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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un 22. 2024

무례한 사람들

2023.11.08.수요일

아침에 문득 내가 한동안 캐나다 라디오를 듣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라디오를 들으면서 리스닝 연습을 했어야 하는데 나는 그동안 아예 아무것도 듣지 않거나 가끔 팝송을 들었을 뿐이다. 리스닝을 위해서 영어 라디오를 듣는 습관을 들이자. 



문법 수업

오늘 수업에 교장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교사 M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전달된 모양이다. 교장은 수업 후반까지 듣다가 나갔다. 수업 초반은 대만 친구 J가 어제 배운 형용사절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J가 어떤 방식으로 설명할지 궁금했는데 교사 M이 유투브 영상을 이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J도 유투브 영상을 이용해서 형용사절에 대해 설명했다. 머리를 잘 썼다. J의 설명은 10%, 유투브 영상이 80%, M의 추가 설명이 10%였다. 

J의 수업 시연 후에는 M이 미리 준비한 문제지를 나누어 주었다. 우리는 문제를 풀면서 형용사절을 더 익혔다. 나는 처음 문제는 잘 따라갔는데 역시 두번째 문제부터 좀 헤매었다. M은 학생들이 문제를 풀 때 각각 제대로 이해하는지 확인했으나 문제의 답을 확인할 때는 답을 너무 빨리 말하고 넘어갔다. 어떤 문제는 다시 질문했으나 어떤 문제는 도저히 질문할 짬이 나지 않았다. 이따가 다시 복습해야겠다.



듣기 수업

오늘 듣기 방송은 어제 내가 왕창 틀린 문제의 본문이다. 다시 들으면서 빈칸 메꾸기를 하니까 내용이 더 선명하게 이해가 된다. 그런데 내가 틀린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듣기가 문제가 아니라 예시문 분석이 더 문제인 것 같다. 듣기는 제대로 이해했는데 왜 틀렸나 살펴보니까 예시문의 디테일한 부분을 정확히 읽어내지 못해서 틀린 문제가 많다. 듣기를 시작하기 전에 예시문을 읽을 시간을 줄 때 좀더 정확하게 판단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물론 제대로 듣기는 기본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읽기 수업

오늘 교사는 어제 우리가 교재에 작성한 글쓰기 개요를 한 명씩 돌아가면서 확인하고 개별지도를 해주었다. 이때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로마자의 숫자를 영어로 바꾸는 연습을 시켰다. 예를 들면 XVII=17, XXIX=29이다. 나는 숫자를 매우 싫어하지만 어쨌든 이것은 원리만 알면 어렵지 않다. I=1, V=5, X=10, L=50, C=100이다. 다만 V, X, L, C의 앞에 무언가가 나오면 그만큼을 빼고 V, X, L, C의 뒤에 무언가가 나오면 그만큼을 더하면 된다. IX라면 10-1=9이다. XL라면 50-10=40이다. 재밌는 것은 우리가 이 로마자 놀이를 하는 사이에 교사는 학생들의 글쓰기 개요를 개별지도해주었다는 것이다. 나름 머리를 잘 썼다.  



점심시간

오늘도 대만친구 J와 밥을 먹고 있는데 다소 나이가 있어 보이는 일본 사람이 맞은 편에 앉았다. 그녀는 지난 주 토요일에 밴쿠버에 도착했고 이번 주 월요일에 처음 학원에 나왔단다. 나의 첫주가 생각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도 나와 마찬가지로 오후 수업 중에서 발음수업은 듣지 않고 회화수업만 듣는단다. 영어 수업의 어려움을 공감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래. 나이들어 공부하는게 역시 쉬운게 아니야.



회화 수업

오늘 교사 R이 자신의 무용담(?)을 들려주었다. 보아하니까 이 학원의 이사장쯤 되는 사람이 굉장히 강압적이고 직원들을 무시하는 언행을 많이 하는 사람인가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남을 무시해도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무식한 인간들이 어디에나 있지.) 요즘 학원의 교육과정 개편 때문에 교사들이 많이 반발하고 회의도 여러번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어제도 회의를 하는데 이사장이 또다시 교직원들을 무시하는 말을 시작했단다. 교사 R이 빡쳐서 (내가 지금까지 파악하기로 R의 성질도 만만치 않다.) 이사장에게 직설적으로 당신은 무례하고 강압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단다. 엄청 오래 자신과 이사장이 말다툼을 했는데 솔직히 정신줄을 놓아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아마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일수도 있겠다.) 문득, 교장과 대놓고 싸우던 나의 젊은 시절 모습이 떠올랐다. 후.후.후.

회의가 아주 썰렁하게 끝난 후, 자신이 어떤 정신으로 갔는지 모르게 집에 갔단다. 집에 도착할 때쯤 학원의 매니저(우리나라의 교감)에게 문자가 왔는데 많은 직원들이 속시원하게 생각하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단다. 그리고 이사장이 어제 매니저의 사무실에 찾아와서 자신이 정말 그런 강압적인 사람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헐... 어쨌든 오늘 R은 가급적 2층(임원진들이 있는 오피스 공간)에 가지 않았단다. 자신은 이사장과 마주치고 싶지 않단다. 나는 이런 얘기를 학생들에게 솔직하게 하는 것도 신기하고 여기에 맞장구치면서 신나게 듣는 학생들도 신기하고 또 이런 그녀의 모험담을 감정이입해서 듣는 나도 신기하다. 

교사 R가 자신의 무용담을 이야기한 후 이제 우리에게 그룹활동으로 발표 영상을 마무리하라고 했다. 그런데 앞쪽에서 칠레 친구 A가 뭐라뭐라 말한다. 그런데 내용이 심상치 않다. 들어보니까 칠레 친구 A의 홈스테이에서 어제 소동이 있었단다. A가 어제 아침에 좀 늦게 출발해서 서둘러 뛰어서 버스를 타러 가다가 뭔가(아마도 집 열쇠나 도시락통?) 떨어뜨려서 잃어버렸나보다. 귀가 후에 그것을 찾으려고 했지만 이미 없어졌단다. 그랬더니 홈스테이의 가족 중에 아버지와 아들이 A를 비난하면서 거짓말장이라고 욕을 했단다. 그녀가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자 입닥치라고 했단다. 이런 무례한 것들이 있나. A가 울먹하는 것을 보고 교사 R이 화가 나서 홈스테이 가족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나는 A에게 학원에는 각국 언어를 하는 어드바이저들이 있으므로 그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라고 했다. 그러나 A는 남은 기간동안 홈스테이를 옮기지 못할 텐데 일이 더 커질까봐 걱정을 했다. 그래. 우리는 다 알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홈스테이를 옮겨주지 않는다. 자칫하면 A의 입장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너무 화가 난다. 교사 R은 네가 떠날 때 그 가족의 이름을 꼭 말해달라고 했다. 그래야 이런 무례한 사람들로 인해 학생들이 다치지 않게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A에게 너는 아주 좋은 사람이란 것을 우리가 알고 있으므로 그따위 사람들의 말은 신경쓰지 말고 나중에 네가 떠난 후에 우리가 복수해줄거라고 말했다. R과 내가 번갈아 가면서 그들에게 복수를 어떻게 할지, 전화를 할지, 메일을 보낼지 이야기를 나누니까 다른 학생들도 가세해서 그들에게 똑같이 입을 닥치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조금 엉뚱하지만 이런저런 복수 방식을 이야기 하니까 A의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다행이다. 당장 무얼 어떻게 해결해주지 못하더라도 이 어린 학생이 머나먼 타국에서 더 이상 서러운 마음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다보니까 오늘은 강압적이고 무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회화 수업 시간의 대부분이 지나갔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영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내일이 발표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다른 그룹은 대부분 영상 촬영이 끝났다. 우리 그룹은 지금까지 신중하게 의논하여 만든 스크립트를 들고 드디어 촬영을 시작했다. 우리가 발명한 성격을 바꾸어주는 사탕은 세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각 기능대로 세 가지 상황극을 촬영했다. 그리고 제품에 대한 설명과 판매 파트도 촬영했다. 편집을 맡기로 한 학생이 밤에 편집해서 우리에게 메일로 보내주기로 했다. 




보충 수업

회화수업의 상황극을 마무리하느라 보충수업에 늦게 들어갔다. 교사가 아주 반가워하면서 이 보충수업에는 내가 빠지면 절대 안된단다.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기다려주니 고맙다. 오늘은 과거 시제 중에서 단순 과거와 과거 진행에 대해 비교하면서 배웠다. 나는 이미 아는 내용이지만 많은 예시문을 통해서 다시 한번 복습을 했다. 교사는 가급적 많은 예시문을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어떤 학생이 교사에게 그동안 많이 헛갈렸던 시제를 알게 되어서 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교사의 표정이 아주아주 행복해보인다. 그래. 이런 즐거움에 교사노릇을 하는거지.



수업이 끝나고 나서 밋업 모임(한영 언어교환)에 갔다. 오늘도 여러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날씨가 많이 추워져서 그런지 사람 숫자가 조금 줄었다. 그래도 익숙한 사람들과 함께 요즘 무얼 하면서 지내는지, 주말 계획은 무엇인지, 앞으로 무엇을 할 계획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그룹에서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새로 합류해서 한국단어 게임을 했다. 특히 마지막 그룹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죽이 잘 맞아서 한참 이것저것 떠들어댔다. 외국어배우기, 맛집, 요리 등의 화제로 이야기를 했다. 그 중 한 사람은 나와 비슷한 지역에 살고 있어서 우리는 집으로 오면서도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거의 3시간 정도 영어로 떠들었다. 후후. 오늘도 보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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