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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 Oct 13. 2020

코로나와 마스크

한국과 호주, 작지만 다른 차이

한동안 잘 잡혔던 코로나가 7월 초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결국 2차 락다운에 들어간 멜번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차 락다운이 해제되었을 때 조심스럽게 일상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시간이 좀 지나자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줄을 서는 모습까지 보였었다. 따듯한 햇살이 비추는 날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이라도 할 수 있는 날이 많이 그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평화도 잠시였을 뿐, 2차 락다운은 1차 때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해졌다. 하루 확진자 수가 멜번이 속한 빅토리아 주에서만 400명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게 돌아가다 보니 며칠 전 빅토리아 주정부에서는 마스크 사용을 의무화할 것을 발표하였다. 전 세계가 몇 달 동안 코로나를 겪으며 마스크에 익숙해질 동안, 멜번에서는 마스크를 쓴다는 것이 여전히 매우 드문 일이라서 약간 시선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마스크 사용이 의무화되고 지키지 않을 시에는 200불의 벌금도 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드디어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풍경이 그렇게 낯설어 보일 수가 없다.  


흥미로운 점은, 마스크를 사용하는 모습에서도 한국과 차이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코로나가 처음 유행할 당시 사람들이 마스크의 KF지수에 상당히 민감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바이러스를 막으려면 어느 정도 지수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해서 KF 지수가 낮은 제품보다는 높은 제품이 더 잘 팔렸다. 그리고 코로나 이전에도 한국은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의 기능적 측면이 상당히 발전해서 고성능 마스크가 일반화되어 있었다. 


그런데 마스크 의무화 이틀째에 접어든 오늘, 멜번 사람들은 흰색이나 검은색 마스크가 아닌, 대부분 형형색색의 다양한 천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오잉. 처음에는 여자들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여러 가지 무늬의 천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약국에서 파는 파란색 의료용 마스크는 간혹 눈에 뜨일 뿐이다. 공원에서 운동 겸 걷고 있던 나의 시선은 어느새 꽃무늬, 땡땡이, 페이즐리 등 다양한 마스크의 무늬에 꽂히고 말았다. 다들 어디서 그렇게 재빨리 천 마스크를 조달했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예쁜 마스크에 감탄할 때쯤 내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슬슬 천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홈 스쿨링을 하는 아이와 함께 재미 삼아 만들기도 하고, 여러 개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디자인을 차별화해서 상품으로 파는 곳도 생겼다.      



왜 이렇게 마스크의 선호 형태가 한국과 다른 건지 의아해서 주변에 물어보니, 기능성 마스크는 공급이 여유롭지 않아서 꼭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 가능하면 쓰지 말라고 권고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다고 정말 기능성 마스크를 안 쓰는 것도 신기하고, 마스크는 죽어도 쓰기 싫어하던 이들이 갖가지 무늬의 천 마스크를 들고 나온 것도 의외이다. 이왕 사용하게 된 거 패셔너블하게! 라며 위안을 얻으려는 것일까. 그 와중에 촌스럽지 않고 멋스럽게 소화하는 걸 보면 참 문화의 도시 답다는 생각도 든다. 다양한 마스크를 사진으로 남기고 싶지만, 사람 얼굴을 찍어야 하는 거라 차마 사진을 찍지는 못해서 좀 아쉽다. 아이는 벌써 지인이 만들어준 예쁜 마스크를 하나 얻어왔다. 


(2020.7.24 작성)

#각양각색#마스크#멜번#다른나라도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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