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위탁아동 'O' 이야기 - 3편
나의 위탁아동 'O' 이야기 -
우리 집에 들어온 지 첫날 아침. 아침에 일어나더니 두리번두리번 동그란 눈으로 주변을 살핀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방에, 잘 잤냐며 불쑥 얼굴을 들이 내미는 한 동양인 여자.
어리둥절한 표정은 몇 초 안에 일그러지고, 그 사이 아이의 얼굴엔 수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갑자기 폭포수처럼 몰려오는 어제의 기억과 서러움.
나의 첫 위탁아동인 O는 엄마와 단 둘이 살았고 종종 엄마의 남자친구가 집에 왔단다. 얼마나 자주 발생했는진 모르겠지만, 어느 날 발생한 폭력 사태에 이웃이 신고를 했고, 그날 바로 아이는 우리 집으로 오게 됐다.
엄마 밖에 모를 다섯 살의 나이에 갑자기 엄마랑 떨어지게 됐으니 얼마나 무서웠을까. 인형 같은 파란 눈망울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엉엉 우는 아이에게 도대체 무슨 말로 위로를 해줄 수 있을까.
어제 입고 온 꼬질꼬질한 교복을 다시 입히고 아침을 먹인 다음 손을 꼭 잡고 학교로 향했다. '엄마 엄마 우리 엄마 어딨어'를 무한 반복하며 훌쩍이면서도 내 손은 잡아주는 게 고마웠다.
학교 입구 밖에서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모여 학교 입구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자 한 학부모가 우릴 보더니 아이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물어본다. 너희 엄마 어디 갔냐고.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난 묻지 말라고 무언의 시그널을 자꾸 보내지만 이 눈치 없는 아저씬 오히려 더 크게 묻는다.
엄마 어디 갔어? 왜 너희 엄마랑 같이 안 왔어?
#위탁아동 #위탁부모 #5살 #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