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아름다운 햇살이 비치는 4월 꽃향기 하얀 창가로 들어오고 새들의 합창이 종일 들렸다. 화창한 봄날 사랑하는 센트럴파크가 그리운데 종일 집에 갇혀 지내고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에서 뮤지컬을 봐도 좋을 텐데 아쉽게 보지 못하고 하루가 넘어간다. 요즘 너무너무 바빠서 링컨 센터 도서관에 가지도 않는데 도서관에서 공연 리뷰 부탁한 이메일이 오니 웃음이 나와. 작년 구입한 랩톱 용량이 생각보다 적어 사진 용량이 넘치니 다 버려야 할 입장. 딱 그날 그 시간에 열리는 수많은 이벤트를 찾아서 맨해튼 순례를 해서 사진 버리기 몹시 아쉬운 마음에 사진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느라 프로젝트는 시작도 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고 벌써 4월 말이 되어가고 공포스러운 신용 카드 빌도 날아오고 렌트비도 보내야 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니 하늘에서 폭탄이 떨어지는 느낌. 지난달 전기 요금 고지서 보니 얼마나 많이 인상이 되었는지 숨 막히게 해. 매일 스케줄 만들어 주는 로봇, 사진 찍어주는 로봇, 글쓰기 하는 로봇, 돈 벌어주는 로봇 등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날그날 일어난 이벤트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리서치하고 또한 답사하는데 역시 많은 시간이 든다. 사랑하는 거버너스 아일랜드와 브루클린 식물원의 경우 최저 편도 교통 시간이 2시간 내지 2시간 반이 걸려. 거버너스 아일랜드와 스테이튼 아일랜드의 경우 섬에 들어가는 페리 스케줄에 맞추려면 더 많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사진 한 장에 담긴 노고가 얼마나 많은지 말로 할 수 없다. 며칠 외출 안 하고 집에서 사진 정리했으나 아직 작년 사진 3/4 정도가 남았고 올해 사진은 랩톱 용량 문제로 업로더도 하지 못한 채 몇 달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작년 10월 브런치에 글쓰기 시작하니 더 바빠졌고 6개월 동안 660개의 포스팅을 했고 일상 기록은 즉석 메모지만 나머지 글은 수년 동안 자료 모아 정리한 것이니 하나의 포스팅에 들어간 시간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좋아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뉴욕 문화가 대학 시절 내가 꿈꾸던 것이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어서 미치도록 뉴욕과 사랑을 나누는 나. 새로운 연인이 필요 없어. 뉴욕은 나의 사랑하는 연인.
지난 토요일 링컨 센터 메트에 가서 오페라를 보고 싶어서 러시 티켓에 도전했다. 지난주 미리 웹사이트 접속해 알아보니 거의 다 팔리고 400불 정도 하는 티켓이 남아 내게는 우주만큼 거리가 멀어서 러시 티켓이 아주 어려울 거 같아 아들도 메트에 등록해 우린 러시 티켓에 도전해 바로 티켓을 잡았으나 프로세스 하는 과정에 랩톱이 천천히 빙글빙글 돌아가는 사이 이미 매진이었다. 400불 공연 티켓도 이미 매진이니 귀한 표였다. 결국 오페라는 물 건너갔어. 그날 벚꽃 축제도 열렸고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특별 공연이 열렸고 링컨 센터 도서관과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와 교회 등에서 수많은 행사가 열렸으나 러시 티켓이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아 허망한 채 집에서 머물며 사진 작업을 했다. 저녁 7시에 아파트 슈퍼가 와서 부엌 싱크대 수선해 준다고 미리 약속했는데 오후 4시에 도착. 두 개의 연장 박스를 들고 와서 수선 작업을 하는데 금방 고칠 거 같았으나 무려 4시간이 걸렸다. 작업을 하더니 금세 연장 다루는 소리가 대포처럼 커져만 가니 옆에서 불안한 심정으로 기다렸다. 얼마 후 그가 준비한 파이프로 수선이 불가능하고 다시 새로운 파이프를 구입해야 수리가 가능하다고 그러다 집을 떠나 손에 파이프를 들고 나타나 작업을 하기 시작했고 불안 불안했으나 저녁 8시가 지나 수리가 끝나 저녁 식사 준비를 할 수 있었다. 1940년대인가 완공된 역사 깊은 아파트에 사니 난 소설 속 주인공이야. 너무 허름한 아파트 렌트비는 하늘을 찌를 듯 높고 가슴이 철렁철렁하지. 너무너무 슬픈 일도 많은 뉴욕 너무너무 기쁜 일도 많은 뉴욕. 두 가지 색채를 모두 느껴. 2년 전 새로운 슈퍼가 일하기 시작했고 그전부터 고장 난 부위를 수리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안 체도 하지 않은 채 수년의 시간이 흘렀고 지난 토요일 수리를 해 줘서 고맙다고 팁을 주었다. 한국과 얼마나 다른 상황인지. 정말 한국에서 이렇게 살아봤으면 마음이라도 더 편할 텐데 다 포기하고 적응하고 살아야 하는 슬픈 뉴욕.
밀린 일기를 한꺼번에 기록하려 하니 기억이 아스라이 사라져 가 무얼 했는지 까마득해. 그렇군. 지난 수요일 저녁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공연을 봤다. 바이올린, 피아노, 플루트 공연을 봤는데 세상은 얼마나 불공평한지 바이올리니스트는 천사처럼 예쁜데 연주도 정말 잘해. 몸매도 죽여주게 아름답고. 왜 하늘은 저마다 다른 재능과 모습을 줬을까. 학교 교수님과 학생들과 음악 애호가가 모여서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 난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황홀해졌다. 줄리아드 학교에 공연 보러 가기 전에는 오랜만에 센트럴파크에 가서 벚꽃 구경을 했다. 사실 뉴욕 날씨가 매일매일 흐리고 흐려서 벚꽃이 피었을까 의심이 들 정도였는데 마침 그날 화창한 날이라 방문했는데 꽃이 활짝 피어서 얼마나 행복하던지. 꽃도 방긋방긋 웃고 있어야 더 예쁘지. 햇살이 비쳐야 사진도 예쁘게 담아지고 난 부자들이 사는 산레모 아파트가 비치는 아름다운 호숫가 근처에 핀 벚꽃 나무를 구경했다. 연인이 지나가면 모두 왕자님과 공주님으로 보였다. 아니 연인이 아니라도 다들 멋지게 보여 역시 꽃이 최고야. 너무너무 예쁜 꽃구경을 했으니 행복이 밀려왔다.
그날 공원에서 한국어를 구사하는 분들이 많아서 한국에서 여행 온 분들인지 미국에서 온 분인지 잘 모르지만 경상도 어투가 아주 강하게 들려왔다. 가이드는 여기서 단체 사진 찍어요, 하고 수학여행 가서 단체 사진 찍은 것도 떠오르고 연세 드신 분들이 아주 많던데 봄은 역시 여행하는 계절이나. 센트럴파크 쉽 메도우는 안에 들어갈 수 없도록 문을 잠가서 멀리서 벚꽃 나무만 쳐다봤다. 매년 여름이면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는 노장 화가도 떠올라. 올여름에도 그분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센트럴파크에 가기 전 미드 타운 라커 펠러 센터 크리스티 경매장에 갔다. 영화배우처럼 멋진 외모의 바리스타가 준 카푸치노 마시고 부자들 잔치가 열리는 경매장에 가서 경매하는 것 잠깐 보고 순식간에 수 천만 원 올라가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지. 갤러리도 잠깐 구경하고 나와서 5번가를 쭉 따라서 걷다 플라자 호텔 앞 벚꽃도 보고 센트럴파크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 금요일 아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고 아들은 펜싱을 배우러 가고 난 햇살 비추는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놀다 뉴욕 공립 도서관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아들 수업이 끝나길 기다렸다. 황금빛 수선화 꽃과 히아신스 꽃이 그림처럼 예쁜 공원. 탄성이 저절로 나와. 이리 아름다운 봄은 왜 그리 잠깐일까. 오래오래 머물다 떠나면 좋을 텐데 지난 3월도 눈이 수차례 와서 봄이 아니라 겨울처럼 느껴졌다. 아들은 미드타운에서 일하는 친구랑 함께 펜싱을 배우고 친구는 회사로 돌아가고 아들은 엄마랑 함께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왔다.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 지하철역 부근 맥도널드 가게 옆에 벚꽃 나무가 있고 나무 아래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왕자님 공주님으로 보이니 가난한 플러싱도 꽃이 피면 궁궐이 된다. 그날 저녁 오랜만에 삼 원 각 중국 식당에 가서 라조기를 주문해 먹었다. 늦은 오후 방문했는데 식당에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한국 가요가 들려오나 누가 부른지도 모른 노래. 그래도 한국어라 다정스러워. 한국어가 들려오고 한인이 경영하는 식당이니 잠시 한국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매일 쏟아지는 전화들, 쏟아지는 이메일들 너무너무 바쁘니 꼭 읽고 싶은 것만 본다. 밀린 사진 작업을 얼른 끝내고 프로젝트 시작해야 하는데 마음만 바쁜 4월. 브루클린 식물원에서 사랑하는 스타 매그놀리아 꽃 가든을 봤어야 했는데 아쉽게 놓치고 말았다.
일과 공부를 동시에 하는 딸은 엄마 생일 선물을 미리 보냈으니 난 미리 나이를 더 먹게 되는 건가. 장미꽃 향기 감도는 아름다운 계절에 내 생일이 있는데 벚꽃이 피는 4월에 미리 생일 선물을 보냈다.
월요일 밤은 점점 깊어만 가고
아, 언제 밀린 사진 작업 끝낼까
2018. 4. 23 월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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