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이상한 점 파헤치기

이 부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중년의 사춘기를 맞은 남자도 이상하지만 딱 깨끗하게 끝내버리지 못하는 여자도 이상하다. 남자는 재산분할을 했기에 더 이상 분쟁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서류상 이혼을 원했고, 여자도 더 이상 가망이 없기에 그에 응했다. 그런데 희한한 건 남자는 그게 진짜 이혼을 원해서 그러는 건 아니라며, 결혼 관계가 아닌 상태로 돌아가서도 (서로에게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서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일 년 간 생활비를 부담하고, 그 이후는 양육비만 부담하겠다고 했다. 흠.. 이혼을 원하지는 않는데 이혼 서류는 원한다…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는지 알고 싶다는데 싱글로 살고 싶다.. 역시 보통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심오한 남자이다.  

여자는 이해가 안 되는 남자와 정리하고 어떻게든 혼자 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가장 걸리는 것은 역시 아이였다. 아이는 엄마 아빠가 서로 사랑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여자는 부모 간의 사랑이 우선되어야 아이도 안정되게 자랄 거라고 생각해서,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의 일 순위는 아빠고 그다음이 아이라고 얘기했었다 (물론 나중엔 그 말을 한 것을 후회했고 아이가 일 순위라고 바꿨다! 다행히 아이 입장에서는 그거나 저거나 둘 다 좋은 듯했다). 게다가 남자와 여자는 아이 앞에서는 절대 싸우거나 내색하지도 않았다. 아이가 혹시라도 눈치채거나 영향이 있었을까 봐, 부부상담 마지막에 아이도 한번 심리 테스트를 받았는데, 아이는 전혀 엄마 아빠의 벌어진 사이를 모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다행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엄마 아빠의 별거나 이혼이 그 전보다 어쨌거나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남자도 여자도 쿨하게 뒤돌아서서 남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아이가 둘이면 하나씩 나눠서라도 데리고 있을 수도 있을 텐데, 아이가 하나뿐이라 그럴 수도 없다. 이혼을 했는데 얼굴을 안 보며 살 수가 없다. 심지어 매일 본다. 어쨌든 남자는 약속한 돈을 따박따박 보내주었고, 여자는 아이랑 아빠가 매일 두 번씩 영상통화를 하도록 해 주었다. 그리고 아이한테 서로의 흉을 보는 일도 없었다. 여자는 언제쯤 아이에게 사실을 털어놓을지, 아이가 얼마나 이해해줄지 걱정이다. 아이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아이도 커갈수록, 어쩌면 곧 진실을 원할 것이다.  

이혼을 했다고 해서 이혼 이후의 사는 모습이 모두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결혼 생활의 모습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각양각색이듯이, 이혼 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결혼 생활은 겉으로는 행복해 보여도 속은 썩어 문드러지기도 하고, 어떤 이혼 생활은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서로에게 더 편안해서 행복할 수도 있다. 물론 어떤 결혼 생활이 또는 어떤 이혼 생활이 좋은지에 대한 정답도 없다. 우리가 스스로 자기에게 맞는 길을 택하거나 만들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여자는 아직 결혼과 이혼 사이 어느 언저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전에는 오도 가도 못하고 여기가 어디일까 몰라서 답답하고 두려운 ‘결혼에 가까운’ 언저리에 있었다면, 지금은 ‘이혼에 더 가까운’ 어느 한 곳에 쉴 자리를 펴고 앉아서 이제 여기서부터 잘 살아봐야겠다는 느낌이 든다. 언젠가는 조금 더 이혼의 지점을 벗어나 더욱 자유로워 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