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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 Mar 28. 2022

인터뷰 기사 쓰기의 법칙

근 석 달 만에 무언가를 야 한다는 부담 없이 주말을 보냈다.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밤까지. 이틀을 쉬었더니 일요일 밤이 가까워오자 뭐라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쓰기 싫다는 생각만큼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무엇을 쓰면 좋을까.

좋은 글을 읽으면 쓰고 싶은 게 생각날까 싶어 낮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2022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었다. 평소 손보미 작가의 글을 좋아하지만 낮에 아이와 배드민턴도 치고 도서관에도 가고 사고 싶은 잡지가 있어 저녁도 해결할 겸 집 근처에 있는 쇼핑몰에 마을버스까지 타고 갔는데 매진이라 사지 못하고 그냥 돌아온 탓에 몇 장 읽다 잠이 들었다.


2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도 얼른 써야지 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주말 밤에 무슨 글을 쓰나, 누운 채로 핸드폰을 둘러보다 자연스럽게 화면이 쇼핑몰로 넘어가고 그동안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고민하던 리스트를 질러버리고 말았다.


실은 이런 글을 쓰고 싶었다.

아이가 배드민턴을 한 시간 같이 치면 도서관에 간다고 했다.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뜻했지만 차갑고 강한 바람 때문에 에너지가 두 배로 소모되는 날이었지만 한 시간 동안 배드민턴을 치고 겨우 도서관에 갔다.

반납일이 코앞에 닥친 책을 반납하고 잡지 코너로 가서 인터뷰 기사가 실린 잡지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년째 종이 신문 하나를 구독 중이고 잡지도 다양하게 꽤 자주 사서 보는 편인데 마치, 인터뷰 기사를 처음 읽어보는 사람처럼 새로웠다. 다행히 몇 개의 기사를 읽다 보니 인터뷰 기사를 쓰는 형식이 조금 눈에 보였다.

도입은 이렇게 하고 흐름은 이렇게 끌고 가고 마지막은 이렇게 맺는다...


그리고 금요일 오전, 광고주에게 보낸 내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아, 형편없어라.'


게다가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자가검진키트 부족 현상에 대한 글이었는데 주말 동안 확진자가 완만하게 감소하면서 키트 공급도 원활해져 더 이상 문제없다는 식의 뉴스가 나왔다. 아무래도 월요일 아침, 대대적인 기사 수정을 요구받을 각오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리 그동안 장르가 다른 글을 써서 그렇다고 해도 습작생도 아니고 적지 않은 돈을 받고 쓰는 글인데 이렇게 기본도 모르고 쓰다니. 이런 글을 참고 읽어준 광고주가 새삼 고맙게 느껴지면서 당장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


사실 주말 동안 일을 하나 더 시작할까 고민이었는데 당분간은, 광고주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세 번까지 기회를 주겠다고 하면, 이 일을 조금 더 잘할 수 있게 집중하고 싶었.


그동안은 내가 상처받거나 힘드어질 일이 생기면 '아님 말고' 식으로 깔끔하게 물러섰는데 이번 일은 평생 내가 해 온 일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끝까지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글을 쓰는 일, 쓰는 사람으로 오래도록 남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이런 마음일 때 받는 상처는 두배, 세배 더 강하게 남는데... 기대와 걱정이 복잡하게 오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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