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인A Feb 01. 2023

나도 워킹맘의 자녀였다 9

내 부모보다 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노력 1 - 원인파악

문제는 시간 부족이 아닌 표현 부족


나는 엄마를 닮았다. 엄마가 되면서 내가 내 엄마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의식적으로 느끼는 것도 많은데 무의식적으로 하는 생각과 행동까지 하면 얼마나 더 내 엄마를 닮았을까. 그렇다면, 내 아이들도 내가 그랬듯 나중에 엄마를 비난하고 본인들의 결핍에 아파할까. 그럴지도 모른다. 내 아이들도 내가 그랬듯 그럼에도 엄마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늘 마음 한켠에서 엄마의 사랑을 그리워할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나는 내 아이에게 내 부모보다 더 나은 부모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문제의 원인을 찾아보자. 나는 왜 그렇게 엄마에게 서운했을까? 나는 왜 엄마와 데면데면할까? 

엄마가 일에 바빴기 때문일까? 


처음엔 그런 줄 알았다. 절대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엄마가 일만 하고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아서라고.

곰곰이 생각해 보다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다. 

문제는 시간의 부족이 아닌 표현의 부족이라는 것을.




엄마는 표현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엄마와 나 사이에는 대화가 없었는데, 그건 시간이 아주 많아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엄마는 말주변이 없었고 감정표현과 칭찬에는 더더욱 서툴렀다. 한 달을 고민해서 고른 선물도 오다 주웠다고 표현하는 성격이었다. 어린아이는 오다 주웠다는 말에서 한 달을 고민한 마음을 헤아릴 재간이 없다.


나는 엄마를 닮았다. 나는 표현이 부족한 사람이다. 감정표현과 칭찬에 서툴고 인색하다. 받아본 적이 적으니 당연한 걸까. 그런 내가 성인이 되고 우울을 관리하며 살아가며 의식적으로 노력한 것들이 있다. 

1) 스스로를 칭찬하기

2) 감정 파악하기


매일 나에게 칭찬을 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더더욱 알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칭찬에 인색한지를. 최대를 하고 있는 중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는데 익숙했고 "너 정말 잘하고 있어"라는 말은 도저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도저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고 싶을 때면 펜으로 "잘하고 있어"라고 낙서처럼 적었다. 이제는 입 밖으로 하는 연습도 해야 한다. 내 아이에게 진심을 담아 잘하고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기 때문이다.


감정에 이름을 붙였다. 이건 하기 싫어도 참고 반드시 해내야 했던 시기에, 나를 달래기 위해 혼자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 얻어걸린 건데 효과가 탁월했다. 나중에야 이 방법이 정신의학적으로도 중요하고 타당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뭔가 기분이 별로다 싶으면, 내 감정이 어떤지 구체적으로 적었다. 길진 않았다. "울고싶다" "화가난다" "억울하다" "지루하다"와 같은 간단한 단어도 있었고 "다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난다" "잘하고 싶은데 안되니까 미칠 것 같다"와 같은 긴 것도 있었다. 긍정적 감정도 마찬가지였다. 감정을 들여다보고 글로 옮기는데 길어봤자 1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오롯이 내 감정에 집중하고 어떤 상태인지 들여다보고 그걸 언어로 적어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놀라우리만큼 많이 괜찮아졌다. 이제는 내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연습도 해야 한다. 블럭이 자꾸 무너진다고 우는 아이에게 "마음대로 안 되어서 화가 나고 속상했구나."하고 말해주고 싶다. 내 아이가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나는 내 부모보다 더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그저 내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어 주고 싶을 뿐인데,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래서 아이는 스승이라고 하나보다.



  




작가의 이전글 나도 워킹맘의 자녀였다 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