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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 Oct 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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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을 사랑하는 문화

작년에 멜번에 와서 처음 동네를 이곳저곳 돌아다녔을 때, 작은 규모의 마켓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마켓이라고 해봐야 핸드메이드 제품들을 몇 개씩 들고 나와 소소하게 파는 것이었는데, 서울 성수동의 플리마켓이나 양평의 문호리 마켓에 비하면 퀄리티나 포장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볼 때마다 저런 걸 돈 주고 누가 사나 하면서 그냥 지나쳐 버리곤 했다.  


그로부터 일여 년이 지난 지금은 예전과는 달리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처음에는 Local product, locally made라고 쓰여 있어도 별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이곳 사람들의 Local 사랑에 어느샌가 나도 물이 든 것 같다. 특이하게도 멜번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의 제품이 별로 활개를 치치 못한다. 명품 브랜드를 보려면 시티에 딱 한 군데 명품 브랜드가 밀집한 거리로 가야 하고, 명품까지는 아니어도 누구나 아는 유명한 브랜드들의 세련되고 화려한 스토어가 별로 자주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몇십 미터마다 하나씩 볼 수 있는 스타벅스도 가뭄에 콩 나듯 보인다. 멜번에 스타벅스 매장 수가 10개가 될까 말까 하니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동네 또는 좀 더 확장된 주변 동네의 사람들이 직접 운영하는 커피집, 베이커리, 식료품, 옷 등을 선호한다.

 

그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품질도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격이 더 싼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 여기서 커피는 예외다. 멜번 커피는 시드니 사람들도 부러워할 정도로 로컬 커피가 정말 맛있다. 그 이유를 들기 위해 잠시 샛길로 새자면, 멜번에 처음으로 정착한 사람들이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내 주변에도 이탈리아 동네가 있고 아이 학교에서는 이탈리아어를 제2언어로 가르칠 정도로 이탈리아 인구가 많다. 그러다 보니 에스프레소 커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의 커피가 멜번에도 일찍부터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도 길거리에 어딜 들어가도 커피가 맛있었고,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시 로컬 사랑의 이유로 돌아가 보면,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주변 이웃과 서로 돕고 살자는 공동체 의식이 밑바탕에 강하게 깔려있다. 이왕이면 동네 사람들이 동네에서 난 원료를 가지고 만들어 파는 물건을 사면, 사는 사람은 내가 누군가를 돕는 마음이 들어서 좋고, 파는 사람은 나를 믿어주고 사주니 더 나은 품질의 물건을 만들게 되면서 선순환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꽃가게에서 꽃을 팔 때에도 손님들이 ‘이거 로컬에서 길러진 꽃인가요?’하고 묻기도 한다고 하니 말이다. 호주가 워낙 다른 대륙과 동떨어진 대륙이다 보니 수입품을 들여오려면 비용과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행기 운송과 패키징 등을 생각하면 환경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공동체를 꾸려가며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도우며 살고 있다. 그래서 왠지 더 정이 간다. 

       

이렇게 로컬끼리 똘똘 뭉치니 해외의 유명 브랜드가 설 자리가 그렇게 많지 않다. 로컬에서 대량으로 만들기 어려운 컴퓨터 기기나 휴대폰, 이어폰 등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 물건을 구하려면 옵션이 많지 않고 때로는 번거로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온정이 있는 로컬 사랑에 나는 왠지 더 마음이 간다. 오늘도 멜번의 꽃가게 인스타에 들어가니 locally grown,support local, local business 등의 해시태그가 수두룩하고, 네 가족이 집 한 켠을 개조해서 운영하는 (family owned) 커피숍은 테이크아웃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동네 서점에서 준 책 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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