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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주 그 섬

큰사슴이 오름

제주 오름에 오르다 4편

by 바람


네 번째로 소개할 오름은 큰사슴이 오름이다. 아까 소개한 따라비오름과 길이 연결되어 있는 오름이다. 따라비 오름에서 차량으로는 15분 정도 이동하면 된다. 큰사슴이 오름은 지도에 대록산으로도 표시된다. 즉, 산이다. 지금까지 소개했던 오름들이 30~40분 정도 소요되는 언덕 수준이었다면 큰사슴이 오름은 1시간 이상 걸리는 산행길이다. 하지만 험한 산이 아니라 유치원생들도 오를 수 있는 수준이다. 우연히 단체로 체험활동 나온 아가들(유치원생인지 초등학교 저학년인지)과 동선이 뒤섞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올라갔다.


20211023_010733083_iOS.jpg 유채꽃플라자


큰사슴이 오름은 정석항공주차장이나 유채꽃플라자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라갈 수 있다. 나는 유채꽃플라자 쪽에 차를 세우고 올라갔다. 이유는 모르지만 네비가 그쪽으로 안내했다. 유채꽃플라자 건물의 뒤쪽으로 오름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표지판을 못 찾아서 좀 헤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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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프라자 뒤쪽 들판과 삼거리


억새밭이 간간이 펼쳐진 너른 들판을 조금 걸어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다소 가파르게 올라갔다가 완만하게 내려오는 코스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거꾸로 갈 수 있다. 나는 왼쪽 코스로 향했다. 들판 양쪽으로 또다시 억새밭이 펼쳐진다. 제주에 이렇게 억새가 많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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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과 산길

억새밭을 지나면 숲길로 이어지는데 이쯤에서 체험활동 나온 어린이들을 보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걸었다. 숲길이 아이들 소리로 가득했다. 숲길을 벗어나 억새밭 사잇길을 지나면 바로 오르막 산길이 시작된다. 목침 계단으로 잘 정비된 오르막길이다. 쉬엄쉬엄 올라간다.




20211023_013923421_iOS.jpg 올라가는 도중에 보게 되는 경치


숨이 턱에 차오르게 올라가다 뒤를 돌아보니 멀리 정석항공관이 보인다. 그리고 아까 걸어온 억새밭도 보인다. 억새밭에서 길이 잠시 헛갈렸지만 대록산 정상 방향 푯말을 잘 보고 오면 된다. 경사도가 제법 있는 오르막이 한동안 지속된다. 힘들지만 올라갈수록 경치는 좋아진다. 힘들다지만 그래봤자 10분도 안 걸린다.




20211023_014103076_iOS.jpg 큰사슴이 오름에서 바라본 한라산


정상 부근에는 단체로 온 아이들이 자리하고 쉬고 있어서 얼른 지나갔다. 나중에 알았는데 그 근처에서 큰사슴이오름 분화구 쪽으로 방향을 돌렸어야 하는데 길을 놓쳐서 그냥 지나서 내려와 버렸다. 아쉽지만 그래도 시야가 탁 트인 내려가는 길에서 말갛게 모습을 드러낸 한라산을 보았다. 날씨가 정말 끝내준다. 오늘의 구름은 다소 복합적인듯하다.




20211023_014721588_iOS.jpg 쫄븐갑마장길 안내도


내려오다 보니까 아까 갔던 따라비오름까지 이어진 쫄븐갑마장길이라는 길 안내도가 나온다. 검색해 보니까 조선시대 왕에게 진상하는 최고의 말(갑마)을 기르는 국영목장이 이 근처에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말들이 다니던 길이 갑마장길인데 그중에서 걷기 좋은 짧은(제주말로 쫄븐) 길을 만든 것이란다. 그리하여 쫄븐갑마장길이라는 재밌는 이름의 길이 생긴 것이다. 이 길이 원점회귀가 가능했다니, 아까 용기를 내서 한 바퀴 돌아볼걸 그랬다. 지금은 아쉽지만 언젠가 다시 오게 되면 저 길을 걸어봐야겠다.




20211023_014755084_iOS.jpg 한라산과 구름들


걸으면서 내내 한라산이 모습을 보여주어 너무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게다가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이 자꾸 사진을 찍게 만든다. 물론 사진은 눈에 보이는 것만큼 담아내지는 못한다. 그저 감탄하면서 이 아름다운 풍경을 혼자 보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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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슴이 오름에서 내려가는 길


숲과 들판의 오솔길을 지나서 내려간다.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들, 푸른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구름들을 보면서 신나게 걸었다. 작은 산인데 그 모습이 다채롭다. 한동안 오솔길을 걷다가 갑자기 차량도 통행이 가능한 큰 길이 나온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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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리 풍력발전단지


그런데 주차장 가는 길에 만난 이 거대한 것은 가시리 풍력발전단지란다. 여기는 바람이 엄청나게 많이 부는 길목이라서 이런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멀리서 보면 멋있다고 감탄하게 되지만 그 앞에 서보니 좀 무섭다. 크기도 크고 소리도 무섭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데까지 전체적으로 1시간 30분 걸렸다. 난이도 하정도의 산행을 한 것 같았고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 큰사슴이 오름이었다. 하지만 여기도 분화구 구경을 못하고 지나쳤다. 아무래도 다시 오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다음에 온다면 쫄븐갑마장길을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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