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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ul 11. 2024

동심결 난리

2023.11.21.화요일

문법 수업

오늘 어제의 시험에 대한 채점을 할 줄 알았는데 내일 교사 M이 채점해서 알려주겠단다. 그러고보니까 이 교사는 학생들에게 채점을 시키지 않는다. 오늘도 진도를 엄청 빨리 뽑는다. 문제를 풀고 나서 답을 정신없이 확인하고 나더니 일부 문제는 숙제로 해오라고 한다. 그리고 다음 단원을 시작한다. 수동태다. 이제 나는 무념무상이다. 못풀면 못푸는대로 풀면 푸는대로 대답하고 고치고 확인한다. 다행히 오늘은 연습문제를 많이 틀리지 않았다. 




듣기 수업

문법 수업을 함께 듣는 일본 친구 H가 울상으로 앉아서 문법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몇 가지 문제를 묻는다. 다행히 내가 아는 것이라서 설명해줄 수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지난 주에 아파서 결석을 많이 했는데 이런 문법 들의 설명을 다 했냐고 묻는다. 그래서 지난 주에 교사가 설명한 부분과 사진을 찍어둔 부분을 인스타그램으로 보내주었다. 뭔가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우리의 대화를 우리 앞에 앉은 일본 고등학생들이 아주아주 열심히 듣는다. 이 학생들은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만나면 반가워서 팔짝팔짝 뛰는 그 학생들이다. 우리의 대화를 들으면서 문법은 어렵다고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나에게 인스타그램이 있다면 자신과 연결해달라고 한다. 그래. 그러자. 인스타그램을 연결하고 나니까 나의 여행 사진들을 보면서 꺄르르 웃고 난리다. 에구. 귀여워라.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듣기 좋다.

오늘도 듣기 수업은 방송을 듣고 단어를 배우면서 지나갔다. 이번 주 금요일 음식에 대한 소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해야 하는데 뭐가 좋을지 고민이 된다. 김밥? 불고기? 잡채? 또 내가 먹고 싶은 것들만 나열한다. 후후. 뭐, 이런 것들은 내가 자주 만들어 먹던 것들이라 설명하기 아주 쉽다. 아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준비하기 한결 편하다. 오늘도 듣기 방송에서 세밀한 부분을 놓쳐서 몇 문제 틀렸다. 그래도 절반보다는 조금 더 맞추었다. 이런 작은 것에 행복하다. 




읽기와 쓰기 수업

오늘 레벨 테스트 하는 날이다. 그럭저럭 풀었다. 확실하게 아는 문제도 있지만 약간 헛갈려서 자신이 없는 문제도 있다. 내용 확인 문제는 평소에는 자신있게 풀었는데 이번 문제들은 좀 치사하게 아주 디테일한 것을 물어서 조금 자신없게 풀었다. 어쨌든 다 풀었다. 문법 시험처럼 시간이 모자라서 찍은 문제는 없다. 그것만도 선방한 거다.  




점심시간

오늘은 다른 코스로 옮겨간 한국 친구들이 와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작별 점심이다. 이렇게 친구들과 매일 작별 식사를 하고 있다. 친구들에게 한국 간식을 선물로 주었다. 친구들은 여기서 산 간식을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한국 친구들은 내년까지 캐나다에서 공부할 것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신나고 즐겁게 공부하고 돌아오길 바란다.




회화 수업

드디어 발표시간이다. 나는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으로 한국의 매듭공예에 대해 역사와 용도를 간단히 소개를 하고 나서 매듭의 모양마다 다양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화 매듭은 행운과 신변보호를, 나비 매듭은 부부의 화합을, 동심결 매듭은 영원 혹은 영원한 사랑을 의미한다. 오늘 동심결 매듭을 배울 거라고 하니까 다들 잔뜩 기대한다. 내가 검토한 것들 중에서 그나마 가장 쉽게 설명한 동심결 매듭 만들기 영상을 보면서 설명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친구들이 아주아주 어려워해서 대부분 실패를 한다는 것이다. 여러번 설명하고 시범도 보였는데 첫번째 매듭 짓기 단계에서 성공한 친구는 칠레 친구 딱 한 명뿐이다. 여러번 반복해서 설명하다 보니까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게다가 일부 남학생들은 섬세한 손작업에 어려움을 느끼고 심지어 손에 쥐가 난다는 학생도 있었다. 

발표를 보통 한 학생당 15분 정도 예상했는데 30분이 훌쩍 지났다. 1단계를 두 명쯤 성공하고 나서 나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고는 다음 친구가 발표를 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원하는 학생은 내가 개별적으로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교사가 다음 시간에 가르쳐달란다. 자신도 성공해야겠다고 한다. 그녀의 승부 근성이 발동한 것 같다. 

정말 한바탕 소란스럽게 동심결 난리가 지난 후 다른 한국 학생들이 발표를 했다. 한 친구는 떡에 대해 설명하고 다같이 시식을 했다. 그리고 한 친구는 공기놀이를 설명하고 시범을 보이고 다 같이 시도해보았다. 내가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다른 한국 친구들 설명이 너무 빠르게 진행된 것 같아서 미안할 따름이다. 그래도 1단계를 성공한 칠레 친구가 자신은 2단계도 배워야겠다고 한다. 후후. 내일 가르쳐줄께.




보충 수업

오늘은 새로운 친구들이 합류해서 다소 시끌벅적하게 수업을 들었다. 오늘의 주제는 길을 묻고 답하는 것이다. 영어 회화를 공부할 때 많이 다루는 주제다. 길을 묻는 다양한 방법들, 용어들을 배웠다. 그리고 길을 알려주는 단어들도 배웠다. 다양한 경우를 다루는 회화를 읽으면서 연습도 했다. 




수업이 모두 끝난 후 나는 아주 오랜만에 전철을 타고 메트로타운으로 갔다. 몇 가지 한국에 가져갈 것들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월마트가 아닌 리얼 캐나다 슈퍼스토어에 가서 한바탕 훑었다. 역시 마트 구경하기는 재밌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시장 구경하는 것과 같다. 물건들을 사가지고 집에 와서 짐들을 다시 정리했다. 다시 한번 느끼는 거지만 따뜻한 나라 여행과 추운 지방 여행을 함께 계획한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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