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나의 추억

by 김지수


뉴욕에 하얀 눈이 펑펑 내리면 눈사람을 만들며 행복했던 어린 시절 추억도 떠 오르고 센트럴파크는 영화처럼 멋진 설경으로 변하지만 폭설이 내린 경우는 달라. 무엇보다 지하철이 정상적으로 운행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고 지하철이 운행하지 않으면 택시를 타야 하는 경우도 있고 맨해튼에 사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뉴욕에 살면서 폭설이 내린 날 나의 추억을 적어본다. 뉴욕에 와서 구입한 10살이 넘은 소형차는 이미 팔아버렸지만 폭설이 내린 경우 제설 작업이 정말 힘들어. 아파트 주차장에 조금 늦게 가면 이미 다른 사람이 차에 쌓인 눈을 치우고 바로 옆에 있는 차 주위에 눈을 옮긴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눈 치우기 정말 힘들지. 실제 내린 눈 보다 더 많은 양의 눈을 치워야 하니. 햇살이 비친 오후에 제설 작업을 하면 조금 더 낫지만 조금만 추워버리면 눈이 꽁꽁 얼어버려 삽으로 눈을 뜨기도 힘들어. 롱아일랜드에서 뉴욕시로 이사 온 후도 폭설이 내리면 제설 작업하느라 끙끙대고 1미터 정도 쌓인 눈을 보면 한숨부터 나와. 커다란 삽으로 수 시간 동안 제설 작업하면 허리와 온몸이 아파. 손도 발도 꽁꽁 얼어붙고. 부잣집 경우 인부가 제설 작업을 하지만 보통 가정의 경우 스스로 제설 작업을 한다. 폭설이 내린다고 하면 미리 걱정이 되지. 지금은 차가 없으니 차에 쌓인 눈을 치우는 작업을 할 필요가 없어서 좋아. 뉴욕에 와서 살게 되니 집에 주차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IMG_1587.JPG?type=w1 소형차가 눈에 묻혀버렸어.



롱아일랜드에 살 때 양로원에 가서 발런티어를 했는데 어느 겨울날 꽁꽁 얼어버린 도로 위를 약간 속도를 내서 달리다 그만 사고가 날 뻔했다. 자동차가 도로 위에서 동그라미를 세 번이라 그렸지. 세상에 이런 일이 하면서 숨이 멎었지만 다행히 내 주위에 차가 없었다. 다른 차와 접촉 사고라도 났으면 대소동이 벌어졌을 텐데 내 가슴만 콩알만 해지고 그냥 지나갔다. 발런티어 하러 가는데 약간 늦어도 되는데 왜 마음이 급했는지 몰라. 폭설이 내린 경우 도로 운전이 정말 힘든 뉴욕.

오래전 연구소에 근무할 적 롱아일랜드에 사는 하얀 눈을 펑펑 쏟아지는 것을 보며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집에 운전하고 돌아갈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했다. 오후 5시 연구소에서 나와 주차장을 갔는데 차는 눈 속에 파묻히고 차바퀴 주변 눈을 치우는데도 한참이 걸렸고 겨우 시동을 걸고 운전을 했으나 퀸즈에서 롱아일랜드까지 495 고속도로를 달려야 하는데 눈이 쉬지 않고 내리니 난 플러싱 공용 주차장 옆에 주차를 하고 파리바게뜨에 가서 잠시 생각을 했다. 과연 집으로 운전을 하고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만약 플러싱에 가까운 지인이 산다면 하룻밤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 정도. 하지만 눈 오는 날 갑자기 찾아가서 지낼 정도로 가까운 사람도 없고 그런다고 호텔에서 하룻밤 지내려면 너무 비싸 엄두가 안 나고. 제과점에서 핫 커피를 마시며 눈 내리는 창밖을 보는 것은 낭만적이나 반대로 운전을 하려니 지옥이 따로 없지. 고민하다 커피를 마신 후 주차장으로 가서 운전을 하고 495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거북이보다 더 느린 속도로 엉금엉금. 폭설이 내리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 소형차 구입한 게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심장 오그리고 운전을 하고 집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정말 오래오래 걸렸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 뉴욕은 한국과 날씨가 많이 다르고 폭설이 오거나 태풍이 불면 정말 무섭다. 어떤 상황에도 혼자 책임지고 살아야 하는 것도 어렵고.


카네기 홀 안네 소피 무터 공연 포스터

2014년 12월 중순. 뉴욕에 폭설이 내려 난 지하철을 타고 센트럴파크에 가서 눈 오는 정경을 아이폰으로 담기 시작했다. 몇 겹으로 옷을 입고 공원에 갔지만 너무 추워 아이폰이 작동을 안 했다. 할 수 없이 공원을 나와 스타벅스에 가서 몸을 녹였다. 그날 저녁 카네기 홀에서 안네 소피 무터 공연을 봤는데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아무렇지 않게 바이올린을 연주하니 얼마나 놀랐던지. 세계적인 대가는 달라도 많이 다른 것을 느꼈다. 섬세한 바이올린 활 긋는 것도 아닌데 센트럴파크에서 산책하는 것도 힘들다고 투덜투덜 불평한 난 보통 사람. 보통 사람과 위대한 대가의 차이를 실감했어.

지금은 10살이 넘은 차를 팔아버려 폭설이 내려도 제설 작업으로 고민을 안 하지만 과거 차가 있을 적 육체적인 노동의 즐거움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지. 2017년 12월도 얼마 남지 않았고 올겨울 얼마나 많은 눈이 올까. 뉴욕에 살면 모든 게 편하고 좋게 보일 수 있지만 갖지 않은 자에게 현실은 아주 냉혹한 면이 있고 삶은 언제나 셀프서비스임을 가르쳐준다.




IMG_6981.JPG?type=w1 카네기 홀 안네 소피 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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