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오늘의 식탁 - 3월 25일
한가로운 주말을 보내고 맞는 월요일은 제일 요리하기 싫은 날이다. 그래서 보통 월요일 저녁엔 냉장고에 남아있는 음식으로 대충 때우곤 한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며칠 전에 만들어 둔 계란국이 조금 남아 있었다.
계란국은 요리의 '요'자도 모르던 대학교 자취생활 시절 자주 해 먹던 요리였다. 냄비에 물을 끓이고 국시장국으로 간을 맞춰준 뒤 계란을 풀어 휘휘 젓기만 하면 완성되는 계란국은 생전 처음 엄마아빠품을 떠나 혼자 살아보는 학생에겐 제격이었다.
그땐 국수장국 국물을 베이스로 삼아 다양한 속재료를 넣고 끓여 다른 국 요리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도 몰라, 대학교 생활 3년 내내 엄마가 가르쳐준 그대로 계란만 국물에 넣어 먹었다.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재료를 몽땅 프라이팬에 넣고 만든 볶음밥과 계란국은 아무것도 못하던 이때를 생각나게 해주는 메뉴다.
볶음밥조차 만들어 먹기 귀찮은 오늘은 그냥 계란국으로 때우기로 한다.
계란국을 냄비에 담고 끓이면서 버섯과 청경채, 곤약면을 추가해 주었다. 오늘은 매콤한 국물이 먹고 싶으니 고추장도 작은 한 스푼 넣어주었다.
국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니 라면 냄새가 난다. 뽀글뽀글한 국수에 풀어진 계란까지 - 맛도 비주얼도 딱 라면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넣은 고추장이 기특할 수가. 덕분에 다이어트할 때 먹을 수 있는 불량식품이 하나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