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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로운보라 Dec 28. 2019

자연에게서 배우다

견하는 힘을 가지다.

145일 차_견(見) 시간을 들여서 보아야 한다.

2017년 여름 캠핑장에서

여덟 단어. 견(見) 시간을 들여서 보아야 한다.

가족과의 캠핑에서 견의 힘을 알게 됐다. 토끼 체험장 옆에 조그만 연못에 노란색 창포가 피어있다. 가까이 보려고 다가갔더니 까맣게 햇빛이 닿는 물가에 올챙이들이 모여 있다. “예은아~ 예담아~ 올챙이 엄청 많다.” 가지고 있던 종이컵으로 올챙이를 잡아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우와~ 뒷다리 있는 것도 있고, 앞다리까지 나온 것도 있어!” “꼬리가 짧아진 애들도 있다~.” 그렇게 구경하고 하늘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고 사이트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이들은 철수하자마자 또 하늘놀이터에 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 우리 올라가서 조금만 더 놀다가 가자~.” 또 토끼 체험장 옆 연목에 눈이 간다. 사진을 제대로 안 찍었다는 생각이 들자 신랑에게 올챙이를 잡아 달라고 주문했다. 다리 없는 애, 뒷다리만 나온 애, 앞다리까지 나온 애, 꼬리가 짧아지는 애. 그리고 올챙이들이 헤엄치는 모습까지 동영상으로 찍어 본다. 뒷다리만 나온 올챙이가 잡히자 신랑 손에서 도망치기 위해 점프를 한다. 뒷다리로 폴짝폴짝. 연못 속을 들여다보니 뒷다리가 나온 올챙이가 뒷다리가 없는 올챙이보다 훨씬 빠르다. 집에 돌아와서 사진을 보면서 신기해~ 동영상 보면서도 귀엽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스친다.


 올챙이 뒷다리가 먼저 나오는 이유는 생존을 위한 거였구나!! 뒷다리가 있는 올챙이가 훨씬 빠르고 날렵하다. 앞다리 나온 올챙이들은 크기가 확연히 작아졌다. 뒷다리 앞다리가 나오고 꼬리까지 짧아지니 작아져 있는 개구리!! 사람도 신생아에서 돌쟁이 아기가 되면서 점점 살이 오르다가 걷게 되면서 살이 빠지는 것처럼 개구리고 그런가 보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구나!!! 생존을 위한 거였구나!


자연도 시간을 들여서 오래 보아야 느낄 수 있다. 자연을 느끼면서 아이들과 소통하고 즐길 수 있다. 순간을 즐기는 것! 행복? 별거 아니다. 아이와 함께 웃고 즐기는 것!


146일 차_자연스러움이 주는 선물

독서모임을 끝내고, 시댁에 가서 냉이를 캐던 시간. 갑자기 두 가지가 떠올랐다.

고난은 선물이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은 죄악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본깨적을 한 선배님의 이야기. 나비의 번데기에 작은 구멍을 뚫고 입김을 불어 주었더니 나비가 되지 못하고 죽었다는 것이다.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일!!!

유레카 NLP를 읽고 고난은 선물이라고 이야기했던 엄마 작가 선영님의 이야기.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이 고난이지만 알고 보면 스스로가 성장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냉이를 캐는데 아버님께서 냉이가 많은 곳이 있다면서 산비탈에 황토가 많은 무른 땅을 안내해 주셨다. 호미를 대지 않아도 쏙쏙 뽑히는 냉이의 뿌리는 지상부의 잎사귀보다 가녀렸다. 한참을 뽑다가 예은이가 지난번에 뽑던 곳으로 가보자고 해서 장소를 옮겼다. 잡초가 무성한 곳이라서 냉이를 캐려면 쪼그리고 한참을 앉아서 숨은 냉이 찾기를 해야만 찾을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리고 토양도 좀 전과는 달리 단단한 곳이었다. 겨우 겨우 냉이를 찾아 호미로 중심부만 남기고 옆에 흙을 파낸 후 냉이의 중심부를 꽉 잡은 다음 힘껏 뽑아야 간신히 뽑혔다. 한참을 냉이를 캐다가 불현듯 고난은 선물이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냉이는 주변에 수많은 잡초에 둘러싸여 생존을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것이다. 땅도 단단해서 쉽게 뿌리를 뻗기 힘들었을 것이다. 주변의 생명력 넘치는 잡초들에 둘러싸인 냉이는 살아남기 위해 더 열심히 뿌리를 키우기에 집중했을 것이다. 잡초보다 더 깊이 자신의 몸체보다 더 깊게 땅으로 땅으로 뿌리를 키워냈을 것이다. 그 결과 잡초들과의 경쟁에서 영양분을 선점할 수 있었고, 튼튼한 뿌리는 자신의 몸체를 싱싱하게 키울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정말 모든 냉이가 그럴까?라는 생각에 냉이를 찾아서 캐고 또 캐봤다. 우와~ 진짜 대단한 자연이다. 자연의 법칙 하나를 발견한 기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냉이 숨바꼭질을 했다. 같은 땅이지만 풀이 없는 곳의 냉이는 단단한 땅에 살아남기 위해 곧은 뿌리를 뻗었지만 잡초 속의 냉이보다는 얇고 가는 뿌리를 가지고 있었다.

기록해야지!!! 스마트폰을 꺼내서 잡초 속의 냉이를 찍었다. 그리고 캐어낸 냉이를 찍었다. 잡초가 없는 곳의 냉이와 캐낸 후 냉이도 찍었다. 예상대로다. 고난이 있는 냉이의 뿌리가 훨씬 길고 굵었다. 냉이의 생명력이 느껴졌다.

다음날 냉이를 손질하면서 자연을 느껴보았다. 햇살과 바람. 땅의 단단함과 주변 잡초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애썼을 냉이를 먹을 수 있다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냉이로 반찬과 국을 끓이면서 얼마나 맛있을까? 상상해 본다. 냉이 향이 일품이다. 냉이 된장국과 냉이무침으로 다시 태어난 우리 가족의 식탁을 빛내 준 냉이에게 또 한 번 감사했다. 여덟 단어를 읽다가 견!!이라는 부분을 읽으니 딱! 떠오르는 기억. 일상에서 발견하는 깨달음!!! 책 읽기가 즐거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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