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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로운보라 Mar 20. 2020

why로 공감할 수 있을까?

견(見)하는 힘, 관심의 시작이 공감이다. <여덟 단어>

나는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더 좋아하고, 한 번 더 본 것은 지겹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인생 책이라 불리는 몇 권의 책 중에 4번 읽은 책은 손에 꼽는다. 그중 하나가 박웅현 작가의 <여덟 단어>다. 


여덟 개의 단어로 인생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박웅현이라는 작가에게 푹 빠졌다. ‘세상에 이런 아빠가 있다니?’ 딸에게 전하는 따뜻한 조언으로 들려서 마치 내게 하는 말 같아서 좋았다. 처음에는 ‘나에게 이런 아빠가 있었다면 어떻게 컸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읽을수록 ‘내가 감동받은 내용을 실천하는 엄마가 되어야지!’라는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내 마음 노트에 1일 차 why 중 하나는 ‘왜 나는 아이 맘을 모를까?’다. 아이의 마음을 모른다는 것은 나를 모른다는 것이다. 내가 나를 공감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데 아이를 공감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내 why속에는 공감에 대한 why가 많았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 


2015년 2월 2일 전보라의 마음 노트 34일 차

1. 왜 공감은 인간관계에서 중요할까?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면 친하다고 느껴야 하는데 공감받는 경우 인정받는 느낌이 든다.

2. 왜 인정받으면 친하게 느껴질까?

인정받는다는 건 상대가 나를 존중한다는 느낌을 주고, 존중받았다고 생각하면 친근함이 느껴진다.

3. 왜 존중받으면 친근함이 생길까?

존중은 높이어 귀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귀하게 여기면 마음을 열게 되고, 친근함으로 표현하게 된다.

4. 왜 마음을 열면 친근함이 표현될까?

마음을 열게 되면 행동이 따라온다. 행동은 표현이다. 상대에게 따스한 눈빛을 보내거나 미소를 짓고, 진심 어린 칭찬을 하게 된다. 그때 친한 느낌이 든다.

5. 왜 눈빛이나 미소, 칭찬을 하게 될까?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에 칭찬이 있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행동과 몸짓으로 느낄 수 있다. 행동과 몸짓(눈빛, 말, 스킨십)은 느껴진다. 

따라서 관계가 유지된다.

인간관계의 시작은 공감의 힘이 좌우한다. 


공감에 대한 why를 하면서 나름의 답도 달아보았다. 나에게 공감은 가질 수 없는 하나의 별 같았다. 어떻게 해야 아이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p.125 견(見), 본다는 것은 사실 시간을 들여야 하고 낯설게 봐야 합니다.


이 구절에 밑줄을 긋자. 아이들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매 순간 처음 보고 경험하는 것에 놀라움을 표현한다. 개미를 보느라 몇 시간이고 꼬박 쪼그리고 앉아 관찰을 한다. 아이를 기다려줘야 한다고 배웠지만, 아이를 기다리는 것이 힘들기만 했다. 낯설게 보기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개미를 기다린 것이 아니었다. 낯선 눈으로 개미에게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다해서 개미의 시간을 함께 한다.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마음을 준다는 것이다. 


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해결할 문제가 ‘내 마음’이라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나는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궁금했다. <여덟 단어>를 읽으면서 마음에 관한 책들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why는 마음에 닿는 책으로 나를 안내해 준다. 그리고 삶과 연결시켜 준다. 

3번째 <여덟 단어>를 읽으면서 센서가 민감해지고, 공감을 시작한 나를 발견했다. 3년 전 3월 독서모임이 끝나고 시댁에 가서 냉이를 캐다가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행위는 죄악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한 구절’와 함께 ‘생명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마침 독서모임에서 한 선배님이 번데기에서 나비가 탈피하는데 작은 구멍에 입김을 불어넣어 줬더니 나비가 되지 못하고 죽었다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내용을 소개해 주셨기 때문이다. 냉이를 뽑다 보니 단단한 흙에 풀과 함께 자란 냉이와 포슬포슬한 흙에 냉이만 있는 곳의 냉이의 생김새가 달랐다. 단단하고 풀이 많이 있는 땅에 사는 냉이는 뿌리를 깊고 굵게 내렸다. 포슬포슬하고 풀이 없는 땅에서 자란 냉이는 잔뿌리가 많을 뿐 깊게 뿌리내리지 않았다. 단단한 흙을 뚫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며 뿌리를 뻗었을까 싶어 냉이가 기특하고 안쓰러웠다. 기특한 냉이가 예뻐서 사진을 찍어오기까지 했다. 냉이를 보면 아직도 그날의 감동이 떠오른다. 


책에도 메모를 한다. 생명의 위대함과 함께 힘든 상황이 선물이 맞구나하는 깨달음을 얻는다. 육아라는 상황이 힘들지만, 분명 의미가 있고 나를 성장시키는 일임을 알아간다. 이과생이라서 잘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감성적이고, 감탄하는 글을 쓰는 사람을 부러워하며 나는 안 된다고 스스로 한계를 지으면서 말이다. 이과생이라서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 마음으로 봐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why를 던지며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삶에서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르면 무릎을 ‘탁!’ 치며 일상의 평범한 일이 감동스러운 일이 되었다. 하루는 “엄마 물 한 잔만!”하고 부탁을 하니, 미지근한 물을 먹는 엄마를 위해 정수를 받아 전자레인지에 돌려주는 것이 아닌가! 이 작은 행동에 감동할 수 있다니 내가 신기했다. 5년 전, 아이가 울면 ‘또 울어?’라는 시선으로 한심하게 보던 엄마였다. 지금은 마음으로 ‘열심히 만들어온 작품이 부서져서 속상했어?’하고 마음으로 공감하게 되었다.


또 하나,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시간을 들여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마음 노트’ 쓰기였다. 화가 나면 ‘화가 어디에서 왔을까?’ 하고 내 마음에 관심을 가져준다. 스스로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일 자체가 치유로 연결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결국 내가 바로 서야 삶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 


Be Yourself! 너 자신이 되어라.


마지막으로 4번째 읽으면서 놓쳤던 구절을 소개해 본다.


p. 7 제가 강의에서 이야기했던 여덟 개의 키워드는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입니다. 여덟 개로 쪼개 놨지만 모든 단어는 결국 연결이 되면서 하나의 방향으로 나갈 겁니다.


하나하나가 각자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은 모두 연결된 단어라는 것이다. ‘나다움’으로 연결되는 단어들이었다는 것이다.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서 내 삶의 가치를 세우는 것이다. 아이만 잘 키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나도 성장해야 함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공감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고, 공감하고 싶었다. 나를 향하는 부정적인 시선이 책을 읽고, why를 쓰며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것이 기적이 아닐까?! 공감의 시작.... 마음으로 낯설게 보라는 작가의 말을 오늘도 되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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