류 기반) 개인을 감시망 속에서 너무 통제하는 것은 아닌가?
6. (개인) 지난 번 지원했을 땐 장래희망이 미디어 플랫폼 기획자라고 썼는데, 이번엔 왜 언론인인가?
7. (개인) 지난 번엔 왜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이번엔 왜 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8. (공통) 가족 이외에 요즘 가장 많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는?
9. (공통) 친구랑 싸우면 어떻게 화해하나?


내 이미지를 프레젠트(present)할 기회

나는 우리말 면접을 준비하면서 내 이미지를 충실히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1차 면접의 네 영역 가운데 우리말 면접의 시간이 가장 길다. 그만큼 나에 대해 더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시간인 것이다. 자기소개서와 진로계획서를 작성하며 중요하다고 그리 강조했던 나의 이미지를 다시 끌어올렸다.


바로 이 이미지를 면접관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세상의 온갖 재밌는 일에 관심이 있어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자 하고,

말하고 글 쓰는 것을 잘하고 좋아하며,

지적 호기심이 왕성하고,

사람과 사회에 대한 애정이 있으며,

자기만의 생각과 시선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이를 하나로 아우르는 나만의 캐치프레이즈도 정했다. '진중하고 호기심 많은 (예비) 언론인'...! 오그라들지만 이 캐치프레이즈를 면접 과정 내내 스스로 되뇐 것이 나의 일관성 있는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진중하고 호기심 많은 (예비) 언론인'이었다면 어떤 표정을 하고, 어떤 말투로 대답했을까 고민하며 답했으니까. 하하.


덕분에 첫 질문인 '자유롭게 자기소개를 해 봐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자기소개는, 가벼운 아이스브레이킹 격의 질문이지만, 이 답변으로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거는 기대치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앞에 앉아 계신 분들에게 내 이미지를 하나하나 그려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자기소개서와 진로계획서 정독

자기소개서 및 진로계획서를 기반으로 한 예상 질문과 답변, 그리고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것들을 미리 떠올려보기도 했다. 다음과 같은 리스트를 만들어 한국어와 영어로 답변을 준비했다. 나에 대한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다 대답해주겠어! 하는 마음이었다. 근데 은근히 적중률이 좋았다.

나는 어떤 사람?

나를 설명할 수 있는 4가지 키워드?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책?

멜로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 (내가 영화 동아리를 해서 12기 1차 면접 때 받았던 질문)

가장 최근에 있었던 슬럼프는?

왜 꽃다운 나이에 자진해서 힘들고 고생스러운 아산서원에 오려고 하나? (12기 최종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

왜 아산서원이 당신을 뽑아야 하나?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나만의 특성이나 능력? (12기 최종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

자신의 단점은?

지난 번엔 왜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이번엔 왜 붙을 것이라고 생각?

아산서원에서 가장 기대되는 수업은?

아산서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창의성을 확인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질문?

왜 언론인?

말하고 글 쓰는 능력 빼고 다른 능력은?

구체적으로 어떤 언론인이 되고 싶다는 건지?

언론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나?

수많은 언론인이 이미 있는데, 왜 당신마저 언론인이 되어야 하나?

현재 한국 언론엔 어떤 문제가 있는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생각하는 힘과 언론 능력 가운데 무엇이 더 언론인에게 중요한가?

가장 최근에 본 사설을 요약해보라.

존경하는 언론인이 있나?

왜 본인의 전공을 선택했나?

한국인의 강점은? (갑툭튀...)

최저임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2018년 1월 당시 내가 구독하던 중앙일보에 매일같이 최저임금 기사가 실리고 있었음)

한일중 관계 속 한국의 위치는 어떠한가? (자기소개서)

자신이 작성한 논문에 대해 간단히 설명. (자기소개서)

1인 가구의 경우 자원 낭비의 문제를 낳는다는 게 어떤 뜻인가? (자기소개서)

'테러와의 전쟁'에서 법적인 쟁점은 무엇이었나? (자기소개서)

한국인과 한국 사이의 신뢰에 대해 평가해 보라. (자기소개서)

학벌 블라인드제에 대한 에세이 내용을 설명해 보라. (진로계획서)

폭염의 법경제학에 대한 에세이 내용을 설명해 보라. (진로계획서)

예테보리 여행기에 대한 에세이 내용을 설명해 보라. (진로계획서)


내가 임의로 만든 질문에 다 답했더니 18,000자가 나왔다.... 그러나 이는 준비한 답변을 암기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실제 면접에선 어떤 질문이 나올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외워서 하는 답변은 인위적이라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이렇게 예상 질문을 만들어보고 그에 대한 답변을 구상해 보는 것은 내가 나를 더 잘 파악하기 위한 적극적 브레인스토밍 같은 거다. 나에 대한 18,000자짜리 작은 사전을 집필해본 후 면접장에 가면, 질문을 받은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감이 온다.


우리말 면접에선 '있어 보이게' '그럴듯하게' 쓴 자기소개서와 진로계획서가 처참히 까인다. 실제론 관심도 없는 어려운 인문학 개념을 슬쩍 자기소개서나 진로계획서에 집어넣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다 들통난다. 거기서 허점을 보였다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세례를 받을 것이다. 이건 왜 그렇죠? 정말 그런가요? 내가 받은 첫 질문도 생각해보면, 정말 내가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개념을 알고 자기소개서에 쓴 건지 점검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2. 영어 면접 (1차 면접)

영어 면접은 원어민 교수님과 일대일로 약 15분 정도 대화하는 형식이었다.


1. 오늘 기분은 어떤가?
2. 전공은 뭔가?
(경제학과 미디어학이라고 대답하자)
3. '최저임금 1만 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4. 비트코인 사야 하나?
5. 경제 비전공자에게 소개할 주요 경제 개념이 있다면?
6. 왜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은가?
7. 저널리즘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8. 온라인 뉴스의 장단점은?
9. 한국 최고의 신문은 무엇이고, 왜 그런가?


영어는 아주 잘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아산서원엔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도 물론 많지만, 그런 사람들만 모여 있는 것도 아니니 정말 겁내지 않아도 된다. 영어 면접에선 포기하지 않고 내가 하려는 말을 끝까지 전달하는 노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영어 면접을 매우 매우 겁냈기 때문에 급히 화상 영어 과외를 3회 정도 받았다. 평소에 영어 쓸 일이 아예 없어서 영어로 상대에게 말하는 연습이라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꽤 도움이 됐다. 튜터가 고쳐준 표현이 훨씬 마음에 들었고, 최소한 나는 영어로 한 번은 말해보고 왔어라는 안도감도 들었으니까.


시사 이슈에 대비해서는 서류에 합격한 날부터 면접날 아침까지 매일 중앙일보를 정독했다. 정독하다 보면 자연스레 어떤 기사가 논쟁적인지 감이 온다. 그런 기사들은 따로 모았다. 어떤 논쟁이 있을 수 있는지, 그에 대한 나의 입장은 어떠한지 노트에 정리해뒀다. 가끔 중앙일보의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그 논조 자체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어두기도 했다.



3. 우리말 작문 (1차 면접)

작문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매번 출제 경향이 바뀌기 때문이다. 다만 주어진 시간이 딱 45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빠른 시간 내에 어떤 식으로 논리적 사고를 전개하는지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1. 강력범죄 예방을 위한 사형제 유지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기 의견을 중심으로 반대하는 상대를 설득하는 글을 써라.
2. '다양성'이라는 단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


주어진 두 주제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쓰면 된다. 나는 2번 주제를 골라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에 따른 다양성의 발현'에 대해 썼다.



4. 영어 작문 (1차 면접)

1. 'Language'와 'culture'의 관계에 대하여
2. 'Innocence'라는 단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


역시 주어진 두 주제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쓰면 되는 형식이었다. 나는 2번 주제를 골라 'the way to fill in the gap between legal innocence and ethical innocence'에 대해 썼다.



5. 최종 면접

최종 면접엔 지원자 네 명이 함께 들어갔다. 역시 면접관으로는 교수님 세 분이 계셨는데, 원장님도 그중 한 분이셨다. 최종 면접인 만큼 질문은 영어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신문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내가 준비할 수 있는 전부였다.


제13기 최종 면접은 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면접관과 지원자 사이의 토론이기도, 지원자와 지원자 사이의 토론이기도 했다. 자기만의 논리를 가지고 자기의 주장을 충분히 할 수 있는지, 그 와중에 다른 지원자의 이야기도 들을 줄 아는지 등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토론 주제는 조마다 달랐고, 우리 조는 군 가산점제에 대한 논의로 토론을 시작했다.


1-1. 군필자 대상 공무원 채용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에 찬성? 반대?
1-2. 군대와 공무원이 무슨 관련이 있나? (영어로 물어봄)
2-1. 양심적 병역 거부를 합법화해야 하는가?
2-2. 대체복무제도는 허용해도 되는가?
2-3. 여성도 똑같이 징병한다면?
3-1. 위안부 합의는 물러야 하는가?
3-2. 이전 정권에서 맺은 합의라고 해서 막 무효로 해도 되는 것인가?
3-3. 국민감정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4. 유승준의 입국은 허용해야 하는가?
5. SNS가 발달하면서 소통이 늘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조는 네 명이 들어가서 세 명이 최종 합격했다. 떨어진 한 분도 매우 잘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합격한 세 명에 비해서는 비교적 자기주장을 적게 이야기하셨던 것 같다. 남들이 말 못 하게 나만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문제지만, 어느 정도는 충분히 나를 어필해야 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너무 늦은 아산서원 선발 후기를 마친다. 아산서원을 준비하며 정보가 너무 부족해 막막했던 기억이 난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볼 수 있는 블로그 글이란 글은 다 봤었다. 합격하면 나라도 꼭 정보를 공유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이야. 이 두 편의 글이 어떤 분에겐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란다.


제15기 선발 면접 전형이 다음 주에 진행된다고 한다. 모두 두근거리고 또 떨리겠지만, 무사히 잘 마치고 돌아오시길. 쉽진 않겠지만 원생이 되고 나면 이 또한 아름답고 스펙터클한 무용담으로 남을 것이다. 여러분을 있는 그대로, 겸손하게, 그러나 자신 있게 보여준다면 충분하다.


그리고 나는 다음 주면 인문교육 3학기 과제들의 향연 속에 행복해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함께 힘을 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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