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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un 23. 2024

기막힌 발명품들

2023.11.09.목요일

문법 수업

보강교사가 들어왔다. 교사 M은 결강하게 되면 미리 이야기를 해주는데 오늘은 갑작스럽다. 무슨 일일까? 오늘 만난 보강교사는 전에 회화수업을 한달동안 담당했던 교사다. 그녀는 한국에서도 한동안 살았다고 했다. 그리고 연극배우를 주로 하는데 가끔 이렇게 보강교사로도 활동한다고 했었다. 그녀의 발음이 아주 명확하고 수업도 재밌게 해서 나는 아주 만족했던 교사다. 그녀도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한다. 

어제의 숙제를 옆짝꿍과 서로 비교해보고 나서 학생들이 한 명씩 답을 말하면서 재차 확인을 했다. 형용사절에서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관계대명사와 동사를 채워 넣는 문제는 제법 잘 풀었다. 하지만 본문을 읽고 틀린 부분을 고쳐쓰는 문제는 엄청 해메었다.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되지만 막상 내가 찾으려면 잘 보이지 않는다. 




듣기 수업

오늘은 다음주 월요일 공휴일인 리멤버 데이에 대한 유투브 영상을 보고 나서 엄청나게 긴 빈칸 메꾸기와 문제를 풀었다. 유투브 내용은 얼추 이해가 되었다. 세계 1차 대전에서 많은 병사들이 죽거나 다쳤고 한 영국 장교가 시를 썼는데 그 모티브가 된 것이 Poppy(양귀비)라는 꽃이란다. 죽어간 전우들을 기리는 시에서부터 출발하여 오늘날 양귀비꽃은 죽어간 병사들을 기리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단다. 그리고 1918년 11월 11일 11시에 1차대전의 휴전 협정이 맺어져서 이 날을 추모의 날로 정하였단다. 대략적인 내용은 파악이 되지만 세세한 질문에 대한 답이나 빈칸을 메꾸는 것은 어렵다. 게다가 나는 스펠링에는 완전 꽝이다.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서는데 한숨만 나왔다. 에잇 이놈의 듣기... 어떻게 하지?




읽기 수업

내일 제출할 쓰기 과제를 쓸 시간을 10여분 주더니 이어서 갑자기 퀴즈 시험을 본다. 예고도 없이. 이 교사는 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람은 착한 것 같은데 좀 어눌하고 요령도 없고 상황 파악도 느리다. 에휴. 착하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갑작스러운 시험에 다들 당황했지만 뭐라 항의하지도 못하고 그냥 시험을 보았다. 윽. 객관식이 아니라 죄다 주관식이다. 게다가 짧은 글짓기도 있다. 에라 모르겠다. 단어의 의미가 오락가락해서 대충 풀었다. 시험을 다 본 사람은 자기에게 제출하고 쓰기 활동을 마저 하란다. 교사가 채점해서 내일 주려나 보다. 에휴!




점심시간

대만 친구와 함께 밥을 먹고 있는데 새로 학원에 나타난 일본 고등학생들이 주변에 앉아 있다가 나에게 어디서 왔는지, 지금 먹는 것은 카레인지, 직접 만든 것인지 등을 묻는다. 그리고 여기 캐나다는 마음에 드는지 등도 묻는다. 영어로 뭔가 말하고 싶은 것 같다. 희한하게 외국의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은 나에게 영어로 말을 걸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자기들 말을 잘 받아줄 것 같아서 그런가보다. 짜식들 보는 눈은 있군. 그래. 예전에 나의 제자들이 말했었다. 내가 자기들 말을 잘 들어준다고. 그래. 내가 아이들 말은 잘 들어주는 편이지. 그런데 아이들 말 듣기는 잘 되는데 왜 영어 듣기는 잘 안되는 걸까? 




회화 수업

오늘은 우리가 그동안 만든 발명품 소개 영상을 발표하는 날이다. 우리 발명품도 기발하지만 역시 젊은이들의 작품이 더 기똥차다. 우리의 것은 성격을 바꾸어주는 캔디다. 파티에 가기 소심한 사람이 캔디를 먹으면 파티 피플로 변신한다. 우아한 클래식콘서트 장에서 말많은 사람에게 캔디를 주면 조용한 청중으로 변한다. 다른 그룹의 발명품은 치팅 안경이다. 시험장에서 답을 보여주는 안경이란다. 안경만 쓰면 수학문제도 영어문제도 다 풀 수 있단다. 와우. 정말 이런게 발명되면 대박이겠다. 또다른 그룹의 발명품은 텔레파시 귀걸이다. 대판 싸우고 난 친구에게 사과의 말을 직접하기 쑥스러우면 이 귀걸이를 하고 말하면 텔레파시가 전달된단다. 아무도 없는 장소에서 다쳐서 못걷게 되면 텔레파시로 도움도 청할 수 있단다. 하하. 다들 영상도 재밌고 아이디어도 재밌다.

교사는 다들 너무 잘했다면서 칭찬을 듬뿍 해주었다. 우리 팀은 계획을 잘 세우고 스크립트도 잘 준비했고 특히 연기를 아주 잘했단다. 나의 연기력도 아주 돋보였다. 내가 이 나이에 연기력이 뛰어나단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이참에 제2의 인생을 배우에 도전해볼까나? 사실 그건 아니다. 국어교사였던 나는 수업할 때 연극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 수업을 많이 했고 내가 시범을 보여야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익숙할 뿐이다. 사실 아무도 안 믿겠지만 나는 매우 수줍음이 많은 편이다. 후후. 다른 팀들은 영상 편집이 수준급이고 여러 친구들을 동원해서 상황극을 해서 칭찬을 받았다. 

우리는 각자 다른 팀들의 작품을 칭찬도 해주었다. 그밖에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영어로 말하는게 제일 어려웠다. 뭐 다른 어려움이 있겠는가? 영어가 문제지. 교사는 이 영상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가 몇 년이 지난 후에 다시 감상해보란다. 아마 오늘의 추억이 아주 잘 느껴질 거란다. 그래. 그럴 것 같다. 정말 즐거운 추억들. 여기서의 생활을 몇 년 후에 돌이켜 보면 마음이 어떨까? 이 일기를 몇 년 후에 읽으면 어떤 마음이 들까? 나는 가슴이 뭉클할 것 같다. 다시 못할 귀한 경험들이다.





보충 수업

오늘은 식당에 대한 회화를 배웠다. 식당에서 주문하는 상황, 전화로 예약하는 상황 등에 대한 대화를 번갈아 가면서 읽었다. 모르는 단어도 배우고 주문할 때 유의점이나 계산할 때 팁 등에 대해서도 배웠다. 일상생활에서 유용한 내용들이다. 다음 번에는 메뉴판과 요리에 대해 공부할 거란다. 그것도 재밌겠다. 




원래 밋업(한영 언어교환) 모임이 목요일에도 모임이 있는데 오늘부터 합류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빗줄기가 굵어지고 추워져서 포기했다. 괜시리 무리했다가 감기 걸리면 곤란하다. 그냥 집으로 왔다. 이제 앞으로 2주가 남았는데 컨디션 관리를 잘해야 한다. 요즘 좀 지치는 느낌이 들어서 고기를 구워 먹고 힘을 내서 숙제를 했다. 그리고 요즘 엄청 해메고 있는 듣기 교재의 단어 공부를 했다. 듣기에 대해 고민을 해 보았는데 조급하게 짜증만 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제부터 한국에 가서 어떻게 영어를 유지할지 고민하면서 출구 전략을 세우고 있다. 장기적으로 듣기 실력을 높이기 위한 작전도 포함해서 전략을 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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