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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주 그 섬

백약이 오름

제주 오름에 오르다 5편

by 바람


다섯 번째로 소개할 오름은 백약이오름이다.

큰사슴이 오름에서 북동쪽에 있는데 차량으로 20분 정도 가면 된다.



20211023_030910762_iOS.jpg 백약이 오름 안내문


자생하는 약초가 100가지가 넘어서 백약이라고 했단다. 그리고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이 보인단다. 높지는 않지만 알찬 오름이다. 그리고 정상부 일부지역 출입제한이라는 안내문도 있다.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으므로 그 길로만 다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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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 오름 입구

오름 입구에는 작은 오솔길이 있고 멀리 하얀 울타리가 보인다. 푸른 초원에 하얀 울타리가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오름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여기서도 지그재그로 되어 있는 목책을 지나야 한다. 백약이 오름은 워낙 장소가 예뻐서 웨딩촬영하러 오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이 입구에서 웨딩촬영하는 커플을 보았다. 이제 막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사람들을 마음으로 축하해 주었다.



20211023_031340248_iOS.jpg 백약이 오름 올라가는 길

오름에 올라가는 길이 멋지게 펼쳐진다. 오늘도 열일하는 하늘과 구름. 제주의 가을하늘은 억새와 참 잘 어우러진다. 억새가 새별 오름이나 따라비 오름처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멋지다. 탁 트인 벌판에 오롯이 자리한 오름이라 시선 두는 곳마다 시원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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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길과 주변 경치


오르막이 시작되면 다소 숨이 가쁠 수 있다. 하지만 길이 잘 정비되어 있고 그다지 높지 않아서 산책하듯이 가면 된다. 다만 그늘이 없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힘들게 올라갈수록 경치는 좋다. 저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제주의 동쪽 구역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풍경이다.



20211023_033017199_iOS.jpg 백약이 오름 둘레길 삼거리


오르막이 끝나면 오름 둘레길이 나온다. 왼쪽길, 오른쪽길, 내려가는 길. 이렇게 삼거리이다.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정해서 한 바퀴 돌 수 있다. 원점회귀 좋다. 지금까지 오른 오름 중에서 가장 작고 간결한 오름 둘레길이다. 길이 단순해서 헛갈릴 일이 없다.



20211023_033257432_iOS.jpg 백약이 오름의 언덕

나는 오른쪽길로 올라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른쪽 언덕을 향한다. 약간의 언덕 오르막인데 양쪽에 거칠 것이 없어서 시원시원하다. 잘하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장소다. 여기서도 하늘은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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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 오름 둘레길


슬슬 한 바퀴 돌아본다. 길이 단순해서 그냥 이 길을 따라서 걸으면 아까 올라온 곳으로 갈 수 있다. 길이 단순해지니까 행동도 단순해진다. 휴대폰을 꺼내 위치를 확인할 필요도 없고 주변을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된다. 길을 따라, 구름을 따라 흘러가듯이 걷는다. 이 평화로움이 좋다.



20211023_034746060_iOS.jpg 백약이 오름에서 바라본 한라산

오늘 날씨 정말 좋다. 저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이번 여행에서는 한라산을 멀리서 자주 보게 된다. 예전에는 제주에 온다는 것은 한라산에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주에 오면 한라산을 멀리서 보게 된다. 문득 한라산에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따뜻한 봄날 한번 올라가야겠다.



20211023_035102694_iOS.jpg 백약이 오름의 분화구

느긋하게 걷다 보니 어느새 올라왔던 길이 보인다. 여기서는 백약이 오름의 분화구가 보이는데 내려갈 수는 없다. 분화구 주변에는 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금오름처럼 분화구에 내려가는 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금방 생각을 바꾸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으면 자연은 훼손될 테니까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백약이 오름은 올라가는데 15분, 분화구 둘레길 한 바퀴 도는데 10분 정도 걸렸다. 아주 가볍게 올라갔다 올 수 있는 어여쁜 오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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