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제주 그 섬

따라비 오름

제주 오름에 오르다 3편

by 바람

세 번째로 소개할 오름은 따라비오름이다. 앞서 소개한 새별오름과 금오름이 제주의 서쪽에 있는 오름이라면 이제부터 소개할 오름들은 제주 동쪽에 있는 오름들이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따라비오름을 처음 들었는데 나름 많이 알려진 오름인가 보다.



20211022_234034122_iOS.jpg
20211022_234313362_iOS.jpg
따라비오름 입구의 안내문


3개의 원형 분화구와 여섯 개의 봉우리가 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앞서 소개했던 오름들보다 길이 더 복잡하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큰 사슴이 오름까지 길이 연결되어 있나 보다. 가을 억새로 유명한 오름의 여왕이라고 한다. 다랑쉬오름도 오름의 여왕이라고 들었는데 제주에는 여왕이 많은가 보다. 가을 억새가 장관이라는 점에서는 새별오름과 비교해 볼 만할 듯하다.



20211022_233916647_iOS.jpg
20211022_234056240_iOS.jpg
따라비 오름 주차장과 입구 목책


따라비오름은 지방도로에서 한참 동안 외진 길을 들어가야 해서 진입하기는 불편하다. 나는 진입할 때는 다행히 맞은편에서 차가 오지 않았지만 나올 때는 맞은편에서 차가 와서 당황했다. 중간에 교행 할 수 있는 공간들이 조금씩은 있으므로 앞의 상황을 보아 가면 운전해야 한다. 진입로가 좁은 것에 비해 주차장은 넓은 편이라 주차하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주말 성수기에는 장담할 수 없다. 오름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으니 주말에는 좀 붐빌 듯하다.

대부분의 오름 입구에는 지그재그로 통과해야 하는 목책이 있다. 어떤 오름은 이런 목책을 여러 번 지나야 오를 수 있다. 목책은 주변에 말이나 소 등의 가축들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하는 용도라고 한다. 근데 목책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 넓은 지역에 대체로 담이 없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 것 같아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20211022_234130186_iOS.jpg
20211022_234924753_iOS.jpg
따라비 오름 올라가는 길


조금은 황량한 길을 걷는다. 그리고 다시 목책 입구를 지나면 여기서부터는 숲길과 오르막이 시작된다. 처음엔 완만한 오르막이지만 조금씩 가팔라진다. 하지만 등산 느낌은 아니다. 야트막한 언덕 오르는 정도의 느낌이다.



20211023_000045504_iOS.jpg 따라비 오름 올라가는 중간에 보이는 경치


그리고 만고의 진리. 올라갈수록 경치가 좋다. 멀리 제주의 들판과 다른 오름들이 보인다. 강렬한 햇살 아래 바다가 눈부시게 빛난다. 이런 풍경을 보면 올라올 때 힘든 것은 잊게 된다. 그래서 계속 오를 수 있는 것이다.



20211023_000145745_iOS.jpg
20211023_000217082_iOS.jpg
따라비 오름 산길을 벗어나면 만나게 되는 풍경과 평상


그리고 시야가 트이는 곳이 나오면 산길을 다 올라온 거다. 아까 두 번째 입구에서 10분 정도 걸렸다. 여기는 한숨 돌리고 갈 수 있게 이런 평상도 마련되어 있다. 등받이가 있는 의자가 있었으면 했지만(허리가 아픈 1인) 그래도 이런 평상은 사람이 없다면 누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211023_000606942_iOS.jpg 평상에 누워서 찍은 하늘


한동안 평상에 누워서 쉬었다. 그리고 쉬면서 찍은 하늘은 눈이 부시게 푸르다. 나는 너무 말간 하늘보다 이렇게 붓으로 터치한 듯한 구름이 보이는 하늘이 더 좋다. 오늘도 하늘과 구름이 예술이다. 제주의 가을은 억새와 함께 푸른 하늘과 구름으로 기억될 것 같다.



20211023_000332403_iOS.jpg 따라비 오름의 분화구 길


이제는 분화구 능선을 따라 걸으면 된다. 저 멀리 걸어갈 능선길이 훤히 내다보인다. 일단 왼쪽길로 능선을 타보기로 한다. 앞서 올랐던 오름들보다 길이 복잡하지만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내가 어디로 갈지만 정확히 알면 된다. 인생길도 그러하듯이...



20211023_001306547_iOS.jpg 억새밭 사이로 난 길


살짝 오르막이다가 다시 내리막이 되면서 억새군락이 펼쳐진다. 길의 양쪽으로 억새들이 한가득이라 정말 경치가 근사하다. 새별오름에서도 억새를 실컷 보았는데 여기서도 또 실컷 본다. 몇 년 전에 지리산에서 평생 볼 벚꽃을 다 보았다 싶었는데 여기서는 평생 볼 억새를 다 본듯하다.



20211023_001214991_iOS.jpg 뭐 하는 사진?


재밌는 사진을 찍었다. 억새군락 사진을 찍을 때 단체로 온 사람들이 있어서 잠시 대기. 그때 옆에 무덤이 있길래 단체 여행객을 피해 무덤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내 그림자까지 찍혔다. 하트 하는 것 같지만 사진 찍고 있는 중이다.


20211023_001615499_iOS.jpg 따라비 오름의 분화구 둘레길


다시 살짝 오르막 후 다시 억새 장관이 펼쳐진다. 분화구 세 개의 사잇길을 걸으면서 양쪽으로 억새군락지를 지나게 된다. 아마도 저 억새들 있는 곳이 분화구일 듯하다. 어쨌든 따라비 오름은 멋진 억새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오르막을 올라 태양을 향해 걷는다. 하필이면 태양 쪽 방향으로 걷게 되어 더 눈이 부시다.



20211023_001759679_iOS.jpg


억새밭 사이의 오솔길이 예술이다. 바다와 하늘은 거들뿐. 걸으면서 어디를 봐도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풍경이다. 새별오름의 억새 군락지와는 느낌이 다르다. 새별오름은 커다란 언덕을 억새들이 뒤덮고 있어서 탁 트인 하늘과 웅장한 억새밭이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면 따라비오름의 억새는 세 개의 분화구에 억새군락지가 형성되어 그 사이를 지나며 양쪽으로 억새들을 볼 수 있어서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억새밭 사이를 걷고 있어서 조금만 과장하면 억새구름 사이를 걷는 느낌이랄까. 어느 것이 더 멋지다고 비교할 필요는 없을 듯하고 그냥 다르다.


20211023_003636524_iOS.jpg
20211023_003907501_iOS.jpg


억새군락지를 벗어나면 시원한 나무 그늘이 있고 의자가 있어서 잠시 쉬어갈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진 오솔길을 산책하듯 걸어 내려오면 다시 목책이 나타난다. 주차장으로 올 수 있는 순환길을 선택할 수 있어서 더 좋다.

주차장 기준으로 대략 1시간 정도 걸렸다. 근데 사진 찍느라 엄청 느리게 걸은 것을 감안하면 40분 정도면 충분할 듯하다. 그리고 따라비오름에서 대사슴이 오름까지 길이 이어져있으므로 하루 정도 일정으로 전체를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금 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