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을 본 게 언제였나.
얼마 전 밤 산책을 하던 중이었다.
막 새끼 티를 벗은, 청소년기에 접어든 고양이 한 마리가 쓰레기봉투를 뒤지고 있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한참 동안 바라봤다. 길에서 생활이 오래됐는지 녀석도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우리 주변을 맴돌았다. 하지만 혹여, 우리를 길 위의 삶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구원자로 알까, 괜한 희망고문에 들뜨게 할까, 서둘러 돌아섰다.
그런데 오늘, 같은 자리에서 쓰레기봉투를 뒤지고 있는 녀석을 다시 만났다. 지난번 봤을 때보다 조금 더 자란 모습이었지만 녀석이 분명했다. 녀석도 우리를 알아본 걸까. 뒤지던 쓰레기봉투를 놔두고 지난번처럼 우리 주변을 맴돌았다. 다행히 겉으로 보기엔 다친 데 없이 멀쩡해 보였다.
그 모습이 어찌나 반갑고 안심되던지.
이 험한 도시를 혼자서 잘 버티고 있었구나.
너도 이렇게 잘 버티고 있는데 집도 있고 가족도 있는 내가 못 버틸 게 무엇이냐.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자기 암시를 건다.
괜찮아지고 있다고. 괜찮아질 거라고.
하지만 실상은 전혀 괜찮지 않은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