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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un 15. 2024

절을 배우자

2023.11.02.목요일

문법 수업

오늘은 구, 절, 문장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나서 절의 종류를 배웠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 들었던 형용사절이나 명사절 이런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배운 방식은 일본을 통해 들어온 영문법에 근간을 두고 있다. 그래서 서양의 영문법과는 좀 차이가 있다. 여기서도 또 한번 그 사실을 확인했다.

relative clause는 번역하면 관계절이다. 이것은 명사에 대해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단다.  The man who lives down stairs is my friend. 여기서 who lives down stiars는 man을 설명해주는 관계절이다. complement clause는 번역하면 보완절이다. 이것은 동사에 대해 설명해준다. I think that she is working. 여기서 that she is working는 think를 설명해준다. adverbial clause는 부사절이다. 이것이 오늘의 메인 문법이다. 부사절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부사절이 맞다. When I went home, he was having a dinner. 여기서 when I went home은 시간의 부사절이다. 그리고 이들 절은 모두 종속절이다. 명사나 동사에 귀속되거나 시간이나 원인을 보조적으로 설명해주는 절이라는 의미다. 

오늘은 부사절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웠다. 시간, 원인, 대조, 조건의 네 가지 부사절을 글에서 찾고 다른 표현으로 바꾸어 보는 것을 했다. 역시 절 부분은 어렵다. 평소 잘하던 학생들도 이 내용은 어려워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활동을 시키고는 한명씩 찾아다니면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개별지도를 해주었다. 교사 M은 이제 외국인 학생을 이해하는 진정한 교사가 된 것 같다. 나에게도 이해했는지 물었는데 이해는 했지만 글 속에서 찾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이론보다 실전이 어렵다.




듣기 수업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새로 합류한 일본 학생들이 교사에게 내일의 프리젠테이션에 대해 물어본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 긴장이 많이 되나보다. 그런데 교사가 외우지 않아도 되고 종이나 휴대폰에 발표 내용을 써와서 보면서 읽어도 된다니까 너무너무 좋아한다. 그나저나 내일의 발표 준비는 오늘 도서관에서 해야겠다. 오늘도 방송을 듣고 문제를 풀었는데 그럭저럭 풀었다. 



읽기와 쓰기 수업

오늘도 본문의 내용을 확인하는 연습문제를 풀었다. 그리고 나서는 단어들 몇 개의 의미를 분석해서 매칭시키는 연습을 했다. 학생들에게 문제를 설명하고 풀 시간을 주고 나서 한 명씩 돌아가면서 답을 말하도록 시켰다. 그런데 이 교사는 학생들을 지명하는 방식을 좀 바꿀 필요가 있다. 외국 학생들이라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우니까 학생을 지명할 때 손으로 가리킨다. 가끔은 문장을 따라잡느라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으면 나를 시키는줄 모를 때도 있다. 어휴. 답답하다. 다른 교사들은 대부분 학생들 이름을 익히느라 애를 쓴다. 도저히 외울 자신이 없으면 최소한 이름표를 만들어서 앞에 놓도록 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 교사는 아예 이름을 부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조만간에 이름표를 만들자고 제안해야겠다.



점심시간

오늘은 학생 라운지에서는 프로젝터로 에니메이션 '코코'를 보여주었다. 덕분에 밥을 먹으면서 즐겁게 감상했다. 알고보니 멕시코 고유의 명절인 '망자의 날'이 10월31일부터 11월2일까지인데 멕시코 학생들을 위해서 이 에니메이션을 보여준 것이다. '코코'는 망자의 날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한참 재밌게 보고 있는데 아쉽게도 다들 수업에 들어갈 시간이 되어서 교사가 중지시키고 나서 이따가 정규수업이 다 끝나면 다시 틀어주겠단다. 대만친구가 이따가 보충수업에 들어가지 말고 이것을 이어서 보자고 하는데 나는 거절했다. 에니메이션은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다. 보충수업은 다시 반복할 수가 없다. 내가 언제부터 이런 모범생이었던가?

대만친구와 함께 문법 복습을 하는데 아무래도 이 친구가 종속절에 대한 개념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그것부터 확인했다. 주절과 종속절의 관계를 알아야 그 기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또 대등절과도 헛갈리지 않을 것 같아서다. 다행히 영어로 이 부분을 자세히 설명한 자료를 찾아서 함께 확인하면서 내용을 익혔다. 덕분에 나도 다시 한 번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다.



회화 수업

오늘도 발명의 그룹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 토론을 했다. 역사적인 발명품 중에 인류에게 도움이 된 것들과 반대로 인류에게 해로운 것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보고 그 이유를 설명하란다. 역시 이유 설명이 중요하다. 우리 그룹은 좋은 발명품은 인터넷, 백신, 카메라, 비행기를 선택했고 나쁜 발명품은 무기, 플라스틱 포장, 마약을 선택했다. 재밌는 것은 이번에도 그룹별로 접근 방식이 달랐다는 점이다. 다른 그룹은 불, 종이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발명품을 선택했다. 서로 다른 시선, 다른 관점이 신기하다.

개인활동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꾼 발명품에 대해서도 발표했는데 나는 컴퓨터 게임을 선택했다. 어떤 친구는 곱슬머리를 위한 자동 헤어드라이어를, 어떤 친구는 컵라면을, 어떤 친구는 구독서비스 제도를 선택했다. 여기서도 아주 다양한 성향들이 잘 드러난다. 다양한 학생들이 섞여 있어서 더 재밌다.



보충 수업

오늘 보충수업은 아파트와 주택 등의 사는 장소에 대한 주제를 다루었다. 첫 대화가 아주 재밌었다. 부자동네에 불이 나서 30채의 집이 불에 탔다는 뉴스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집을 잃은 사람들이 안타깝네.', '왜?', '그들이 집을 잃었으니까. 너는 안타깝지 않아?', '응. 나는 부자들에 대해서는 안타깝지 않아.', '너는 부자들을 몇 명이나 알아?', '하나도 몰라.' 나와 교사는 내용을 읽고 키득거리면서 웃었는데 다른 학생들은 웃지 않는다. 아! 이게 서양식 조크인데 안 웃긴가? 그러고 보니 내가 그 사이 서양식 조크에 익숙해졌나? 

어쨌든 오늘도 참 유익한 내용을 많이 배웠다. apartment는 미국식 표현이고 여기는 condo(minium)이라고 한단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협소주택처럼 좁은 공간에 2층 혹은 3층으로 지은 집은 townhouse라고 한단다. 집을 살 때 20percent down이라고 하면 그것은 현금으로 줄 돈이고 나머지는 mortgage payment to the bank 즉 은행 융자로 내는 것이란다. 가령 집값이 100만달러라면 20만 달러는 현찰로 주고 80만 달러는 은행 융자로 다달이 갚는 방식이란다. 우리나라도 비슷하지 않나?

대화를 서로 번갈아 읽으면서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발음도 교정받고 상식적인 단어도 배우니까 아주 유익하다. 교사는 우리의 발음이 나날이 좋아지고 문장도 좀 유창하게 읽으니까 아주 좋아한다. 그래. 일취월장하는 학생들의 배움을 보는 것이 교사의 즐거움이지. 




오늘은 혼자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했다. 대만친구는 코스트코에 쇼핑을 하러 간단다. 같이 가자고 하는데 나는 거절했다. 이제 곧 떠날텐데 거기 가서 뭔가 사올 필요는 없을 듯하다. 모처럼 중앙도서관에 갔다. 그동안은 대만친구와 함께 근처의 대학도서관에 갔었다. 거기가 시설은 더 최신식이라 좋지만  나는 중앙도서관의 중후한 맛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자리에 가서 신나게 공부를 했다. 

아까 부사절을 복습할 때 살짝 헛갈린 부분을 다시 확인하고 문제를 다시 풀어보았다. 그리고 읽기 시간에 배운 본문의 단어도 정리했다. 그리고 듣기 수업의 발표 준비도 했다. 이번 주 월, 화, 수에 모두 일이 있어서 저녁 시간에 공부를 못했더니만 공부거리가 밀렸다. 정신 차리자. 

한참 공부를 하고 나서 TooGoodToGo로 커다란 저녁식사 박스를 받아왔다. 이제는 해가 지면 날씨가 많이 추워져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여름이라면 걸었을 것이다. 하지만 추워지면서 걸음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이러다가 다시 살찌는거 아냐? 조심해야겠다. 각고의 노력 끝에 뺀 살이다. 다시 찔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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