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 타로 보는 작가

<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백수린, 강화길, 손보미, 최은미, 손원평

by 이작


윤성희 작가의 할머니는 화투점을 자주 봤다고 해요.

학교에 가는 작가에게 좋은 소식이 온다거나 산보를 갈 일이 생긴다거나 하는 말을 해 주었다고 해요.

덕분에 작가는 초등학생 때부터 열두 장 화투패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네요.


저는 화투점 대신 타로를 봐요.

몇 년 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배워, 이제는 사람들에게 '꽤 잘 맞네!'라는 말을 종종 듣기도 해요.


타로를 배우게 된 계기는 프리랜서라는 불안한 직업을 갖게 된 이유도 있지만, 사람들과 좀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싶어서였어요.


(프로그램의 미래가 곧 나의 일자리를 좌우하기 때문에 작가들은 항상, 내가 언제까지 이 프로그램을 할 수 있을까? 이 프로그램이 끝나면 바로 새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을까? 와 같은 고민 주머니를 넣고 다닌다. 그러다 어느 프로그램의 작가가 용한 점쟁이를 만났다더라, 하면 바로 달려가 고민을 꺼내 놓고 마음의 위안을 얻어온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탓인지, 저는 사람들과 일을 하거나 일과 관련된 대화를 할 때는 아무 문제없이 편한데, 개인적으로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고 긴장될 때가 많았어요.


결국,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해야 할 말을 구분하지 못하고 아무 말이나 막 해, 집에 와서 이불 킥을 날릴 때도 많았죠.

이렇다 보니 특정한 주제 없이도 편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어요.


이런 고민이 쌓여갈 때 즘, 타로를 알게 되었어요.

타로 카드가 있으면 서로 간을 보거나 탐색전을 펼치지 않아도 바로 가까워질 수 있더라고요.


타로의 가치는 아이가 커갈수록 더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데, 집에서 타로 연습을 할 때 아무 질문이나 던져보라고 했더니 의외로 진지하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더라고요.


"00와 내년에도 같은 반이 될까?"


00는 같은 반 여자 친구인데 급식을 먹으러 갈 때 앞 줄에 서서 빨리빨리 가지 않아 뒤에 있는 친구들을 불편하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주변 친구들을 때리기도 해, 자신도 등을 한 대 맞은 적이 있는데 선생님께 말을 하려고 했지만 너무 멀리 있어서 말하지 못했다면서요.


저는, 아이가 뽑은 타로 카드를 보면서 그 친구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그 친구를 대할 때는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 사심을 가득 담아서 얘기해줘요. 앞으로 친구들과 문제가 생기면 이렇게 저렇게 대처하면 좋겠다고 조언도 해주고요.


아이는 진짜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처럼 진지하게 제 얘기를 들어줘요.

그리고 며칠 후, 제가 말한 대로 했더니 00가 어떻게 했더라며 결과도 알려주고요.


요즘은 먼저 찾아와 고민이 있다며, 타로를 봐 달라고 말하기도 해요.

물론, 대부분 '내가 레고를 잘 만들게 될까?', '나는 대학교에 가게 될까?', 굳이 타로를 보지 않아도 해줄 수 있는 질문들이지만, 우리는 타로 카드를 앞에 두고 한참 동안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요. 그리고 그만큼 더 친밀하고 가까운 모녀 사이가 되고 있고요.


나이가 들면 취미를 넘어 나만의 작은 타로 공간을 갖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어요.

타로도 보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파는 공간.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은가요?'의 윤성희 작가의 질문에 저는, 타로로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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