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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 Mar 27. 2022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영상에 글을 입히는 방송 용 글쓰기 말고 다른 글쓰기가 하고 싶어서 한동안 한겨레 교육문화 센터에서 하는 소설 쓰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수업을 들으면서 열 편 정도의 단편 소설을 썼고, 신춘문예도 두 해 정도 도전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글을 쓰는 동안 오롯이 혼자인 시간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내 안에 많은 이야기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열어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결정적으로 혼자 쓰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외롭고 고립되는 기분에 휩싸였다. 그리고 우울해졌다.


그래서 아주 포기한 건 아니고,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조금 덜 해질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자.

아직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경험해 보고 싶은 세상이 많은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하여 다시 방송작가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최근 새로 시작한 일은 방송 용 글쓰기가 아닌 소설적 글쓰기에 더 가깝다.

인터뷰를 하고 약간의 각색과 살붙이 기를 해서 한 편의 기사를 써내는 일인데 말이 각색이지 인터뷰이가 단답형으로 밖에 얘기를 하지 않았던 첫 번째 기사는 거의 창작에 가까웠다.


그래도 소설을 습작할 때 가장 어려워 했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필요 없이 (인터뷰이는 광고주가 정해준다) 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인터뷰이를 만나러 ktx나 고속버스를 타고 오가는 길도 재미있다.


방송작가 일은 대부분 사무실에서 노트북과 전화기로만 이루어져 직접 현장에 나갈 일이 없었는데 생전 처음 '고속버스 티머니'라는 앱도 깔아봤다.


물론, 기업의 일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어 다음 번에도 기회가 있을까 매번 조마조마 하지만, 방송작가 일을 할 때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이 일을 오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이 나이가 되어도 아직 배울 게 많고 긴장되는 일이 있다는 건, 좋은 걸까 나쁜 걸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나이가 들수록 재미없는 일은 참고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재미가 있어야 흥이 나고, 흥이 나야 힘들어도 참고할 수 있다.

어째 점점 더 예민하고 까칠한 중년이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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