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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로운보라 Dec 22. 2019

수다로 성장하는 시간_독서모임

<사려 깊은 수다>

띠지에 쓰여 있는 글귀가 하나같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여성은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성장하는가
이만큼 정말 잘 왔어요...
경청과 치유의 신학자 박정은 수녀 그가 초대하는 여자들만의 홀가분한 성장 여행    

책을 다 읽고 밑줄을 살펴봅니다. ‘키워드로 무엇을 뽑을까?’하고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3개를 골라내 봅니다.

보름달의 시기, 제3의 공간, 진짜 나 찾기    

‘나는 육아를 하면서 어떻게 성장해 왔지?’라는 질문을 던져 본 적이 있습니다. ‘만약 내가 육아에만 몰입해서 엄마로만 살았다면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감동스러운 답을 해 주었습니다. “너는 그때 독서모임을 가지 않았어도 지금처럼 성장했을 거야!” 하고 말입니다. 늘 지지해 주는 한 사람,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고백이 있기까지 참 많이도 울고, 또 울었네요. 이 책을 읽는 내내 박정은 수녀님께 감사합니다. 제가 찾지 못한 성장에 관한 방법을 명확히 이야기로 풀어내어 주셔서입니다.  

   

박정은 수녀님은 ‘여성은 이야기로 치유하고 성장한다’고 말합니다. #사려 깊은 수다로 말입니다. 사려 깊은 수다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지혜의 원’이라고 합니다.     

p.9 이 책은 바로 그 공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가졌던 의혹과 질문을 다른 여성들의 삶에서 확인함으로써 그 의문들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한층 자유롭게 일상으로 돌아갈 힘과 지혜를 얻습니다. 나는 그것이 여성으로서 혹은 한 인간으로서 성숙해 가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공간은 영성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성 spirituality은 ‘숨’이라는 뜻의 라틴어 ‘스피리투스 spiritus’에서 왔습니다. 즉 영성적이라는 말은 숨을 쉰다는 뜻입니다.     

‘지혜의 원’은 숨을 쉬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머리말만 읽고도 쏙 빠져서 본문을 읽고 싶어 지는 책입니다. ‘지혜의 원’이라는 공간을 보고 떠오른 것은 허밍웨이 ‘독서모임’입니다. 3살 6살 아이 둘을 키우면서 내가 사라지고 있다고 느꼈나 봅니다.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이 참 힘들었던 시간! 그때 기적처럼 독서모임의 문이 열렸습니다. 그 공간이 제게는 제3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발레리 프랭클이라는 여성학자는 여러 문화의 민화를 통해서 여성의 삶을 과정을 여성 신화로 표현된다고 합니다. 여성 신화는 달의 움직임 및 변화의 주기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소녀와 처녀의 시기는 초승달로, 어머니는 보름달로, 마고(crone, 쭈그렁 할멈)는 그믐달에 해당합니다.   


1. 초승달 시기(소녀와 처녀 시기)   
p.39 첫 월경을 하고 여성으로서 첫걸음, 대개 가정을 떠나 일터로 간다든지, 공부를 하러 떠난다든지 하는 식으로, 새로운 곳으로 가게 됩니다. 옛날이야기나 동화에서는 주로 숲으로 갑니다. 숲은 창조적으로 새로운 삶을 발견하고, 그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와 에너지를 얻는 장소를 상징합니다. 
이때 필요한 존재가 멘토라고 합니다.     
p.39 멘토란 부모와는 다르게 거리를 유지하면서 삶의 비전을 갖도록 도와주는 사람        

딱 떠오르는 인물은 교육학 강사 전태련 선생님입니다. 내게 처음으로 닥친 생명에 대한 위기의 순간 삶에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있다고 이야기해 주시던 분입니다. 직접 만난 것도 아니고, 인터넷 강의로 만나는 분이었는데 그 에너지가 제게는 단비와도 같았습니다.

이 초승달의 시기에 영적 과제가 있는데, 바로 부모와의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녀는 심리적으로 아버지를 극복해야 한다고 합니다. 어머니도요.    

 저는 대학생이 되면서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알아서 챙겨주시지 않아서 섭섭하고 속상한 날들도 많았지만, 부모와의 관계에서 벗어나면서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지?’를 끊임없이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다만 행복하기 위해서는 ‘나’를 아는 것이 먼저라는 사실을 모른 채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습니다.   

  

2. 보름달의 시기(어머니의 단계)
p.43 생명력이 가장 강하여 타인에게 생명을 나누어 주는 시기입니다. 어머니는 사랑의 힘으로 시련을 극복하고, 여성성의 힘을 체험하게 됩니다. 
p.44 실제로 많은 여성이 이 기간을 블랙홀과 같이 느낍니다. 젊은 어머니들은 육아라는 현실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을 겪습니다.    


이 문장에 줄을 그으면서 제가 겪었던 불안함이 나를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서 온 감정이었구나를 깨닫습니다. ‘나만 겪는 마음이 아니었구나!’ 하고 위로도 받습니다.

    

p.45 이 시기를 살아갈 때 여성을 지켜 주는 정서는 두려움을 대면하게 하는 분노입니다. 
p.46 분노라는 정서는 자신을 지켜 주는 근원적인 힘이 됩니다. 반면, 분노를 무조건 억누르고 사회 규범대로 살아가는 여성은, 두려움이나 우울,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나이에 맞지 않는 유약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딱 이 시기에 나를 지지해 주는 좋은 공동체가 독서모임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제3의 장소, 나를 키우는 공간이었습니다. 함께 책을 읽고, 책에 있는 내용으로 안전하게 내 이야기를 내보일 수 있던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천천히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계속할 수 있었나 봅니다.    


3. 그믐달의 시기(여신의 단계)
p.46 여신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자기 안에서 고유한 자아를 발견하고, 자신이 지나온 길에서 얻은 지혜를 타인과 나누는 단계에 이른 사람입니다. -중략- 나이가 어리다고 여신의 단계에 이르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많다고 자동적으로 여신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여신의 단계는 행동할 수 있는 용기와 생각할 수 있는 지혜를 함께 갖추게 되는 이상적인 시기입니다.
p.51 이 시기에 필요한 훈련은 자기 생을 돌아보는 훈련입니다. -중략- 살아 있을 때 자신이 한 일들과 자신을 괴롭히는 기억들을 담담히 돌아보고 잘 놓아주는 수련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p.52 놓아준다는 것은 단순히 그 문제를 관심 밖으로 몰아내고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불편한 감정이나 사건 혹은 사람이 다시 찾아와도 괜찮을 정도로 자유로워진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여신 단계의 과제입니다.    
p.52 내 생의 가치로 남겨 두어야 할 것과 떠나보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는 지혜를 구해야 합니다.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들은 두 개의 정체성을 가진다고 합니다. 여신은 생명을 관장하며 죽음을 관장하고, 번영과 축복의 신이지만 파괴의 신, 그러고 보면 지킬 앤 하이드, 데미안에서 싱클레어의 모습, 생과 사, 비움과 채움은 다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죽어야 태어나고, 비워야 채울 수 있으니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연결되어 있음을 이제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제 삶의 시기를 거치며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딸들에게 보여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아이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힙니다.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자연스레 가지게 된 고정관념을 아이를 통해 발견하게 됩니다.     


가족 독서 시간에 아이가 <색깔 손님>이라는 그림책을 소개해 줍니다. “네 마음은 무슨 색이야?” 물었더니 아이는 “하늘색!”이라고 답합니다. 이때, 저의 고정관념이 작동합니다. 하늘색이란 무릇 연한 파란색, 크레파스에 적힌 그 색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말하는 하늘색은 정해진 색이 아니었습니다. 자기가 보았던 하늘의 모든 색깔을 ‘하늘색’이라고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화가 나거나 부끄러울 때는 빨간색, 해 질 녘의 붉그스름함, 슬플 때는 회색 구름이 끼어있고, 뭉게구름도 있는 그런 색을 이야기합니다.     

여성으로 살아가야 할 아이에게 “여자란, 이래야 해!”라고 알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하늘색에 모든 색깔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아이에게 그냥 아이 자체로 살게 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제 욕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 역시 저처럼 초승달의 시기, 보름달의 시기를 거쳐 그믐달의 시기를 만날 것입니다. 다만 그때, 엄마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려 깊은 수다’를 떨어주는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p. 97 유안진의 수필 <지란지교를 꿈꾸며>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기억하고 싶은 부분은 6장 감정과 친해지기입니다. 
p.149 영성은 자신에 대한 깊은 지식을 추구하는 것,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알아 가는 과정입니다.     
어떻게 나를 알 수 있을까?
p.150 나는 감정을 영성 생활을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로 여깁니다. 근본적으로 감정은 이성보다 자신을 이해하는 데 훨씬 많은 단서를 제공합니다. -중략- 그래서 진정한 자기 이해를 위해서는 감정을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감정을 다루는 훈련
1. 이름 지어주기 (대표 감정 두려움, 사랑, 분노, 기쁨, 슬픔)
2. 길들이기
3. 보내기    
p.158 감정을 길들인다는 것은 순간 자신이 화가 났음일 인식하고, 당장 공부하라고 소리 지를 것인지 다른 행동을 취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행동하는 것입니다. 


‘화’가 어디서 오는 지를 살피고 점검해 보라고 합니다.     
p.161 진정한 보내기란 무엇일까요? ‘어떤 경험이 촉발한 감정들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
-자신이 지금 느끼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그 감정이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 경향이 있는지를 알고, 부드럽고 다정하게 끌어안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보내기입니다.    

결국은 내가 겪는 상황을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김미경 강사님은 책 읽기를 강조하시나 봅니다. 삶을 해석하는 힘과 멘토를 얻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 ‘책’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책 한 권을 읽고, 독서모임이 가지는 힘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나를 키우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책, 수다, 공간이 있는 곳 ‘허밍웨이’ #독서모임!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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