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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un 14. 2024

언제쯤 친해질까?

2023.11.01.수요일

문법 수업

오늘도 phrasal verbs 구동사를 배웠다. 동사와 전치사 사이에 목적어가 들어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연습 문제를 풀었는데 넘나 어렵다. 뭔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익숙해져야 한다. 아직 영어랑 그만큼 친하지 않아서 어렵다. 언제쯤 이 친구와 친해질까? 

연습 문제를 몇 개 풀고 나서 게임을 했다. 게임은 Things~라는 것인데 카드를 뒤집어서 거기에 적힌 ~것에 대해 자신의 답을 종이에 적는 것이다. 질문이 재밌는 것이므로 답도 재밌는 것으로 적으라고 했다. 가령 '버스 안에서 하면 안되는 것'이라면 노래부르기, 걷기 등의 답이 가능한데 좀더 재밌는 답으로 수영하기, 샤워하기 등을 적을 수 있다. '실험하면 안되는 것'에 대해 나는 '새로운 레시피 개발'이라고 썼다. 다들 격하게 공감한다. 하하. 교사가 질문과 답을 하나씩 확인했는데 역시 나이든 사람들이 쓴 답은 좀 재미가 없다. 젊은이들의 답이 좀더 재미있었다.



듣기 수업

요 며칠 듣기 수업의 문제풀기가 너무 부진했는데 오늘은 좀 나아졌다. 비교적 쉬운 단어들이 사용되었고 상황도 파악하기 쉬운 내용이었다. 학기가 끝난 학생이 이제 '자유'라고 외치는데 엄마가 성적을 확인하는 내용이다. 어느 나라나 엄마와 아들의 대화는 비슷비슷한 패턴을 가진다. 어쨌든 이놈의 귀가 뚫려야 영어로 대화할 때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즉, 영어와 더더더 친해져야 한다. 영어랑 베프가 되도록 친하게 지내자. 




읽기와 쓰기 수업

이번 단원의 첫번째 본문에 사용된 단어를 복습하지 않았는데 연습 문제로 단어 문제가 나왔다. 윽. 역시 게으름을 피우면 바로 그 대가를 치르는구나. 단어 문제를 엄청 헤매고 나서 쓰기 활동으로 넘어갔다. 쓰기는 그나마 좀 낫다. 다만 사전이 있어야 한다. 문단 구조에 대해 교사가 또 한차례 설명을 한다. 이미 아는 내용들이다.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에 주제문을 포함시켜야 하고 그 위치는 첫 문단에서는 마지막 문장으로, 마지막 문단에서는 첫 문장으로 배치하란다. 하지만 나는 주제나 내용 전개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남의 나라 언어를 배우는 입장이므로 지금은 하라는대로 해야지.

나는 마지막 식사라는 주제로 한국 음식 세 가지를 선택하겠다는 작문을 구상했다. 삼겹살, 냉면, 김치찌게. 이건 뭐 거의 외식 코스의 국룰 아닌가? 각 음식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면 되는 것이라 작문하기가 아주 쉽다. 나름대로 잔머리를 굴린 것이다. 하여튼간 나는 쓰기 쉬운 주제 찾아내는 것은 참 잘한다. 



점심시간

점심을 먹고 오늘도 대만친구와 함께 문법 복습에 매진했다. 하나의 구동사가 여러 의미를 가진 경우가 많아서 정리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에휴. 어렵다. 대만친구는 나에게 밴브릿지를 소개해주어서 너무 고맙단다. 어제도 밴브릿지에 가서 설명을 더 들었고 몇 군데의 학교를 추천받았단다. 게다가 밴브릿지에서 그 학교의 직원과 만날 수 있게 해주어서 추가 설명도 들었단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유치원 교사 자격을 얻기 위한 과정에 대해 이제 정확히 이해했단다. 그동안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엄청 답답해 했는데 이 친구의 밝고 자신있는 표정을 보니까 내 기분이 너무 좋다. 역시 테드님에게 연결시켜 주기를 참 잘한 것 같다. 



회화 수업

오늘부터 새로운 단원을 나간다. 우리는 그룹을 지어서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하는데 주제는 발명하기다. 실제로 물건을 만드는 것은 아니고 상상으로 만드는 것이므로 아이디어를 기발하게 내어보란다. 재밌겠다. 본격적으로 아이디어를 생각하기 전에 오늘은 예열하는 활동을 했다. 여러 발명품들이 적힌 리스트를 보고 오래된 것부터 최신 것까지 순서를 의논해서 정해보란다.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의논했는데 교사가 아주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우리 토의가 다 끝나고 하나씩 번갈아가면서 확인했다. 교사는 자신이 아주 흥미롭게 지켜본 이유는 두 그룹의 접근법이 너무 달라서였다고 한다. 우리 그룹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지식을 떠올리면서 순서를 찾았고 다른 그룹은 인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을지 상상하면서 순서를 찾았다. 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구나. 정말 재밌네. 

몇 가지 발명품의 순서는 우리의 예상과 달라서 좀 놀랐다. 달력은 예상보다 늦게 발명되었고 컴퓨터는 생각보다 일찍 발명되었단다. 이래저래 또 상식이 많이 생겼다. 이곳에 다니면서 정말 상식이 아주 많아지고 있다. 



보충 수업

오늘은 문법 보충이 있는 날이다. 교사가 어제 학생들에게 어떤 문법을 공부하면 좋을지 물었다. 대부분 시제 혹은 전치사에 대해 배우면 좋겠다고 했다. 오늘은 전치사에 대해 배웠다. 시간이나 장소를 표현할 때 큰 범위는 주로 in, 중간 범위는 주로 on, 작은 범위는 주로 at을 사용한단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쉬웠는데 그밖에도 장소나 움직임에 사용되는 전치사까지 배우니까 은근 많은 단어들이 사용되어서 복잡해졌다. 대체로 아는 단어들이지만 내 것으로 만들어서 내 문장에 사용하려면 좀더 친해져야 한다. 언제쯤 친해지겠니?



수업이 끝나고 밋업 모임 장소로 향했다. 도서관에 들르기에는 약간 시간이 애매해서 모임 장소인 카페에  일찌감치 가서 공부하려고 곧바로 갔다. 보니까 모임의 주최자가 벌써 와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도 오늘 공부하려고 일찍 왔단다. 그는 이곳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다. 우리는 각자 열심히 공부를 했다. 우리가 공부하는 사이에 다른 친구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늘 이 모임에 처음 온다는 터키 사람이 합류했다. 그녀는 한국 드라마가 너무 좋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어서 이 모임에 와본 거란다. 아주 잘 찾아왔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한국의 글자가 아주 독특한 구조를 가진 것 같다고 해서 자음과 모음, 글자의 조합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지금은 그냥 즐기면서 단어를 많이 수집하고 나서 문장으로 말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해주었다. 아, 그런데 터키말과 한국말의 어순이 같아서 자기는 배우기 쉬울 것 같단다. 정말? 그러면 비교적 배우기 쉽지.

오늘도 2시간동안 열심히 듣고 말했다. 한국말을 배우는 중인 친구와 한국단어 게임도 했다. 예를 들면 '이'로 시작하는 단어 이어서 쓰기를 했다. 이사, 이직, 이성 등등. 그러면서 그 친구는 한국단어를 배우고 나는 그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를 익혔다. 상부상조다. 

마지막 그룹에서는 게임과 스토리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오늘 토픽 중에 제일 재밌었다. 그런데 얘기를 나누다보니까 내가 최근에는 소설을 전혀 쓰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자각되었다. 그러네. 보통은 뭔가 끄적끄적거리기라도 했는데 요즘은 영어 공부와 일기 쓰기만으로도 벅차서 다른 작업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번달 어학연수가 끝나고 쿠바 여행을 다니면서 나는 또다시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우왕. 벌써부터 신난다. 하지만 이 어학연수가 끝날 때까지 영어랑 친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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