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봄날 종일 집에서 지내고

카네기 홀 예프게니 키신 공연, 북 카페, 소호, 첼시 갤러리,

by 김지수



토요일 종일 집에 머물고 말았다. 맨해튼에서 수많은 이벤트가 열리는데 며칠 자정 무렵에 집에 돌아오니 몸이 불타 버렸고 휴식이 필요했다. 집에서 지내니 아파트 뜰에 핀 노란 민들레 꽃 제전을 보고, 이웃집 목련 꽃을 보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었다. 모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봄날 플러싱의 봄을 즐겼다. 노란 민들레 꽃과 제비꽃을 보며 가슴을 달랬어. 아파트 뜰에서 어린아이들 소리가 들려왔고 어린아이 웃음소리는 천사들 노래처럼 들려왔다. 식사 준비를 하고 아파트 지하에 내려가 세탁을 하고 다행히 지난번처럼 4차례 지하에 내려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날씨가 환상적이라 푸른 허드슨강도 그리웠고, 거버너스 아일랜드도 그리웠고, 사랑하는 스테이트 아일랜드도 그리웠다. 꼭 가려고 한 달 전부터 달력에 적어둔 미술 행사도 포기, 링컨 센터 도서관에서 열리는 줄리아드 학교 학생들 베토벤 공연도 포기. 토요일 저녁 8시 메트 오페라 공연을 혹시 볼 수 있을까 하며 오후 2시 러시 티켓에 도전을 했다. 역시 불가능했다. 지난주처럼 티켓을 잡았으나 빙글빙글 한없이 돌아간 사이 이미 매진이었다. 뉴욕에 오페라 팬들이 많아서 러시 티켓 사기 갈수록 어려워지나 보다. 지난주 토요일에도 시도했으나 실패. 오페라 보려면 패밀리 서클 좌석을 미리 구입해야 가능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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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가 사랑하는 브루클린 식물원에서 벚꽃 축제가 열리고 해마다 4월 말경 축제를 연다. 다양한 이벤트 행사도 여니 찾아가면 좋을 텐데 축제 입장권이 성인 30불이라 결코 가볍지 않은 돈이다. 축제는 언제나 유료. 축제 대신 벚꽃만 보러 가는 경우 무료입장시간을 이용하곤 했는데 작년과 다르게 금요일 오전에만 가능하니 다른 스케줄과 겹쳐 결국 포기했고 그러다 4월에 식물원에 갈 기회가 거의 없어서 많이 서운하고 이렇게 아름다운 4월을 보내고 마는구나. 사랑하는 스타 매그놀리아 꽃 가든을 꼭 봤어야 했는데 너무나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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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4월을 그냥 보내기 싫어서 맨해튼 곳곳을 걸어 다니며 봄빛 속에 들어갔다. 거리거리에 꽃잎이 휘날리는 아름다운 계절.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도 자목련 꽃이 공원에 떨어져 뒹굴고 소호 가로수 벚꽃 나무도 화사한 꽃이 펴 아름다웠고 첼시에도 벚꽃과 라일락꽃향기가 감돌았다.

매주 목요일 소호 하우징 웍스 북 카페에 찾아온다는 할아버지도 보았다. 하버드 대학에서 일하다 일을 그만두게 된 후 한국 서울에 가서 연세대에서 몇 년 동안 강의를 했다고 하시며 무척 좋은 추억이 있다는 할아버지. 정장 차림의 남자와 정치와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그날 월가 트리니티 세인트폴 교회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고 명성 높은 오페라에도 출연하는 테너 가수도 노래를 불렀다. 그곳도 오랜만에 찾아가 공연을 봤다.

며칠 소호와 첼시 갤러리에도 방문해 미국과 프랑스와 일본과 벨기에 출신 아티스트 작품도 보았다. 뉴욕은 세계 아트 중심지라 여러 나라에서 온 아티스트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은 듯. 벨기에 출신 작품 전시된 갤러리에 나 혼자서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영상을 보니 더 좋았어. 아무도 없어서 오래오래 음악을 들었다. 지난번 본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회도 다시 보았다.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서 잡지를 읽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뉴요커 잡지 표지가 호크니 작품으로 되어 있어 눈에 띄었다. 북 카페에는 유모차에 어린아이를 태우고 온 엄마는 아이를 재우고 혼자서 책을 읽고 있으니 과거 나의 시대와 너무나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뉴요커들. 두 자녀 어릴 적 서점에 가는 것조차 무척 힘든 일이었다. 유니언 스퀘어 그린 마켓은 봄이라 꽃향기 가득해서 난 오래오래 꽃향기를 맡고 천천히 서점에 갔다. 북 카페는 예전보다 손님이 더 많아진 듯.

카네기 홀에서 피아노의 신이라 불리는 예프게니 키신의 연주도 듣고 황홀한 밤이었다. 아름다운 피아노의 선율을 타고 내 영혼은 날아다녔어. 피아노 음색이 정말 아름다웠다. 카네기 홀에서 처음으로 키신의 연주를 보았고 앞으로 더 자주 그의 공연을 볼 수 있을지. 뉴욕은 세계적인 음악가 공연이 많이 열리니 그런 면은 정말 좋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고 중국인 시니어는 부인은 메트 오페라를 보러 가고 시니어 벤자민은 카네기 홀에 공연을 보러 왔다고 하니 정말 재미있는 부부. 어떻게 메트 오페라 티켓을 구했나 물으니 러시 티켓 구하기 힘들어 스탠딩 좌석을 구해서 몇 시간 동안 오페라를 서서 봤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정열인지 놀랍다. 그의 부인도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나곤 한다.

아름다운 4월이 곧 막을 내리니 토요일 오후 지난봄 사진을 다시 보며 가슴을 달랬다. 너무너무 보내기 싫은 아름다운 4월. 곧 보내야 하나 보다. 토요일 밤도 저물어 가는구나.

2018. 4. 28 토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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