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도착한 이메일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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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낯선 분이 격려한다는 내용의 글을 이메일로 보냈다. 아마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글을 읽지 않았을까 짐작을 했다. 메일을 보낸 분에 대한 소개가 없어서 그분이 누군지 알 수도 없다. 기본적인 정보가 있어야 파악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내용은 없고 뉴욕에 사는 모습에 감탄과 응원을 남긴다고 전하셨다. 언젠가 뉴욕에 와서 보고 경험해 보고 싶다는 글도 덧붙였다.

40대 뉴욕에 유학 와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것 정말 어렵다. 하늘의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듯하다. 얼마나 어려운 길이었는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 험난한 길을 알았다면 그때 난 그 선택을 했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니 남과 다른 생이 열리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이유가 있다. 보통 사람은 누구나 멋지고 쉽고 편한 길을 가려고 하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힘든 길을 그 누가 가려고 하겠는가.

태어난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것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게 비출 수 있으나 대가가 만만치 않다. 지구촌 어디든 마찬가지일 테고 능력 많고 돈 많은 소수층은 어디에서나 잘 살 수 있지만 보통 사람의 경우 힘들다는 말이다.

태어난 나라에서 언어와 문화와 신분 문제로 어려움에 봉착하지 않는다. 그러나 외국에 가면 이 세 가지 문제를 피할 수 없고 거기에 능력이 있어야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다. 한국만 학연과 지연이 중요한 게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자와 아닌 경우 다르고 부모와 형제 등 가족과 지인 인맥도 아주 중요하다.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해도 길이 막막한 경우가 아주 많다. 지인 아들도 콜롬비아 대학 졸업 후 미국에서 취직하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갔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는 게 반드시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국은 개인 능력을 중요시한다. 특별한 재능이 있다면 길이 쉽게 풀릴 수도 있으나 딸 말에 의하면 하버드 대학 연구소에서 일하는 천재들도 진로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한다고 하니 꿈과 욕망에 따라 길이 다르고 어쩌면 모든 인간은 사는 동안 내내 고민하고 방황한지도 모른다.

미국은 추천서도 아주 중요하고. 태어나지 않은 나라에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나라에 와서 공부하고 산다는 것은 외국에서 고아나 마찬가지다. 고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고통의 무게를 견디고 참아야 한다.

일부 상류층은 부모 도움으로 조기 유학하고 어마어마한 돈을 지출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유학생도 아주 많다고 들었다. 부모는 부모대로 엄청난 유학비를 지출해서 너무너무 힘들다고 하는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었다. 조기 유학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꼭 필요한 소수가 있다. 하지만 보통 가정에서 감당할 수 없는 경비가 든다. 생존하는 자는 아주 소수다.

수험생이 되어야 수험생 입장이 뭔지 알고, 부모가 되어야 부모 입장이 뭔지 알게 되고, 군에 입대를 해야 군 생활이 뭔지 조금 이해하고 출산을 해야 출산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된다. 이민 정말 힘들다. 이민을 가 봐야 이민이 뭔지 피부로 느끼게 된다. 수험생 아닌 사람이 어찌 수험생 입장을 알 수 있을까. 이민도 마찬가지다. 낯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고 사는 게 누가 쉽다고 하는가. 세계 어느 나라든 직장 구하기 하늘에 별 따기처럼 힘든 세상.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과 경쟁하며 좋은 직장 구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미국의 상류층도 자녀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를 한다. 언어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고 능력도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최선의 최선을 다해야 아주 조금 문이 열린다.

이 글은 혼자의 힘으로 독립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민이 힘들지 않은 소수 예외도 있을 것이다. 신분 문제도 쉽게 해결하고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은 케이스. 무에서 시작해 이민을 와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은 고국보다 훨씬 더 힘들다. 개인 능력이 뛰어나면 더 좋은 기회는 잡을 수도 있을 거라 짐작을 하나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밀린 일이 너무 많아서 늦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8. 4. 30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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