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ndsbird Oct 09. 2024

타구이와 룰루이, 그리고 이름 모를 너희들

훌루 마을엔 야생 고양이가 많이 산다. 짝꿍 어머닌 돈이 너무 든다며  궁시렁 거리시면서도 매일 빠지지 않고 고양이 사료를 집 앞에 한가득 내어두시는데, 덕분에 아침 해가 뜨면 고양이들이 집 앞문 앞에 모야 밥 달라고 야옹이 합창을 하곤 한다. 어머닌 찾아오는 고양이마다 밥을 내주면 너무 많이 몰려든다고 마음에 드는 고양이 몇 마리만 밥을 주고 나머지는 쫓아버리신다.


작년에 어머니의 간택을 받았던 고양이는 줄무늬 고양이 '타구이'였다. 매일 찾아와 그렇게 애교를 부렸었는데 아쉽게도 어느샌가 타구이는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온갖 나무와 꽃으로 가득한 마당에서 '타구이!'라고 부르면 어딘가 숨어있다가도 이름을 듣고 튀어나오던 참 말 잘 듣던 고양이었다. 


언젠가부터 찾아오지 않는 타구이


이번에 입양된 고양이는 머리 부분이 찢긴 적이 있는 듯한 흉터를 가진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다. 새끼 이름은 '룰루이', 큰 고양이는 아직 이름이 없다. 룰루이는 매일 밤 짝꿍 아버지 침대 위에 올라가 발밑에서 잠을 자곤 하는데, 아직 내가 낯선지 내가 근처에 있으면 눈치를 보다가 총알 같이 도망가버린다. 오늘 룰루이는 커다란 나방을 잡아 가지고 놀았다.


날 무서워하는 룰루이

마을 카페에 가도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아이들은 사람들이 퍽이도 익숙한지 날 보자마자 몰려들어선 쓰다듬어달라고 머리들을 내쪽으로 들이민다. 카페 옆엔 옛날 마을 사람들이 곡식을 갈 때 사용 했던 걸로 보이는 돌과 나무로 만든 기구가 있는데 나무를 새끼 고양이가 하도 뜯어서 위에 방석을 올려두었다. 


카페 고양이들


가장 최근에 만난 고양이는 바로 밑에 요놈이다. 어제 산책하다 만난 새끼 고양이인데 날 보자마자 조심조심 날 따라오면서도 만져주려고 하면 도망가고 하는, 마음을 도통 알 수 없는 녀석이었다. 

훌루에 흔해 빠진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생명의 신비함을 느낀다. 어쩜 그렇게 제각각 모양도 성격도 다른지. 매일 밥 달라고 찾아오는 것도 신통방통 하고, 자기 귀여워해달라고 다가오는 모습도 사랑스럽고. 오늘은 애교 부렸다가 내일은 모르는 척해버리는 세침함의 반전 매력. 모두들 싹 쓸어 영국으로 데리고 가고 싶은 귀염둥이 털북숭이들 덕분에 조용한 시골마을에서의 시간이 무료하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키프로스 할머니에겐 무슨 선물을 해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