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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un 18. 2024

나초 치즈 차우더

2023.11.04.토요일

한가로운 토요일. 늦잠을 자고 일어나 방 청소를 했다. 방 청소를 하는 김에 거실과 주방, 화장실을 물티슈와 밀대로 한바퀴 닦아냈다. 속이 다 시원하다. 지난 주에 일본 친구가 청소기로 공용공간을 청소했고 이번 주에는 내가 물티슈로 밀었다. 물론 공용 공간은 일주일에 한번씩 하우스키퍼들이 청소를 해준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으로는 아무래도 청결을 유지하기에 부족하다. 그래서 내가 이따금씩 주말에 물티슈나 청소기로 청소를 하는데 일본 친구도 비슷한 주기로 청소를 한다. 아무래도 10대인 다른 학생들보다는 나이가 좀 있는 우리가 좀더 청소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청소 후에 어제 사온 재료들로 국적불명의 요리를 만들었다. 기본 베이스는 크램차우더(캔)이다. 거기에다가 버섯(캔), 브로컬리 스프(가루)도 넣었다. 그리고 양파와 각종 야채, 물을 추가해서 끓였다. 그리고 치트키로 나초치즈를 넣었다. 나초치즈는 주로 나초과자을 찍어먹는 용도인데 이것을 요리에 추가하면 기가 막힌 맛이 난다. 저번에 미국 친구 M이 감자로 만드는 요리를 보고 한번 응용해본 것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국적불명의 요리. 나는 이것의 이름을 '나초 치즈 차우더'라고 부르겠다. 먹어보니까 아주 제법 맛있다. 뭔가 서양요리인데 스튜와 스프의 중간쯤 되는 것 같다. 빵이랑 먹으니까 근사하다. 다만, 건강에 좋을 것 같지는 않다. 



재미난 요리 놀이를 하고 나서 컴퓨터 게임을 좀 하다가 밋업(한영 언어교환) 모임에 나갔다. 매번 다니던 길이 아닌 아래쪽 길을 걸으니까 색다른 느낌이 든다. 그런데 어느 길의 모퉁이에 오래된 집들이 몇 채 있을 것을 보았다. 빌딩 숲 사이의 오래된 집이 있으니까 눈에 확 띈다. 뭔가 했더니 1900년대 초반 이 일대의 노동자 계층의 집을 보존해둔 것이다. 이 동네를 많이 싸돌아 다녔지만 이 집들은 처음 본다. 음. 남은 기간동안 심심하면 동네 골목 투어를 해봐야겠다. 물론 심심할 틈이 없을 것 같지만. 




모임 장소에 가서 또 2시간동안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도 역시 영어 능력자들이 많이 와서 나는 듣기 연습을 아주 많이 했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알아듣는 편이다. 약 80%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다. 영어 원어민들의 빠른 말은 간간히 놓치지만 그래도 대충의 맥락은 파악이 된다. 정말 간절히 바란다. 모두 알아들을 수 있기를.

오늘 만난 사람 중에 칠레 사람이 있어서 물어보았다. 나의 회화 수업 동료인 칠레 친구가 그러는데 칠레는 점심을 제대로 차려 먹고 저녁은 가볍게 먹는다는데 정말인가? 맞단다. 점심에는 빵과 고기, 샐러드를 곁들여서 정찬을 먹고 저녁은 아주 가볍게 먹는단다. 그렇구나. 그래서 칠레 친구가 여기 홈스테이에서 주는 가벼운 샌드위치는 점심이 아니라고 말한 것이로군. 대부분 사람들이 겨울에 밴쿠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로 고민하고 있다. 겨울에 여기 현지인들은 대부분 스키를 즐긴단다. 스키를 타지 않는 사람들은 별로 할 것이 없다. 나는 다행히 겨울이 오기 전에 이곳을 떠난다. 이곳의 겨울은 12월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란다. 물론 지금도 아침저녁으로는 춥지만 그래도 낮에는 걸을만하다. 아직 하이킹을 할 수 있으므로 내일 날씨가 좋으면 하이킹을 가야겠다. 


집에 와서 미국 친구 M, 일본 친구 K와 함께 2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다. 오늘은 나의 대만친구 J가 약속이 있어서 합류하지 못했다. M이 다음 주에 자신의 엄마가 자기를 보러 오는데 우리의 이 토요일 모임에 함께 참여해도 되냐고 묻는다. 당연히 가능하지. 우와. 다음 주에는 미국 가족과 함께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어쩌냐, 나는 지금도 M의 말 중에 40% 정도 밖에는 못알아듣는데... 그나마 40%도 문장 단위가 아니라 단어를 듣고 유추하는 수준이다. 뭐, 이해해주겠지. 우리는 오늘 하루 뭐했는지부터 시작해서 내일 계획, 요리 재료, 쇼핑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 모임이 끝난 후 내일 산책할 장소를 검색했다. 전에 캐나다 친구가 추천해준 곳을 한군데 찜했다. 부디 내일 날씨가 좋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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