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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닝리 May 07. 2021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할까

<생각의 날개> 프롤로그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할까?


그렇지 않다.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조선시대 사람도 바나나 맛을 상상할 수 없고,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원시인도 형광등 불빛을 상상할 수 없다. 바나나 맛이나 형광등 불빛 같은 건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저 위대한 상상력의 대가로 손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조차도 비행기, 자동차, 잠수함 등 시대를 앞선 발명품들을 고안했지만, 휴대전화나 건전지 같은 전자제품을 상상하는 건 불가능했다.


즉, 우리는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범주 이상을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범주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사회의 물질적, 과학적 조건에 의해 좌우된다. 물론 그 인식의 범주는 과학과 사회의 발전에 따라 지금도 계속 확장되고 있다.



우리의 생각은 어디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상상력의 ‘무한함’을 주장할 수 없다면, 최소한 상상의 ‘자유’는 주장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적어도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만큼은 무한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의 생각은 어디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선을 넘을 것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마약을 해도 될까? 담배까진 괜찮을까? 술은? 커피는? 무엇까지 괜찮다는 기준점은 누가 정하는 걸까? 개고기를 먹어도 될까? 소나 돼지는 먹어도 되고 개는 안 되는 이유가 있을까? 그럼 식물은 먹어도 될까? 식물은 괜찮다는 건 너무 동물 중심적 생각 아닐까? 살인을 해도 될까? 살인은 안 된다면서 전쟁은 해도 될까? 그럼 사형은? 안락사는? 낙태는? 어떤 건 해도 되고 어떤 건 하면 안 되는 기준을 정할 수 있을까? 결혼은 늘 한 명과, 이성과만 해야 할까? 결혼을 안 하고 자식만 가져도 될까? 아니면 결혼도 여러 번 하고 자식도 여러 사람이랑 가지는 건 어떨까? 가족이나 친척끼리 결혼하는 건 왜 금지하는 걸까? 성매매를 해도 될까? 그럼 인신매매는? 장기매매는? 뭐가 다르지? 사람의 신체를 사고파는 게 어디까진 되고 어디까진 안 된다고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일까? 종교는 믿어야 할까? 내 종교는 옳고 남의 종교는 틀린 걸까? 아니라면 여러 신을 동시에 믿어도 될까? 우리는 단일민족일까?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배회한 구석기 인류는 우리 민족의 조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애초에 민족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 걸까?


우리는 어디까지 자유롭게 생각해도 좋고, 어디까지 자유롭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그 기준은 변화하는 것일까? 고정불변의 인류보편적 가치라는 게 존재하긴 할까?


이런 질문들에 반사적으로 답을 하려는 순간 우리는 우리가 소속된 시대와 사회, 집단의 윤리적 기준과 가치관이라는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우리의 답변은 모두 특정 시기 특정 문화권의 특정 집단이 가진 가치관이라는 프레임을 통해서만 나오게 되는 것이다. 즉, 우리의 정신은 '내'가 속한 사회적 집단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생각에 날개를 단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스스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유롭다는 생각조차도 자유롭지 않은 것은 아닐까? 과연 생각에 자유라는 게 있을까?


애초에 생각이 아무리 자유로워진들 이 우주에서 미세먼지만큼 미미한 존재인 주제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의 생각이 아무리 자유로워도 우리의 몸은 유한하고 모두 결국 먼지처럼 사라질 텐데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니, 오히려 전 우주적 관점에서는 그 모든 가치관과 논쟁거리들이 먼지만큼도 중요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은 더 마음껏 자유로워도 되는 거 아닐까? 지평선이든 수평선이든 그 '선'을 어디까지 넘어갈 수 있을까?


추락할 운명이어도 태양까지 날아가고 싶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생각의 날개를 상상해 본다.

이 모든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아니 정확히는 이 모든 질문을 던지기 위한 <생각의 날개> 프로젝트.

지금 시작한다.




<생각의 날개> 매거진 (목록보기)

인간의 생각은 어디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자신이 속한 시대와 사회의 가치관과 인식 범주를 어디까지 넘어설 수 있을까요? 우리가 정답이라 믿는 것들이 진짜 정답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습니다. 찾은 답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행위조차 의심합니다. 질문과 의심, 호기심과 자유로운 생각이 우리를 더 높은 차원으로 날게 해줄 거라 믿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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