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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un 20. 2024

성격을 바꾸어 주는 사탕

2023.11.05.월요일

문법 수업

오늘 문법 수업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부사절에 대해 연습문제를 푸는 것으로 시작했다. 몇 가지 예문 만들기를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문단에서 틀린 부분 찾기도 곧잘 찾았다. 교사 M이 아주 만족해 한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주말에 이 부분을 살짝 예습을 했다. 그래서 따라갈 수 있었다. 역시 예습과 복습만이 살길이다. 그 다음은 부사절을 6번 사용해서 짧은 글을 써보란다. 헉. 어려울 것 같은데... M은 연습문제에 나온 예문만 잘 활용해도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래. 뭐 시도해보자. 그럭저럭 이곳에 와서 만난 친구와 공부 이야기로 짧은 글을 썼다. M은 학생들이 글을 완성하면 가서 개별지도를 해주었다. 나는 아주 잘 썼다고 칭찬을 받았다. 헤헤. 시제와 단어 등에서 틀린 부분이 없다. 오예!!!



듣기 수업

이번 듣기에서는 조크 즉 농담이 담긴 이야기를 들었다. 학교에 가기 싫은 7살 동생이 항상 아빠가 차에 태워서 학교에 가려고만 하면 울면서 아프다고 한다. 그는 아플 준비를 한단다. 그날도 학교로 출발하려는데 울기 시작해서 아빠가 물었다. 어디가 아프니? 동생의 대답은 학교. 뭐 많이 웃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귀엽게 웃기다. 방송을 듣고 문제도 풀고 스크립트의 빈칸 메꾸기도 했다. 문제는 그럭저럭 반 정도 맞추었다. 여전히 답보 상태다. 지금은 퇴보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주에 전멸했던 부분을 생각하면 지금 이 정도는 아주 양호한 것이다.



읽기와 쓰기 수업

교사가 또 다시 학생들을 지명할 때 손으로 가리키길래 내가 제안을 했다. 각자 이름을 쓴 종이를 앞에 세워두면 교사가 이름을 불러가면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학생들이 이름 카드를 가지고 있다. 다른 수업에서도 이미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주섬주섬 이름 카드를 꺼내서 자신의 앞에 놓았다. 그런데 참 사람의 습관이란 것이 바뀌기 어려운가 보다. 교사는 이름 카드를 두고도 여전히 손으로 지명을 한다.  

이 교사는 오늘도 교재의 연습문제를 충실하게 풀도록 안내한다. 교재에 나온 활동들이 무척 지루하고 재미없는데 하나도 빼먹지 않고 열심히 따라서 수업을 해나간다. 사실 다른 교사들은 내용 확인하는 문제는 건너뛰고 다른 재밌는 활동이나 게임을 통해 내용을 익히도록 하는데 이 교사는 그럴 생각이 없다. 에휴. 나는 문법 교사 M보다 이 교사가 더 심각하다고 본다. 너무나 재미가 없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




점심시간

오늘도 식사 후 대만친구 J와 함께 문법 공부를 했다. 우리는 내일 퀴즈시험에 대비해서 최근 2주간 배운 부분을 쭈욱 훑어 보았다. 우리가 복습하는 도중에 문법 시간에 늘 내 옆자리에 앉는 중국 친구가 와서 어디까지 복습했는지 묻는다. 그리고 퀴즈 문제가 어떻게 나올 것 같은지도 묻는다. 그녀는 대학에 가기 위해 지금 이 코스를 듣기 때문에 시험에 좀 민감한 것 같다. 근데 나와 대만친구도 겨우겨우 따라가는 처지라서 도움이 될만한 정보가 없다. 

공부하다가 잠시 쉴 때, J에게 앞으로 우리 집에 올 때 무얼 사오지 말라고 했다. 너는 그냥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아도 언제나 환영이야. 그러니까 뭘 자꾸 사오지 말아. 그녀는 최근에 코스트코에 가서 쇼핑을 해서 자기에게 신선한 야채가 있어서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나는 너의 마음은 많이 받았고 늘 내가 도움을 많이 받으니까 이제는 그냥 오라고 했다. 그녀는 자신이 나에게 더 많이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살짝 내가 떠난 후가 걱정이 된다. 물론 이 친구에게 또 새로운 친구들이 생기겠지만 우리는 정이 많이 들었다.

오늘은 수업 후에 나와 J는 각자 볼일을 보고 나서 저녁에 뤼미에르(Lumiere YVR)라고 하는 조명으로 예술작품을 설치한 것을 보기 위해 문화예술회관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여기 와서 정말 다양한 축제를 즐기고 가는구나. 신난다.




회화 수업

오늘은 교사 R이 영상을 몇 가지 보여주었다. 어떤 물건을 재밌게 소개하면서 판매하는 유튜버의 영상, 학생들이 자신들이 만든 가상의 발명품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았다. 보니까 이번 발표의 관건은 재미다. 학생들이 만든 가상의 발명품도 기발하고 재밌는 것이고 그것을 소개하는 방식도 아주 신박하다. 결국 우리는 발표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영상을 만들어야 하는 거였어. 그나마 단독 활동이 아니라 다행이다. 물론 만들려고 하면 영상 편집쯤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래뵈도 나름 컴퓨터를 좀 다룰 줄 안다. 하지만 지금 노트북에는 아무것도 깔려있지 않아서(오직 게임만 깔아왔음. 후후후.) 편집기를 다시 찾아서 설치해야 한다. 아, 귀찮아. 노트북 상태도 안좋은데 정 뭣하면 게임을 하나 지워야겠다. 그룹 활동이므로 누군가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드디어 발명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그룹을 정했다. 교사가 무언가 찾는 동안 어떤 학생들이 우리끼리 그룹하자고 손짓을 주고 받는다. 그런데 교사가 제비뽑기를 해서 그룹을 정하겠다고 하니까 그들이 당황을 했다. 그 중 한 학생이 그룹을 우리가 정하면 안되냐고 묻는다. 교사도 당황을 한다. 나는 안다, 교사의 그 마음. 그룹을 정할 때 가장 좋은 것은 마음 맞는 친구와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소외되는 학생이 있다. 그걸 아이들은 잘 모른다. 그냥 내 친구랑 같이 하고 싶을 뿐이다. 교사는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면서 너는 누구와 그룹을 하고 싶냐고 묻는다. 아까 싸인을 주고 받은 학생들이 그룹을 하고 싶다고 했다. 교사는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하고 묻는다. 학생들이 대답을 주저하니까 교사는 가끔 자기는 그룹을 학생들에게 맡기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는 서로 잘 모르고 새로 온 학생도 있고 성격도 다 다르다, 이번에는 제비뽑기를 하는게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학생들은 수긍을 하고 제비뽑기를 해서 그룹을 정했다. 

제비뽑기 결과가 참 재밌게 되었다. 그룹은 총 3팀인데 우리 팀은 학생 신분은 벗어난 직장인들이 모였다. 나머지 팀들은 아주아주 재기발랄하고 젊은 친구들이 그룹이 되었다. 저쪽은 벌써부터 시끌벅적 야단법썩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와 그룹이 된 학생들은 영어 능력자들이다. 게다가 한 친구가 자신이 영상 편집을 할 줄 안단다. 아싸! 한가지 걱정은 덜었다.

어쨌든 우리도 재밌는 아이디어를 내보자고 했다. 한 친구가 제안을 해서 성격을 바꾸어주는 사탕을 발명품으로 선택했다. 예를 들어 수줍음이 많아서 파티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 이 사탕을 먹으면 파티의 인싸가 될 수 있다. 이런 황당한 발명품이 어디 있냐고? 이번 프리젠테이션은 재밌고 웃긴 발명품을 재밌고 웃기게 발표하는 게 관건이다. 다른 팀들의 내용도 기대가 된다. 오늘은 아이디어만 짰다. 내일부터 시나리오도 쓰고 역할 분담도 해야 한다. 재밌겠다. 



보충수업

오늘은 관용표현에 대한 보충수업이 있는 날이다. 이 수업의 교사는 말을 아주 또박또박하게 해서 알아듣기가 쉽다. 오늘도 재밌는 관용표현을 배웠다. not my cup of tea: not of my liking 이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의미란다. This movie is not my cup of tea.  이 영화는 내 스타일이 아니야. To get cold feet: to suddenly feel nervous about doing something 이것은 갑자기 긴장이 된다는 의미다. I got cold feet before the presentation. 발표하기 전에 나는 긴장되었다.

예시 영상 중에 가끔 프렌즈(미국의 드라마) 영상이 사용되었는데 교사가 프렌즈의 등장 인물 중 Chandler Bing(첸들러 빙)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얼마 전에 사망했다고 한다. 저런... 교사는 자신은 프렌즈와 함께 성장했다고 한다. 프렌즈는 나도 영어 공부를 위해서 열심히 시청한 드라마다. 너무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재밌는 내용이다. 그래. 오래되긴 했지. 

수업이 끝나고 나서 한인 마트에 가서 카레용 고기를 사가지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카레를 할 것이다. 이게 여기서 만드는 마지막 카레가 될 것이다. 카레 재료를 준비해 놓고 잠시 숙제를 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비가 와서 나오기 싫었지만 대만 친구 J와 문화예술회관 앞에서 만나서 뤼미에르를 보기로 해서 나와야했다. 그래도 아주 많이 춥지는 않다. 비도 많이 오는 것은 아니고 부슬부슬 내린다. 

예술회관 앞에 가보니까 여러가지 설치물들이 빛을 내고 있다. 어떤 작품은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문 안의 장면이 바뀌는 것도 있다.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시늉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다. 어떤 작품은 화려한 치마같은 혹은 문어다리같은 것도 있다.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단연코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작품은 불을 내뿜는 용이다. 사람들이 체험형으로 직접 불을 내뿜게 할 수도 있다. 역시 사람들은 불놀이를 좋아한다. 밤에 오줌쌀라 조심해라. 하.하.




다른 장소에도 여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는데 모두 J와 나의 집과 반대 방향이다. 거기까지 찾아가기는 귀찮아서 여기 작품만 본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J와 함께 걸어오면서 수다를 떨다가 헤어져 집으로 왔다. 소고기를 듬뿍 넣은 카레를 만들었다. 문득 고추가루를 넣어서 맵게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요며칠 치즈를 잔뜩 넣은 느끼한 '나초치즈 차우더'를 먹은 후유증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고추가루를 넣었다. 오, 역시 고추가루를 넣으니까 매운 맛 카레가 되었다. 신난다. 매운 카레를 먹으면서 느끼함을 달래야겠다. 남은 쌀로 밥도 했다. 이것이 이곳에서 하는 마지막 냄비밥이다. 이제 남은 기간 동안은 가급적 식재료를 사는 것을 자제해야겠다.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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