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카드로 미래를 알 수 있을까?

타로를 배워보자!

by 미닝리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매가 서로 타로 카드를 봐주는 장면에 흥미를 느껴 타로 교재를 사서 독학하기 시작했다.

카드에 담긴 그림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급기야 타로심리상담사 자격증까지 일사천리로 획득했다.


단순히 재미로 시작했던 게 그래도 자격증까지 따고 나니 조금은 더 진지해졌는데,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이걸로 정말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였다.


일단 타로 리더(Tarot Reader) 본인이 이걸 믿을지 말지부터 확실하게 정해야,

다른 사람들에게 타로를 봐줄 때도 운세를 봐주는 일종의 점술로 접근을 할지, 아니면 단순히 심리 상담 기법으로 접근을 할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아무로 지인들에게 재미로 봐주는 게 다라고 해도,

누군가를 실제로 상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건 중요한 문제였다.



| 인생은 결국 랜덤 뽑기


일차적으로 과학적 접근을 해보자면 일단 타로로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카드 뽑기 자체가 확률적으로 랜덤이기 때문이다.

랜덤에 의미나 이유 따위는 있을 수 없다.

이미지 : ChatGPT


하지만 여기서 타로의 점괘가 카드 ‘뽑기 운’에 근거하고 있다는 부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의 인생이란 게 결국은 ‘뽑기 운’ 아니었던가.

우리가 태어난 환경도, 성별도, 지역도, 시대도 결국은 일종의 랜덤 뽑기다.

결국 랜덤 뽑기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노력을 하더라도 운이 좋아서 잘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지지리도 운이 안 좋아서 실패하고야 마는 게 인생이다.

아마 주변을 돌아보면 유달리 운이 좋고, 소소한 것에도 당첨이 잘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거의 대부분이 무사통과하는 벌칙에도 꼭 매번 걸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뽑기 운’에 사실은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면?

우리는 타로 카드를 뽑는 것으로 그 ‘보이지 않는 손’의 흔적을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신이 각자에게 특정한 ‘운’을 부여했다면, 우리의 ‘운’은 카드를 뽑을 때도 똑같이 작동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가 뽑은 타로 카드를 통해 어쩌면 우리가 가진 ‘운’의 단면을 읽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사실 태어난 생년월일시, 즉 사주팔자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는 것과 크게 다를 것도 없는 얘기다.

동양의 점술은 우리의 운세가 생년월일시에 쓰여 있으니 그 법칙을 찾는 공식을 대입해 읽어내려는 것이고,

서양의 점술은 어떤 카드를 뽑는 운을 가진 사람인가를 통해 우리가 가진 운을 읽어내려는 것뿐이다.



| 그리스 로마에서 이어진 ‘신탁’이라는 전통


타로는 서양식 점술이다.

한 장의 타로를 뽑는 것을 ‘원 오러클(One Oracle)’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다시 말해 우리가 뽑은 타로 카드가 곧 오러클, 신탁이라는 의미다.


신탁이라면 서양 문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 로마시대로부터 이어져 오는 유구한 전통이 있다.

그건 바로 신탁의 ‘모호성’이다.


이미지 : 구글 Gemini

신탁의 모호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리디아가 페르시아와의 전쟁을 결정하기 위해 받은 델포이 신탁이다.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는 페르시아와 전쟁을 할지 말지 결정하기 위해 신탁을 받기로 한다.

하지만 워낙 나라의 존망을 가를 중요한 결정인지라 크로이소스는 신탁의 정확도를 사전 테스트하기로 한다.

여러 신전에 ‘자신이 100일 후에 무엇을 할지’ 맞혀보라고 한 것.

이때 오직 델포이 신전만이 정확한 답을 내놓았고, 이에 크로이소스는 델포이에 신탁을 요청한다.

델포이는 “전쟁을 한다면 ‘위대한 제국’을 파멸시킬 것이다”라는 신탁을 내놓는다.

이에 크로이소스는 확신을 가지고 전쟁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참패.

리디아는 함락되고 크로이소스는 화형을 선고받는다.

멸망을 앞둔 리디아가 델포이에 항의하자, 델포이 신전이 내놓은 답변이 가관이다.


“신탁은 어떤 제국이 파멸할 것인지 답변한 적 없다. 그 제국이 리디아인지 페르시아인지 다시 물어보지 않은 쪽이 잘못이다.“


이 무슨 금융상품 약관 같은 소리인가.

어이가 없지만 그리스 로마 문화에서는 이를 신탁의 잘못이 아닌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요약하자면, 신탁보다 신탁의 ‘해석’이 더 중요한 게 서양적 전통이다.

즉, 암호처럼 모호한 문구에서 정확한 해석을 이끌어내는 역량이 필요한 것이다.



| 타로에서 ‘해석자’의 역량


‘해석’의 중요성.

유구한 서양 점술의 전통은 타로 카드에서도 마찬가지다.


타로 카드의 이미지는 유대교, 이집트, 인도 등 여러 문화권에서 유래된 상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상징들은 ‘모호’하다. 좋은 쪽으로 해석할 수 있고, 나쁜 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가령 13번 ‘죽음(Death)’ 카드의 경우 왕을 죽이는 해골 기사가 나타나 ‘당신의 왕국이 파멸할 것’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필연적인 왕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제와, 이를 외면하고 싶어 하는 여인도 그림에 함께 나타난다.

무엇보다 ‘죽음’을 동경하듯 바라보는 아이와 저 멀리 뜨는 태양은

낡은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니 ‘새로운 시대를 받아들이라’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동시에 전하고 있다.


그중 어떤 메시지를 읽어낼 것인지가 해석자에 달려 있다.

결국 타로를 읽는다는 건 신탁을 읽는 것처럼 해석자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석자가 신통방통하지 않다면 미래를 맞히지 못할 것이고, 반대로 신통방통하다면 사실 타로가 아니라 화투나 트럼프 카드를 뽑아도 미래를 맞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결국 타로가 다 무슨 소용이냐,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타로 카드란 그 자체로 신비하고 영험한 물건이 아니라, 삶의 비밀을 엿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 정답은 내 안에 있다


나는 점술도 심리 상담의 일종이라는 주의인데, 타로 카드는 그러한 특성에 더욱 특화된 점술이다.

같은 카드를 보고도 사람마다 상황마다 느끼는 감정과 생각이 다르다.

그 사람이 카드에서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결론도 달라지는 것이 타로다.

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 정답이란 내 안에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겪는 고민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 속에서 나의 무의식적인 감정과 생각이 켜켜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며,

많은 경우 그 고민을 풀어나갈 방법도 결국 내 안에 있다는 것.

진정한 자기 자신과 마주한다면 고민을 헤쳐나갈 힘도 발견할 수 있는 법이다.


타로가 대개 3~6개월 이내의 가까운 미래만 점친다고 말하는 것도 아마 이런 특성 때문일 것이다.

타로는 예언이 아니라, 지금 겪고 있는 문제의 해법을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주는 거니까.


한 알의 모래에서 우주를 본다고 했던가.

타로는 결국 모래알을 통해 내 안의 우주를 들여다보려는 행위다.


타로가 미래를 볼 수 있냐고?

볼 수 있다.

그 미래는 결국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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