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 라떼>
어제저녁부터 기분이 가라앉는다.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생체 리듬의 변화로 어쩔 수 없는 시간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 마음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오늘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아이가 학교에 가자마자 스터디 카페로 왔다. 오기 전에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를 사는데 시끌시끌한 소음이 가라앉은 마음을 들썩이게 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작업하러 스벅에 가는구나 싶었지만, 우리 동네 스벅은 너무 비좁은 관계로 커피만 사는 걸로.
나이가 들어서 힘든 건 주변 환경과 몸의 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감정의 탄성이 떨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좋은 것을 봐도 즐거운 기분이 오래가지 않고 어떤 일에도 잘 기대가 되지 않는다. 반면 기대했던 일이 잘 안 되면 실망은 크고 오래간다. 특히 고여있던 어떤 감정은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귀신같이 달려든다. 이래서 늙으면 옹졸한 좀생이가 된다는 말이 있는 것 같다.
"나는 벌처럼 부지런히 일하지만, 거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기분이다."
(루이즈 부르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