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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 Oct 08. 2020

진화하는 온라인 학습

feat. 밝혀진 우리 아이의 실체

어느덧 2차 락다운도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처음 락다운을 시작했을 때는 선생님들이나 학부모들 모두 이런 상황이 또 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온라인 학습 (Remote Learning)이라고 해봤자 매일 기본 과목에 대한 숙제를 적당히 내주고 그것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를 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2차 락다운이 되고 코로나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자, 이전과는 다르게 학교에서 온라인 학습에 공들이고 있는 모습이 하루가 다르게 느껴진다. 온라인 학습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끊임없는 피드백을 받고 그에 맞추어 각 아이들의 레벨이나 상황 별로 학습 프로그램과 평가 기준이 다양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에는 Writing 과제가 올라오면, 하루에 20분 정도는 ‘글씨 쓰기’를 하도록 하고, 그날 쓴 것을 업로드하면 선생님이 간단하게 코멘트를 해주는 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1학년 전체가 다 함께 참여하는 Spell Group 시간이 있고, 그 외에 Literacy 관련 수업이 별도로 만들어졌는데 거기에는 우리 아이처럼 해외에서 와서 영어를 잘 못하는 아이를 위한 EAL Group, 그리고 호주에서 자라긴 했지만 읽고 쓰는 능력이 조금 떨어져서 도움이 더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Literacy Support Group 이 있다. 대상이 되는 아이들만 수업에 참석해서 소그룹으로 공부한다는 장점이 있고, 아무래도 소그룹이다 보니 아이가 발언할 기회가 많아져서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또 한 가지 변화된 점은, 락다운 전에 학교에서 진행했던 아트(미술), 체육, 음악, 이탈리아어 시간도 온라인 학습의 테두리 안으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실습 위주의 수업이 온라인 상에서 전만큼 제대로 이루어지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관련 선생님들을 매주 만나고 짧게라도 상기시키는 것이 전혀 못 보고 잊어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다. 무엇보다도 공부보다는 놀이 위주의 과목들이라서 오후 시간에 활용하기에 좋다. 그리고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바로 이것이다. 여러 과목의 서로 다른 기준에 맞추어서 숙제를 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각각 따로 주어지던 쓰기(Writing), 수학(Math), 과학(Science), Inquiry(탐구 중심 학습. 질문, 문제 또는 시나리오를 제시함으로써 탐구 능력을 이끌어내는 학습 형태) 등이 매주 한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Science 가 주제인 주에는 씨앗이나 식물, 벌레 등을 하나 골라서 주변 환경이 바뀌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하는데, 관찰을 하는 동안 길이나 온도를 재거나 (수학), 관찰한 바를 짧은 문장으로 써보거나 말하기 (쓰기, 말하기), 부모님이나 형제 등 주변 사람들에게 관찰한 바를 인터뷰하거나 자신의 말로 표현하기(Inquiry) 등이다.  


온라인 학습은 이렇게 진화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한편으로 나는 그동안 내가 내 아이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깨닫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서의 유치원, 호주에서의 Prep과 1학년을 거치는 동안, 선생님들은 늘 좋은 말만 해주셨다. 아이가 똑똑해서 어떠했다 라는 이야기를 짧은 일화와 함께 들으면 나는 그게 전부인 양 으쓱해하면서 안심했고, 역시 내가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그냥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학교 생활하는 모습을 짧게나마 집에서 직접 목격해보니, 전에는 몰랐던! 부인하고 싶은! 아이의 산만한 모습을 보게 된다.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지 않고 먼 산을 바라본다거나, 주변 물건을 계속 만지작 거리다 떨어뜨리고 줍고… 그리고 스크린 넘어 똑똑하고 뛰어난 몇몇 아이들이 얼마나 똘똘하게 이야기하는지도 보면서 내 아이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이지만 어쩌겠나. 부모로서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밖에. 아직 영어가 부족하니 선생님 말이 잘 들릴 리 없고 그래서 더 그러겠거니.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주고 나머지는 아이를 믿고 기다려 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일단은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좀 더 정리해서 만들어주고, 아이의 영어 실력이 나아지도록 내가 직접 도와주기로 했다. 그래서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한글과 영어 쓰기를 직접 가르치고, 지인의 도움을 받아 하루에 20분씩 화상으로 영어 읽기와 쓰기도 가르치고 있다. 하루에 총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이긴 하지만, 더해진 시간만큼 매일 조금씩 쌓여서 훗날 탄탄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본다.  


#여기와서도영어공부#코로나네가밉다   

(2020.8.26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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