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달려온 버스를 떠나보내며
내가 좋아하기도 하고 동시에 조금은 꺼리는 밤길의 거리 풍경
가로등으로 밝힌 거리 위 빛의 흔적
이미 불 꺼진 집들의 흔적
멀리서 들려오는 개 소리와 그 사이의 정적
더 멀리서 흩어지는 이름 모를 동물의 울음소리
시시각각 서늘해지는 공기의 온도
그래도 용케 여기까지 왔다는 안도
그리고
이곳까지 오는 중에 마주쳤던 사람들의 눈동자
풀풀 날리는 내 머리칼의 먼지 냄새
말하자면, 긴 시간 동안 장거리 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가까스로 도착한 낯선 소도시에 이미 날이 어두워졌음을 핑계로 얼른 씻고 자리를 눕고 싶은 마음뿐 일 때의 피곤함.
그럼에도 내일 아침이면 환하게 밝힐 이곳의 진짜 모습
지도 위에 점점이 찍히는 내 발자국
어쩐지 누군가와 다시 이곳에 오게 될 때 오늘의 이 시간도 함께
추억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