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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 Oct 07. 2020

워라밸은 디폴트, 이젠 어라밸

Earth & Life Balance

최근에 자주 가게 된 산책 코스에 이런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Earth & Life Balance’. 

Work & Life Balance(워라밸)는 들어봤어도 이건 뭐지? 하다가, 바로 근처에 Environment Park 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니 그제서야 무슨 말인지 알아차렸다. 이제는 지구의 건강과 나의 생활 방식에 균형을 찾아야 할 때라는 것을 말이다. 그 말은 가슴에 콕하고 박혀서 산책하는 내내 나에게 울림을 주었다.


Ceres Community Environment Park

얼마 전에는 2050년이면 지구가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것이라는 암울한 기후재난에 관한 책 <2050 거주불능 지구>를 읽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껏 누린 아름다운 날씨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고, 가뭄과 홍수와 산불이 일상적인 날씨가 될 것이고, 무엇보다도 지금도 충분히 늦었다고 한다. 어느 유난스런 환경운동가나 기후학자가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와 같이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는 (화석연료를 태우며 차를 굴리고 재활용이나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있기는 하지만 유난스럽게 적극적이지는 않은), <뉴욕 매거진>의 부편집장이자 컬럼니스트가 수많은 자료를 찾고 인터뷰 끝에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고자 쓴 책이었다. 그에 따르면 암울한 미래가 높은 확률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다행히도 그것은 철저히 지금 우리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언제 변화할 지에 달려있다고 한다. 이 말에 나는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깊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다가오기 전에 쓰여서 인지, 코로나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전염병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현존하는 질병이 장소를 옮기고 관계망을 바꾸어 심지어 진화를 거듭한다고 말이다. 생태 환경을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전염병이 전례없이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전염병의 위험 뿐만 아니라 해수면의 상승으로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 실제로 줄어들어 분쟁과 난민, 전쟁이 늘어날 것이다. 산불이 발생하면 나무가 소실되고 단순히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일 잎사귀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죽은 나무에서 오히려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지구온난화는 가속된다고 한다. 올해 초에 호주에서 산불로 피해를 입은 면적이 남한 면적보다 넓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방출되었을 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귀여운 북극곰이나 펭귄의 멸종을 멀리서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려 수십만 년 전에 묻혔던 병균과 바이러스, 유해가스 들이 우리에게 흘러 들어올 수 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대규모 산불이나 홍수, 허리케인 등의 자연재해들이 결국은 인간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 전기,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기인한다는 점에서 볼 때, 전지구인들이 매일 어마어마하게 지구를 훼손시키고 있는 중인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당장 가능하면 차를 사용하지 않을 방법을 고민하고, 코로나 때문에 배달양이 많아져 자연스레 늘어난 플라스틱 일회용기를 그냥 버리지 않고 씻어서 몇 번 더 쓰게 되었다. 왠만하면 히터를 틀지 않고 옷을 좀더 껴입거나 양말을 신고, 밖에 나갈 때는 꼭 물통을 챙겨가려고 한다. 장 보러 갈 때는 장 바구니는 물론, 야채와 과일 등을 각각 담을 용도로 천으로 된 주머니를 몇 개 더 담아간다. (친환경 제품을 파는 로컬 마켓에 Vegetable bag 이라고 그물 모양으로 된 천 가방을 팔기도 한다.) 야채나 과일 코너마다 걸려있는 비닐 봉지를 쓰지 않기 위해서다. 까페에서 커피를 사 마실 때, 가능하면 개인 텀블러를 쓰고 싶지만 코로나 때문에 그것도 여의치 않아서 그나마 플라스틱 뚜껑없이 종이컵만 사용한다. 랩 대신에 천에다 비왁스(bee wax)를 칠한 것으로 몇 번이고 재사용한다. 나같은 개인은 일단 작게라도 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제발 정치인들 중에 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제도적으로 변화가 있어야 양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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