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작약꽃과 추억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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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작약꽃, 노란 장미 꽃, 아카시아 꽃 향기 휘나리는 오월



새들의 합창 들려오는 수요일 아침 초록 나무는 얼마나 싱그러운지. 날마다 비가 내려 나무는 쑥쑥 자라고 초록 나무를 보면 여름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많이 자랐다.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 뜰 초록 잔디는 프랑스 베르사유 정원처럼 예쁘게 자랐어. 초록 비가 내려서 그런가. 날마다 해가 뜨지 않을 정도로 비가 자주자주 오네. 2년 전인가 바뀐 아파트 슈퍼 얼굴 보기도 힘든데 요즘 며칠 열심히 잔디 깎기를 하고 무슨 일인지. 이웃집도 잔디를 깎고 봄이면 자주자주 듣는 소음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여전히 소음이라 할 정도 귀에 가깝게 들려온다. 꽃들은 비를 맞아도 괜찮을까. 하늘은 왜 그리 자주 비를 내린 걸까. 세상의 슬픔이 뚝뚝 떨어지는 걸까. 새들의 합창은 갈수록 커져간다. 좋은 일 있나. 장미의 계절 웨딩을 한다고 하는데 혹시 새들도 장미의 계절 웨딩을 할까.

어제는 아카시아 꽃향기 맡으며 산책을 했다. 5월 중순이 지나 서서히 피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나무 아랫부분 아카시아꽃은 지기 시작하고 꽃도 부위별로 지는 게 다르니 무슨 일인지. 곧 지면 이제 내년에나 볼 테고 이미 벚꽃과 목련 꽃은 작별을 하고 떠났지. 이제 장미의 계절이 돌아온다. 브롱스 뉴욕 식물원에 가봐야 할 텐데 왜 이리 매일 바쁘게 지나갈까. 하루가 1초처럼 지나간다. 할 일은 너무너무 많은데. 누가 나 대신해줄 사람 한 명도 없는데. 아카시아 꽃향기 맡으면 대학 시절 클래식 기타반 동아리에서 야유회 갔던 추억이 떠오르고 선후배들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까마득한 세월이 지나갔지.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데 왜 얼굴에 주름살은 늘어갈까. 주름살은 근심에 비례할까. 안드레아 보첼리의 목소리로 대학 시절 들은 곡을 들어볼까. 기억 창고에 저장된 선후배들도 불러오고. 모두 무얼 하고 지낼까. 지난 주말 뉴욕 기타 페스티벌에 가서 대학 시절 사랑하는 알베니스의 전설과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클래식 기타 선율로 들으니 얼마나 놀라운지. 전설적인 기타리스트가 전설을 연주하니 더 재미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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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on Isbin



시인 롱펠로의 <화살과 노래>에 시인이 쏜 화살은 참나무와 친구의 가슴속에서 발견했다고 하고 내가 어린 시절 쏜 화살은 뉴욕으로 날아왔을까. 어린 시절 생각하던 것들을 뉴욕에서 만나니 신기하지. 롱펠로 시인이 살던 집은 왜 보스턴 하버드 대학에 있어. 딸이 초대를 해서 다음 주 보스턴에 여행 가는데 다시 롱펠로 시인이 살던 집도 찾아가 볼까.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 가난한 엄마랑 지내며 눈물겨운 세월을 보냈는데 아픈 세월이 지나서 대학을 졸업하고 연구소에서 일하니 감사한 마음이 들지만 삶은 너무나 복잡하고 아무도 모르지. 딸이 런던에서 공부할 적 뉴욕에 오려고 델타 항공기를 예약했는데 런던에 폭설이 내려 히드로 공항이 폐쇄되어 며칠 대소동을 피웠고 아수라장에서 며칠 보냈고 공항에서 홈리스처럼 지내다 근처 호텔에서 지내다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돌아왔다. 델타 항공기에서 집으로 보내온 딸 우편물에 붉은색 튤립과 노란색 튤립과 풍차가 보이고 네덜란드가 아닐까 싶은데 언제 그곳에 여행을 가볼까.

유튜브에서는 에드 시런과 안드레아 보첼리가 부른 Perfect Symphony 노래가 흐른다. 지난번 땡스기빙 데이 보스턴에 여행 가서 딸이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들은 노래였다.




주말 워싱턴 스퀘어 파크 근처에서 열리는 아웃 도어 전시회도 열리고 메모리얼 데이 열리는 역사적인 아트 축제. 그리니치 빌리지에 살던 잭슨 폴락이 대공황 시절 렌트비를 못 내서 거리에 그림을 내다 팔았다고 하는데 그게 시초가 되어서 생긴 아트 전시회. 주말 찾아가 봐야 할 텐데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 크리스티와 소더비 경매장처럼 수 백 억하는 작품이 아니라 그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구입해도 좋을 텐데 크리스티에 가면 앤디 워홀의 종이 달러가 달러 종이보다 더 비싼데 왜 내겐 달러가 없어. 나도 종이에 달러 사인 그려서 팔아볼까. 명성 높은 작가 이름만 붙으면 가격이 하늘로 치솟은 아트 시장.

뉴욕 필하모닉에서는 매년 메모리얼 데이 무료 공연을 열고 하필 그날 버스를 타고 보스턴에 여행을 가는데 아쉽게 볼 수 없겠어. 뉴욕 필하모닉 공연 티켓은 저렴하지 않으니 센트럴파크와 메모리얼 데이 열리는 무료 공연 인기가 많아서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고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좋은 기회가 될 텐데.

그제는 아들이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왔다. 된장 국이 먹고 싶다고 다시 멸치와 버섯과 두부를 사 와서 어제 오랜만에 된장국을 끓여서 먹었는데 얼마나 맛이 좋은지. 한국에서 태어나 오랜 세월 한국에서 지냈으니 역시 한국 음식이 좋아. 어제 집안은 된장국 냄새로 가득했는데 아래층 노부부는 싫지는 않았을까. 우리야 좋지만. 둘 다 좋으면 더 좋을 텐데 세상이 그렇지 않아. 한 사람 좋으면 상대방은 안 좋은 경우가 더 많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많으니 인간관계가 늘 불편하고. 된장국 하면 플로리다에 여행 가서 호텔에서 먹은 미소 된장 국도 떠오르고. 가격이 얼마나 비싼지 숨이 헉헉 막히더라. 미국은 역시 셀프서비스. 직접 하면 저렴한데. 뉴욕도 한식 레스토랑에 가면 된장 국도 15불 정도 하나. 너무너무 비싸. 너무 힘든 노인학 수업 리포트 제출하고 비행기 타고 플로리다에 갔는데 교수님이 땡스기빙 데이 무얼 했냐 물어서 플로리다 여행 갔다고 하니 깜짝 놀라더라. 콜롬비아 대학 출신 유대인 교수님 과목 너무 힘들게 하셔 눈물 흘리며 들은 수업이었다. 매일 눈물로 공부하던 시절도 생각이 나네. 호텔에서 자고 나니 2008년 경제 위기 기사가 신문에 보여서 또 얼마나 놀랐던지. 당시 휴대폰을 구입하지 않고 공부하던 시절이라 여행 사진 한 장이 없어서 또 슬프다. 휴대폰은 연구소 근무하던 시절 구입했다. 아들은 요즘 세상에 휴대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숙제를 해야 하는데 너무너무 힘들다고 불평을 해서 3개의 휴대폰을 구입했다.

주말 뉴욕에 와서 보스턴으로 돌아간 딸이 홀 푸드에서 산 하얀색 작약꽃이 예쁘게 피었다.
대학시절 사랑한 클래식 기타 곡을 들어보며 잠시 추억 나라로 여행을 떠나자.



2018. 5. 23 수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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