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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un 17. 2024

수학은 싫어

2023.11.03.금요일

문법 수업

오늘은 교사 M이 회의에 가야해서 보강교사가 들어왔다. 그는 어제 배운 부사절에 대해 좀더 자세히 설명을 하고 나서 연습문제를 풀도록 했다. 연습문제 중에서 일부는 의미 파악이 명확하게 되지 않아서 푸는데 애를 먹었다. 교사가 뭔가 설명을 하긴 했는데 말이 너무 빨라서 오히려 더 헛갈렸다. 이런 것을 설명할 때는 왜 다들 말이 빨라지지? 

몇 문제는 수업 시간 중에 해결이 되지 않아서 점심시간에 다시 복습해 보았다. The students were spoken to as they would be if they barely spoke any English. 이 문장이 특히 헛갈렸다. 대부분 아는 단어라서 쉬울 것 같지만 문장 구조가 너무 복잡하다. The students were spoken to 학생들이 대화하다, as they would be 그들이 그랬을 것처럼, if they barely spoke any English 그들이 영어를 거의 못했다면. 이것을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가? 결국 번역기에 넣고 돌리니까 '학생들은 영어를 거의 못하는 것처럼 대화를 나누었다.'라고 한다. 이것을 부사절을 사용해서 고치면 'As if the students barley spoke any English, they were spoken to.'라고 하면 될까? 내일 미국 친구에게 물어볼까?

수업이 끝나고 나오는데 멕시코 친구 한명이 심각하게 나와 일본 친구를 부른다. 그는 문법교사 M의 수업이 설명을 너무 많이 안해주고 빠르며 특히 몇 명만 좋아해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학원의 교장에게 이 문제를 말했는데 교장이 다른 학생들도 그렇게 느끼는지 알아야겠다고 했단다. 그래서 우리에게 각자 자신의 나라 어드바이저에게 M의 수업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말해달란다. 나는 최근에 좀 나아졌다고 느꼈지만 다른 학생들은 여전히 M에게 불만이 많은 듯하다. 새로 합류한 친구들에게 어떤지 의견을 물어보니까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 버겁다고 한다. 그리고 많이 불친절한 것 같아서 질문하기 어렵단다. 아무래도 한국 어드바이저와 한번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듣기 수업

오늘은 프리젠테이션의 날이다. 이번 주의 토픽은 AI로 인해 학교에서는 어떤 과목이 중요해질지 혹은 미래의 유망 직업은 무엇인지, 그 이유를 말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미래의 직업을 선택해서 세 가지를 소개했다. Big Data Engineer 빅 데이터 기술자, Robotics Engineer 로봇 기술자, Computer Vision Engineer 컴퓨터 시각 기술자. 각각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소개하고 왜 이 직업들이 중요하게 될 것인지 이유를 간략하게 말했다. 정말 간단하게 말했다. 그 와중에 농담 포인트도 넣었다. 

I know the AI is based on big data. Big data engineer and data analysist will be very important jobs. So math will become very important in school. I can`t get this job. Because I really, really hate math. 나는 AI가 빅데이터 기반한다는 것을 안다. 빅 데이터 엔지니어와 분석가는 중요한 직업이 될 것이다. 그래서 수학은 학교에서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나는 이들 직업을 가질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수학을 아주 아주 싫어한다. 

이랬더니 다들 웃으면서 여기저기서 나두나두 수학이 싫어라는 반응이 나왔다. 다들 발표를 하고 나서 그룹을 지어서 좀더 이야기를 나누고 수업이 끝났다. 




읽기와 쓰기 수업

오늘은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주간 과제를 제출했다. 그리고 우리는 내용 확인 연습문제를 풀었다. 교사는 우리가 문제를 푸는 동안 우리의 과제에 대한 리뷰를 달아주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각자 자신의 과제를 돌려받았다. 점수가 써 있을 줄 알았는데 점수는 없다. 아까 보니까 점수를 매겨서 입력하는 것 같았는데 여기에는 써주지 않았다. 뭐 나에게는 점수가 큰 의미가 없어서 상관은 없다. 예전에는 과제를 돌려받으면 많은 부분이 빨간펜으로 수정되었는데 이번에는 일부만 수정되었다. 주제가 쉬운 음식 이야기라서 그런 듯하다. 



점심시간

밥을 먹고 나서 2층에 가서 한국인 어드바이저를 만나서 문법 교사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나는 최근에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교사의 설명이 부족하고 불친절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일부 학생을 편애하는 것도 여전하다. 이 내용을 이메일로 써서 보내주면 번역해서 무슨 회의그룹에서 공유해보겠단다. 아마도 멕시코 학생이 교장에게 갔으므로 이 문제를 회의에서 다룰 것 같다. 이따가 집에서 이메일을 보내기로 했다. 음. 마음이 좀 무겁군. 나는 역시 갈등 상황에 취약하다. 



회화 수업

오늘 교사 미팅 때문에 교사 R도 수업에 들어오지 못했다. 보강교사가 들어와서 함께 게임을 했다. 그룹을 지어서 함께 퀴즈 게임을 했는데 몇 가지 문제는 여행을 많이 다닌 나에게 유리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우리 그룹에 영어 능력자들이 좀 있어서 일방적으로 우리 그룹이 앞서 나갔다. 게임 중반에 안되겠다 싶어서 나는 일부러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다들 즐겁게 게임을 했다. 누가 이기는 것에 별로 개의치 않고 문제 맞추기를 즐겼다. 이래서 나는 이 수업의 학생들이 참 좋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한동안 교실을 떠나지 못했다. 오늘이 마지막인 친구가 있어서다. 깃발에 작별인사도 써주고 함께 사진도 찍으면서 아쉬운 인사를 나누었다. 끝내 칠레 친구가 울음을 터뜨렸다. 고등학생인 칠레 친구에게는 이런 이별이 참 힘들 것 같다. 다들 울지 말라고 위로해주었다. 인스타그램으로 화상통화도 할 수 있고 친구의 나라에 놀러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외국 친구들과 다시 재회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만나고 헤어지고 이게 인생이다. 하지만 그걸 아직 10대의 천진난만한 칠레 친구에게 말해주기는 어렵다. 영어라서 어려운 점도 있지만 이런 냉정한 현실을 말하는 것이 더 어렵다.



수업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장을 봐왔다. 이제 냉장고가 비어간다. 주말에 요리할 재료들을 잔뜩 사왔다.  간단히 냉장고를 정리하고 나서 밋업 영어회화 모임 장소로 향했다. 오늘도 카페가 가득가득찼다. 나는 1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커피 주문하는 줄이 길어서 밖에서 기다리다가 들어가야했다. 아는 친구들이 모여앉은 커다란 테이블에 앉아서 수다를 떨었다. 옆 사람과 떠들기도 하고 그러다가 앞자리 사람과 떠들기도 했다. 한국 사람, 일본 사람, 사이프러스 사람, 캐나다 사람, 대만 사람 등이 함께 테이블에 앉았다. 아는 친구들이 많아서 지나가면서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하도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좀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내가 여기 온 초반, 영어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던 친구가 와서 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내 영어가 많이 늘었다고 칭찬도 해주고 곧 다가올 이별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모임이 끝나고 집에 와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중간에 미국 친구와 일본 친구가 귀가해서 함께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본 친구가 내가 떠나기 전에 집에서 파티를 하면 어떨까 제안했다. 그러면서 내가 부르고 싶은 친구를 초대하란다. 오, 그럴까? 내가 떠나기 전 주 일요일 점심에 파티를 하자고 했다. 파티라고 해도 가볍게 식사를 하는 정도지만 그래도 재밌을 것 같다. 이런 제안을 해준 일본 친구가 고맙다. 안그래도 기숙사측에서 이메일로 채크아웃 하기 전에 기숙사의 내 방을 한번 점검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이제 정말 이곳을 떠날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다. 이제 딱 3주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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