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ndsbird Nov 06. 2023

아이에게 거짓말은 어디까지 해야할까?

나의 위탁아동 'O' 이야기 - 4편

O가 우리 집에 오던 날, 사회복지사는 아이에게 내가 엄마 친구라고 소개하면서 하루만 여기서 잘 거라고 거짓말을 했다. 사실 1 주일이 될지 2 주일이 될지는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엄마와 떨어진 충격에 울음을 멈추지 않는 아이를 진정시킨다고 한 말이었지만 난 너무 난감했다. 


세 시간 가까이 울다가 지쳐 거의 쓰러질 듯 침대에 누우면서도 몇 번이나 '하루만 자면 되는 거지?'라며 확인을 하더니, 그 다음날도 하루 종일 물어본다. 


"하루 지났는데 엄마한테 언제 가요?"


"으응, 조금 더 있을 수 있어. 복지사 언니가 말해줄 거야."


"정말 우리 엄마 친구예요? 우리 엄마 어떻게 알아요?"


"응... 복지사 언니 통해 알게 됐어."


평상시에도 정말 필요한 때가 아니면 거짓말을 하지 않는 난데. 사회복지사가 한 말 때문에 참 난처해졌다. 아이한테 거짓말은 정말 하고 싶지 않지만, 대놓고 복지사말이 틀렸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이는 하루만 자는 줄 알고 24시간을 견뎌냈는데,  둘째 날에도 셋째 날에도 난 아이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어야 했다. 


몇 번이나 내가 자기 엄마를 어떻게 아는지 물어보더니, 내가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지 못하자 금방 눈치를 채 버렸다. 


"우리 엄마 사실 잘 모르죠?"


"아... 응..."


어차피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을, 아이가 어리다고 쉽게 해 버리곤 그 뒤처리는 내게 맡겨버린 복지사가 조금 원망스러웠다. 


첫 만남 때부터 거짓말로 시작하면 아이가 어떻게 날 신뢰할 수 있을까? 아이 눈엔 이말했다 저 말했다 하는 사람으로 비춰질텐데. 


O의 가정사를 봤을 때, 아이는 엄마와 떨어지게 된 그날이 엄마와 같이 사는 마지막 날이 되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성인이 되는 18살이 될 때까지 수 명의 복지사와 위탁부모를 거쳐 갈 것이다. 불안정함과 불규칙함, 불확실함이 가득한 아동기를 보내게 될 텐데 그 첫 시작을 믿을 수 없는 말로 시작하게 한다는 게 참 불편했다.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 


"딱 하루만 자는 거죠?"라며 희망에 가득 찬 아이의 파란 눈을 난 오래 쳐다볼 수 없었다. 


*이 글은 5살짜리 영국 소녀와 함께한 시간을 기록한 연재글 중 일부입니다. 


#위탁가정 #영국 #5살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가 아니라서 미안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