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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운 너 Dec 19. 2021

_ 도시인의 단상


(서울에선) 모두가 대체로 외로운 섬으로 떠 있다.

이웃이라는 관계는 먼 친척보다 더 멀고, 고향 떠난 후 등진 사촌들은 나이가 들수록 뿔뿔이 제 길을 가느라 명절에도 머리 맞대고 고스톱칠 날 없구나.


관계라고는 직장에서 맺는 직함 찍힌 님들과 분들. 언제고 퇴사하고 언제고 퇴출당할 수 있는 구역에서 같이 목표치를 달성하고 백반집 점심 정도 함께 때우며 골 깊게 경계 지어진 사생활 영역에서 분리된 채, 다만 결혼식과 장례식이라는 피치못 할 경조사에서 예의 갖춘 손님으로 얼굴 내미는...


우리는 이 과밀 도시에 아파트처럼 창백한 형광등 불빛으로 깜빡이며 은행 대출에 목을 맨 채  파리한 표정으로 주름 지지 않을 만큼의 미소를 건네며, 늦은 날, 기어코 닥칠 늙은이의 삶을 염려하며 민폐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배운 사람들, 도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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