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에 오르다 6편
여섯 번째로 소개할 오름은 아부오름이다.
아까 소개한 백약이오름 근처에 있어서 차로는 1분 정도, 걸어가도 될 정도의 거리이다. 가까운 곳에 있는 오름들을 묶어서 걸어서 돌아다니는 것도 좋을 듯하다.
주차장은 비포장 공터인데 넓은 편이라 차를 대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입구 근처에 간이 화장실이 있는데 상태는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올라가는 방향으로 안내도와 아부 오름 표지석이 서 있다. 백약이 오름과 마찬가지로 한 바퀴 돌 수 있는데 크기는 아부 오름의 분화구 둘레길이 조금 더 크다.
아부라는 이름은 마을의 앞쪽에 있어서 앞오름이라는 의미도 있고 산모양이 가정의 어른이 믿음직하게 앉아 있는 모습 같다는 의미도 있단다. 근데 믿음직한 어른이 앉아있는 모습이 어떻게 연상된 것인지 의문이다. 가끔은 오름이나 산, 섬의 모습이 이런저런 모양에 비유되는 것이 신기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우도인데 나는 아무리 봐도 소의 모양인지 잘 모르겠다. 우도 근처에 토끼섬도 그렇다. 아무리 봐도 토끼 비스므레한 모양도 안 보인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그 섬이나 오름을 보고 소나 토끼, 믿음직한 어른의 모습을 떠올린 것일까? 이 오름은 한눈에 담기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런 모습을 연상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현대사람들이 과거의 사람들보다 더 상상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다른 오름들과 마찬가지로 지그재그로 통과하는 입구 목책을 지나 들길을 조금만 걸어가면 오르막이 나온다. 안내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오르막길은 짧은 편이다. 길은 잘 정비되어 있어서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다.
짧은 오르막 후 기분 좋게 분화구 주변을 한 바퀴를 돈다. 이런 한적한 오솔길을 걷는 맛은 구수한 보리차와 같다. 달달한 주스도 아니고 톡 쏘는 탄산음료도 아니고 기운을 돋아주는 아메리카노의 맛도 아니다. 그냥 슴슴하고 담백한 보리차 같다. 약간은 쌉싸름한 기운도 도는 것 같지만 결국은 구수하다. 그렇게 아부 오름의 둘레길을 걷는 동안 편안하고 아늑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름의 둘레길이 제법 길어서 그런지 그 모습도 다채롭다. 어느 구간은 황량한 들판길 같고 어느 구간은 나무가 제법 우거져 숲 속의 오솔길 같다. 덕분에 나무 구간은 그늘이 있어서 시원하게 걸을 수 있다. 그리고 의자가 중간중간 놓여있어서 쉬어갈 수도 있고 현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안내도도 있다. 참 친절한 오름이다. 안내도와 의자를 설치한 사람들도 친절하지만 낮게 엎드려 사람들이 쉽게 올라올 수 있게 해준 오름 자체가 친절하다.
숲길을 한참 걸었는데 어느 순간 시야가 확 트이는 곳이 나온다. 저 아래가 분화구다. 여기서도 백약이 오름과 마찬가지로 분화구까지는 내려가지 못한다. 안타깝지만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분화구 주변에 나무가 울창하다. 좀 나무가 많이 빽빽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아부 오름은 다른 오름들보다 오르막 구간이 짧아서 전체적으로 주변을 멀리 조망할 수 있는 높이는 아니다. 하지만 멀리 나지막한 구릉 사이로 한라산을 볼 수 있다.
올라가는데 5분 정도 걸리고 분화구를 한 바퀴 도는데 아주 느린 걸음으로 20분 정도 걸렸다. 힘들이지 않고 돌아볼 수 있는 오름이다.
이렇게 2021년 10월에 우연히 들른 제주에서 만난 오름에 대한 소개를 마친다. 이번에 오른 여섯 개의 오름이 각각 개성이 있어서 느낌이 다 달랐다. 화려한 곳도 있고, 소박한 곳도 있다. 은은한 매력이 있는 오름도 있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오름도 있다.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번에는 여섯 곳을 올라갔지만 기회가 되면 더 많은 오름을 올라가 보고 싶다. 기왕이면 가까운 오름들을 걸어서 다녀보는 코스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