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링컨 센터 메트 오페라 러시 티켓을 사려고 정오가 되기를 기다렸다. 12시가 되어 혹시 살 수 있을까 했는데 1초가 안 되어 매진이라고 떴다.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 이번 시즌 토스카 오페라 공연이 아주 좋다고 하고 5월 12일 오페라 시즌이 막을 내리고 이제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아 더 경쟁이 치열한지 모르겠다. 남은 토스카 공연 티켓은 이미 매진이고 오로지 러시 티켓만 남았는데 1초가 되지 않아 매진이면 뭔가 이상한 점도 있는지 모르겠다. 슬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오페라를 보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번 시즌 매주 오페라를 보면 좋겠다 희망했지만 희망은 희망대로 머물렀다. 오페라의 여왕이라 불리는 안나 레트렙코가 출연하는 토스카 오페라. 미리 패밀리 서클 좌석표라도 사 둘 걸 그랬나 후회도 된다. 인기 많은 오페라 경우는 아주 빨리 매진이 되니 미리미리 표를 구입해야 하는 뉴욕. 오페라 팬이 너무너무 많다.
지난번 카네기 홀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82세의 고령에 쇼팽 연주를 감상하러 카네기 홀에 오셨고 종일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는 82세 할아버지. 아트 스튜던츠 리그에서 25년 이상 수업을 받고 있다고 하고 프랑스 파리에서 뉴욕에 이민 온 지 52년의 세월이 지났다고. 프랑스 칸에 여행 간다고 하셨는데 이미 떠났는지 모르겠다. 2년 전부터 관절염이 심하니 거동이 불편해 자주 오페라를 볼 수 없다고 하소연하셨고 매주 1-2회 오페라를 보셨다고. 종일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면 얼마나 행복할까 잠시 상상해 본다.
월요일 뉴욕의 하늘은 무척 흐리고 밤과 낮의 기온차가 아주 커서 밤이 되면 아직 추운 계절. 낮에도 여름옷, 봄옷, 겨울옷을 입고 있으니 사람마다 피부로 느끼는 계절은 다른가 보다. 삶이 달라서 그럴까. 하늘도 우울한 노래를 부르고 삶은 왜 그리 슬픈지. 그래서 단조 음악이 더 가슴에 와 닿는 것일까.
어제 오후 2시 카네기 홀에서 마우리치오 폴리니 쇼팽 곡을 들었는데 까마득한 세월이 흐른 듯 느껴진다. 삶은 어쩌면 찰나를 잡아야 행복을 느낀지 모르겠다. 아름다운 쇼팽의 선율에 가슴은 녹지만 카네기 홀을 벗어나면 마법의 세상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온다. 어제 폴리니 공연을 볼 때 일본 오사카에서 여행 온 할머니와 이야기를 했다. 아들이 피아노 공연 안 본다고 해사 나 혼자 공연을 보러 갔고 내 옆자리에 일본에서 온 할머니가 앉으셨다. 단체팀으로 여행을 왔는데 모두 일본으로 떠나고 혼자 1주일 정도 더 머물고 싶다고 하며 시카고에도 갔는데 건축이 아름답다고. 오사카는 음식이 좋다고 자랑하시며 동경과 비교하면 문화적인 매력이 없다고 하며 과거와 많이 달라져 죽어간 도시라고 표현하셨다. 거버너스 아일랜드, 첼시 갤러리, 브루클린 식물원과 뮤지엄과 줄리아드 학교를 소개해주니 내게 고맙다고 일본 사탕 3개를 주셨다. 난 뉴욕에 올 적 아무런 정보가 없었고 매일 맨해튼에 가서 문화 이벤트를 찾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나 모든 뉴요커가 그런 정보를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여행객이니 뉴욕에 대해 거의 백지상태. 만약 내가 뉴욕에 올 적 많은 문화 정보를 알았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가끔 생각한다.
오후 5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아너스 체임버 공연이 열렸고 오랜만에 방문했다. 지난봄 너무나 바쁘게 지냈고 줄리아드 학교에 공연을 보러 갈 시간이 없었다. 5월 중순이면 학기가 끝이 나고 여름 방학에 들어가니 지금 많은 공연이 열리는데 아쉽기만 하다. 수위는 내 가방을 보더니 이게 뭐냐고 해서 노란 봉지에 든 할랄 음식은 아들을 위한 거라고 하니 수위가 내 아들일 수도 있다고 해서 웃었다. 흑인 수위가 내 아들이면 난 흑인 남자와 사랑에 빠졌나. 재미있는 수위였다.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고 얼른 미드타운 힐튼 호텔 근처로 가서 할랄을 샀다. 1인분에 6불을 주고 구입할 때는 부담이 작았으나 8불이나 하니 부담이 없는 것도 아니고 2인분이 아니고 1인분만 구입했다. 매일매일 꼭 필요한 지출만 한다고 해도 한 달이 지나 신용 카드 빌이 날아오면 무섭기만 하다. 이렇게 많은 지출이 되었다니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 모두 내가 쓴 지출인데.
어제 점심 무렵 라커 펠러 센터 크리스티 경매장에 갔는데 평소와 달리 푸대접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미리 예약을 해야 갤러리를 보는 시스템으로 변경하니 몹시 불편했고 오후 2시에 가능하다고 하니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봐야 하는 입장이니 그냥 나와버렸다. 사랑하는 채널 가든에는 백합과 수선화 꽃 대신 장미향 가득했다. 꽃은 정말 잠시 머물다 가는지 금세 화단에 심은 꽃이 달랐다. 거대한 조각도 세워두고 관광시즌이라 관광객도 아주 많았다.
어제 일요일 아침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버스가 안 와서 포기하고 이웃집 목련 꽃과 벚꽃을 아이폰에 담기 시작했다. 환상적인 봄날의 축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지난봄 그렇게 많은 눈이 내렸는데 예쁜 꽃을 피워 놀랍기만 하다. 하늘이 흐린 날이 많아서 화사한 빛을 느낄 수 없었는데 어제 아침은 마법의 세상이 열렸다. 너무너무 예쁜 꽃을 나 혼자 바라보았다.
보통 사람의 삶은 너무너무 복잡하고 슬프기만 하다. 마음이 답답하고 무거우니 글도 써지지 않는다. 서서히 4월이 막을 내리고 있다. 하늘은 한없이 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인간의 삶이 몹시 슬픈 것처럼. 세상의 슬픔이 하늘에서 뚝뚝 떨어져 내릴 듯하다. 목련 꽃이 뚝뚝 떨어지듯이. 이웃집 창가에는 목련 꽃노래가 흐르고 있겠다. 어제처럼 화사한 빛은 아니겠지만. 이웃집 뜰에는 백목련 꽃잎으로 가득하겠다.
2018. 4. 30 월요일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