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호사 그리고 유유자적 건져올리는 여유
호이안에 가면 놀라는 게 여럿 있다. 먼저 그새 유명해져서 거리마다 넘쳐나는 여행객을 마주치는 일. 그럼에도 이곳은 나름의 속도를 지키며 현지인은 일상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의 삶은 강과 함께, 유속을 따라 흘러가는 듯 보인다.
모든 강은 바다와 만나다. 호이안의 강도 바다와 만난다. 그곳 사람들은 이 강을 투본강 Sông Thu Bồn이라고 부른다. 강이 바다를 향해 흘러간다는 자명한 사실도 눈으로 확인하면 감회가 남다르다. 해가 동에서 떠서 서녘으로 기운다는 사실을 눈으로 직접 지켜보는 황홀함처럼. 호이안의 매력을 한 글자로 한다면, 강! 두 글자로 한다면, 노을! 세 글자로 한다면 해 질 녘.
무엇보다 호이안에서 그렇게 ‘강’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건, 그 강이 손이 닿을 만큼 가깝게 위치해 있는 덕분이다. 카페에서 뒷문을 열고 열 발자국 거리에 강이 있으니 자연히 가로수처럼 강과 만나고 가로등처럼 강을 끼고 걷게 된다.
호이안 투본강에서 보는 노을은 유난히 눈부시다. 한강에서 보는 저녁해만큼, 인천 을왕리에서 보는 노을 만큼 긴 황금빛, 오렌지빛, 망고 빛, 포도빛, 블루베리 빛이 서로 뒤엉켜 미워했던 누군가도, 그 누군가를 오래도록 미워했던 검은 내 마음도 얼마간은 덮어둘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두둥실 강물 위로 떠간다.
그리고 소원을 비는 전등을 물 위에 띄우는 사람들. 저들은 어떤 마음을 그 안에 담았을까. 저마다 간절한 희망과 소망과 바람들. 물결이 물결을 매만지고 물살이 물살을 포개어 덮으며 느리게 흐르는 조류에 몸을 내맡긴 물길.
반짝이며 빛나며 흐르는 강물을 따라 나는 나의 소원과 그 소원의 연대기와 한번뿐인 오늘을 생각했다. 내일은 내가 바라는 내가 되고 싶다고도 또 한번 다짐해보고, 강물을 품은 도시의 낭만도 생각해보다가 길게 모양진 내 그림자를 끌고 터벅터벅 숙소로 발길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