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3.목요일
문법 수업
오늘은 원인을 의미하는 수동태를 배웠다. 내용이 어렵다. 수동태도 헛갈리는데 그것이 어떤 일들과 인과 관계에 있단다. 빠르게 설명하고 넘어가더니 연습문제를 열나게 달린다. 어렴풋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겠으나 명확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에효. 어렵다.
듣기 수업
어제의 숙제를 확인하고는 구어적 표현들을 배웠다. yup, yea, yeah 등 평소 드라마나 영화에서 듣던 표현들이 나왔다. Okey-dokey는 나의 미국친구 M이 즐겨사용하는 말이다. 모두 긍정적 반응을 의미한다. 반면 nope, nah, no way는 부정적 구어표현이다. 이런저런 표현을 사용해보았다. 그리고 재밌는 단어 퍼즐놀이도 했다. 각기 다른 단어들의 일부를 합쳐서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놀이다. 가령 encourage의 en과 pleasure의 sure를 합치면 ensure(보장하다)가 된다. 이런 놀이를 하니까 스펠링이 조금은 명확하게 다가온다. 좋은 놀이다.
읽기와 쓰기 수업
교재의 진도를 모두 나갔기 때문에 이 교사가 어떤 활동을 제시할지 궁금하다. 오늘은 에드가 알렌 포우의 '까마귀'라는 작품(단편소설)을 나눠준다. 제목을 본 순간, 이게 쉽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에드가 알렌 포우는 영어를 매우 맛깔나게 표현하는 작가다. 소설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작품 원문은 시에 가깝다고 들었다. 운율을 맞추기 위해 여러 낯선 단어들을 사용하고 많은 상징을 사용한다. 따라서 이게 영어 문외한에게는 단어만 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나마 처음 시작할 때 미국의 만화 심슨 가족의 영상을 보았는데 작품의 내용을 거의 담고 있어서 조금은 도움이 되었다. 어쨌든 작품을 읽고 몇 가지 내용을 확인하는 문제를 풀었다. 내용을 아는 나에게도 어려운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무슨 내용인지 이해를 하지 못한 상태이다. 문제 풀기는 그야말로 장님 코끼리 더듬기같은 상황이 되었다.
점심시간
요즘 친해진 친구들과 대만 친구 J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서로 왜 영어를 공부하는지도 이야기하고 앞으로의 계획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대화하는 중간에 일본 고등학생 친구들이 와서 또 즐겁게 인사를 나누었다. 여전히 에너지 넘치고 귀여운 친구들이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발음 수업 시간에 복습을 하려고 했는데 교사 R이 수업에 함께 하자고 해서 교실에 합류했다. 우노 게임이라는 것을 했다. 한국에서는 원카드로 알려진 게임인데 약간 다른 형태의 게임이다. 카드 종류도 다르고 룰로 조금 다르다. 신나게 게임을 했다. 역시 다들 승부근성이 있어서 아주 흥미진진했다. 결론은 교사 R이 이겼다. 그녀는 커다란 눈으로 승리의 기쁨을 즐겼다. 하하. 역시 유쾌한 교사다.
회화 수업
회화 수업시간에는 일본 친구들이 발표를 했다. 일본 어부의 춤에 대해 역사와 의미를 설명했다. 그리고는 유투브 영상을 보고 우리는 함께 몇 가지 동작을 배워서 따라했다. 몸치인 나와 몇 명은 따라하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다들 낄낄 거리면서 즐겁게 참여했다. 내가 보기에는 교사 R이 제일 재밌어한 것 같다.
발표가 끝난 후에는 약간의 시간이 남아서 게임을 했다. things라는 게임인데 전에 배웠던 것이다. 가령 '나를 화나게 하는 것들'이라는 카드가 나오면 다들 재밌는 답을 적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누가 그 답을 적어냈는지 추리해서 맞추는 게임을 했다. 엉뚱한 질문들이 나오는데 아주 재밌는 답들을 쓸 수 있다. '내가 강아지의 등허리를 긁어주면 강아지가 생각하는 것'이라는 질문에 나는 '귀찮게 하지마'였다. 어떤 친구는 '이놈의 인간', '저리가' 등을 적어 냈다. 우리는 누가 이런 답을 적어냈는지 추리해보는 활동을 했다. 다들 재밌는 답을 써 내고 서로 못 맞추는 것을 즐거워했다.
교사는 나에게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다. 회화 수업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까 발음수업부터 참여하라고 권했던 것이다.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서... 나는 모두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나와 친구가 되어 주어서 다들 너무 고맙다. 나는 여기서 너무 행복했고 다들 잊지 못할 것이다. 교사는 나에게 여러 나이대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능력이 있다고 덕담을 해주었다. 수업이 끝난 후 우리는 단체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마지막 회화수업을 끝냈다.
보충 수업
마지막 보충수업이다. 고맙게도 교사는 나를 위해서 여행에 필요한 여러가지 상황들을 선별해서 수업을 준비했다. 그야말로 나를 위한 맞춤 수업이다. 연휴, 휴식, 자리가 비었는지, 짐을 부탁하는 상황, 앞으로 연락하고 지내자는 표현 등등이 오늘의 회화 연습 주제들이다. 열심히 듣고 말하는 연습을 했다. 보충수업 교사는 나에게 그동안 이 수업을 이끌어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내가 더 고맙지. 이렇게 마지막 보충수업을 끝냈다.
수업이 끝난 후 몇 가지 여행에 필요한 볼일을 본 후에 집으로 왔다. 오늘은 정말 짐을 다 싸야한다. 그동안 몇 가지 시뮬레이션을 해보니까 예상보다 더 무겁거나 가방 지퍼가 닫히지 않는 것들이 있다. 버릴 것과 가져갈 것을 다시 정리했다. 내일 아침 일찍 나갈 것을 감안해서 전기장판도 걷어서 트렁크에 넣었다. 그밖에 다시 사용하지 않을 짐들은 정리해서 버렸다. 여러 차례 짐을 이리저리 옮겨서 정리하고 또 여러 차례 분리수거장에 버릴 것들을 버리고 나니까 한밤중이 되었다.
중간에 미국 친구가 와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식사다. 알뜰살뜰하게 마지막 남은 식재료들을 모두 사용했다. 그래도 몇 가지 양념류가 남아서 일부는 미국 친구에게 주고 일부는 앞집에 사는 한국친구에게 주었다. 작지만 소중했던 냉장고와 냉동실의 칸을 비워내었다. 주방의 내 서랍에 있던 짐들도 다 정리해서 버릴 것들은 버렸다.
집을 떠나기 전에 구석구석 사진도 찍고 비디오도 찍었다. 내가 한동안 머물렀으나 이제는 다시 못올 장소다. 뭔가 마음이 뭉클해지는 느낌이다. 정말 이제 이곳을 떠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