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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Aug 23. 2018

보스턴 여행과 추억

2018년 봄 




삶은 늘 알 수가 없고 어느 날 운명의 초대장이 데리고 온 뉴욕에 살면서 아픔도 많고 기쁨도 많고 한없이 복잡한 세월을 보낼 즈음 보스턴에서 사는 딸이 남동생과 엄마를 초대해서 내일 아침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 버스를 타고 보스턴에 갈 예정이고  2박 3일 짧은 예정이라 복잡한 삶의 무게를 잊고 잠시 휴식을 하는 정도가 될 거 같다. 

뉴욕과 분위기가 다른 보스턴은 보수적이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에 속하고  랄프 왈도 에머슨과 레너드 번스타인이 공부를 했던 미국 최초 공립학교인 Latin School이 있고 그리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보스턴 공립 도서관(Boston Public Library)이 있다. 수년 전 뉴욕 콜롬비아 대학 버틀러 도서관에 가서 우연히 강의를 들으며 보스턴 공립 도서관이 역사 깊은 곳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버지니아 울프가 정식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도서관에서 아주 많은 책을 읽었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다. 

보스턴 공립 도서관에는 존 싱어 사전트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좋고 전시회도 열고 카페가 있어서 잠시 휴식하기 좋은 공간이다. 도서관 안에서 지구본을 돌리면서 우리 가족이 얼마나 많은 도시에 여행을 간 거야 하면서 웃었던 추억도 떠오른다. 그때 휴대폰 충전할 곳을 찾다 지구본 옆에 콘센트가 보여서 휴대폰 충전하는 동안 지구본을 돌리면서 세계 여행 추억에 잠겼다. 유럽에  관심이 많아서 런던, 파리, 베를린, 비엔나, 프라하, 로마 등 서유럽과 동유럽과 호주, 뉴질랜드, 중국, 방콕, 일본, 홍콩 등 수많은 도시를 여행했지만 북아메리카는 관심조차 없었고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뉴욕에 올 거라 상상도 못 하였는데 어느 날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낯선 도시 뉴욕에 와서 살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 어릴 적 꿈꾸던 세상을 뉴욕에서 볼 수 있어서 놀랍고 시인 롱펠로의 <화살과 노래>가 생각이 나고 시인이 쏜 화살은 친구의 가슴과 참나무에서 발견했다고 하고, 내가 쏜 화살은 뉴욕으로 날아왔을까. 롱펠로 시인이 살던 저택이 하버드 대학교에 있으니 몇 차례 가곤 했다. 

보스턴에 하버드 대학과 MIT 대학과 보스턴 칼리지와 버클리 음대와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 등 명성 높은 학교도 많고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 역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학교에 속한다.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처럼 1년 내내 무료 공연을 아주 많이 열고 지난번 보스턴에 여행 가서 공연을 봤다.

두 자녀 고등학교 시절 보스턴에 몇 차례 여행을 갔는데 낯선 지역이라 어디서 식사를 해야 하는지 어려운 점이 많아 불편했고 인터넷에 맛집이라고 평가가 좋은 중국 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으나 아들과 내 입맛에 맞지 않아 비싼 식사비가 너무 아까웠다. 부활절 메가 버스를 타고 보스턴에 갔는데 호텔을 찾아가는 동안 바람이 심하게 불어 너무 추웠고 한국에서 사용하던 낡고 오래된 여행 가방 들고 걷는데 바퀴 소리가 대포처럼 울려 아들 얼굴은 인상파로 변했다. 호텔에 도착하니 맛있는 쿠키를 줘서 입에 사르르 녹으니 피로를 잊어버려서 가장 맛있게 먹은 쿠키로 기억에 남았다. 그때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중이라 제출해야 하는 리포트로 마음 무거운데 컴퓨터를 켜놓고 아름다운 찰스 강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스턴 더블트리 힐튼 호텔이었는데 언제 다시 인연이 될까. 

하버드 대학과 MIT 대학과 보스턴 미술관을 둘러보았고 프랑스 국민화가 밀레의 그림을 보며 가슴을 적셨고, 아름다운 찰스 강에서 조정을 하는 것을 보고 조정을 하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으나 그림이지 내가 어찌하겠어. 나중 알고 보니 하버드대 조정팀이라고.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 조정하는 모습이 나오고 하버드대에서 명성 높은 스포츠팀. 더운 날 보스턴 거리에서 조깅을 하고 MIT 대학 교정 테니스 코트에서는 열심히 테니스를 치고 있어서 놀랐다. 딸이 미리 티켓을 구입해 하버드 대학 운동 경기장에서 하버드 대학과 코넬 대학 미식축구 경기를 보았고 입학하기 너무너무 힘든 하버드대생들이 우리 앞에서 경기를 하니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 하는 미국 학생들. 두 가지 모두 잘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때 부자가 하버드 대학 졸업했는지 하버드 대학 모자를 쓰고 오셔 미식축구를 보며 우리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셨는데 보스턴 억양이 강해 재미있었다.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부자 지간 하버드 대학 졸업을 아무나 하는 거 아니고 집안의 전통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도 아니니 자랑스러울 거 같다. 
 
딸이 런던에서 공부할 때 롱아일랜드 제리코 우리가 사는 집 화장실 바닥은 비스킷처럼 바삭바삭 부서졌고 아파트 관리실에 말하니 며칠 집을 비워 달라고 해서 어디로 갈지 며칠 고민을 했는데 딸이 보스턴 더블트리 힐튼 호텔을 예약해서 아들과 난 부활절 휴가 동안 보스턴에 여행을 갔다. 하버드 대학 도서관에 들어가려니 학생증이 없으면 입장이 안된다고 하니 슬펐고, 한국보다 큰 대학교 빌딩에 놀랐고, 명성 높은 대학이라 여행객이 아주 많아 보였다. 그런데 먼 훗날 우리 가족과 다시 인연 깊게 될 줄 몰랐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오겠어",라고 두 자녀에게 말했는데 엄마는 두 자녀 능력을 잘 모른다고 하니 많이 미안했다. 

뉴욕 정착 초기 시절 눈만 뜨면 드라이버로 이케아에서 구입한 가구를 조립하면서 하버드 대학에 가는 게 꿈이라고 했는데 딸은 대학 연구소에서 일하니 꿈을 이룬 거나. 텅 빈 집에 채울 책상과 침대를 조립하는데 약 한 달이 걸렸다.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뉴욕에 오니 한국에서 살던 때와 정반대 상황으로 변하고 맨 밑바닥 클래스로 변해 엄마도 낯선 언어로 공부를 하니 수험생 딸은 혼자 힘으로 공부를 했고 대학 입시 지원서를 어느 대학에 보낸지도 몰랐던 엄마. 머나먼 타국에서 삶은 그야말로 생존 전쟁이다. 700통이 넘는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보내고 어렵게 하버드 대학에  취직을 했지만 이민국에서 취업 비자 승인을 거절해서 1년 동안 서울 원룸에서 지옥 같은 생활을 하고 1년 후 기적처럼 미국에 돌아와 보스턴에서 일하고 있다. 

맨해튼 소호 하우징 웍스 북 카페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MIT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하버드 대학에서 일하다 해고되어 서울 연세대에서 4년 동안 강의하다 미국으로 돌아왔다고. 어느 날 파티를 여는데 하버드 대학원생이 술에 취해 인사불성인데도 하버드대학원 졸업하면 하버드대학에 취직해줘요?라고 하니 주위 사람들이 웃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한국에서 지낼 적 보스턴에 대해 영화와 책을 통해 조금씩 노출하게 되었다. 오래전 한국에서 <하버드대학의 공붓벌레들>이 방영되었고 그때 하버드 대학 로스쿨에서 공부하는 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깨달았다. 보스턴은 마라톤으로 명성 높은 세계적인 도시에 속하고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했다고 해서 보스턴 마라톤이 있나 보다 짐작을 했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게 한 영화 <러브 스토리>도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한 연인들의 슬픈 이야기다. 명문가 집안의 올리버와 이태리 이민자 출신 제니의 비극적인 사랑. 클래스가 다른 출신 두 학생이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사랑하는 아내를 하늘로 보내야 했던 가슴 아픈 이야기. 만약 여자 주인공 제니(알리 맥그로)가 오래 살았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변했을까. 페이스 북의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 이야기를 담은 영화 <소셜 네트워크>도 하버드 대학생들 삶이 노출된다. 마크 저커버그는 유대인 집안 출신이고 부모가 상류층이라 어릴 적부터 고액 과외를 받고 프로그래밍을 배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뉴욕도 상류층 집안은 자녀 교육에 대단한 열정을 보인다. 
 
딸이 보스턴에 사니 가끔 여행을 가면서 보스턴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 문학의 향기가 감도는 아름다운 도시인 것도 알게 되었다. 미국 35대 대통령 J.F.Kennedy도 보스턴에서 탄생했고, 벤저민 프랭클린이 보스턴에서 출생했고, 메트 뮤지엄에 가서 전시회 보면서 그가 프랑스 파리 루브르 궁전에 가서 루이 14세 국왕을 만났다고 하니 놀랐고, 시인 롱펠로가 결혼식을 올렸던 곳도 보스턴이고 그가 살던 저택이 하버드 대학에 있고, 어린 시절 재밌게 읽은 <작은 아가씨들>의 저자 루이자 메이 올컷이 보스턴에 살았고, 랄프 왈도 에머슨과 레너드 번스타인이 공부한 미국 최초 공립학교 라틴 스쿨이 보스턴에 있고, <보스턴 사람들>을 집필한 작가 헨리 제임스가 보스턴에 살았고, <예언자>로 명성 높은 칼릴 지브란이 미국에 이민 와서 보스턴 슬럼가에서 가난한 시절을 보냈다고,  <가지 않은 길> 시로 명성 높은 로버트 프로스트도 보스턴에서 살았고 <주홍글씨>로 명성 높은 나다니엘 호손도 보스턴에서 살았고, <월든 호수>로 명성 높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보스턴에 살았고, 미국에 초대받아 미국 세관에서 신고할 게 천재성 밖에 없다고 말한 자부심 강한 작가 오스카 와일드도 보스턴에서도 강의를 했다. 역사 깊은 보스턴은 문학의 향기도 깊고  <보스턴 차 사건>도 일어난 역사적인 도시 보스턴.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콜롬비아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한 분이 알려줘 방문하게 된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 서울에서 오신 그 교수님 어머님이 뮤지엄을 방문해 너무 좋았다고 내게 추천해서 가게 되었고 너무너무 좋았던 추억이 있고 하버드대학에 있는 미술관과 역사박물관 등 너무 좋고, 아름다운 찰스 강은 언제나 사랑스럽고, 보스턴 항구도 역시 멋지고, 보스턴 미술관 역시 역사 깊고 좋은 전시가 많아서 좋고, 찰스 강 근처에 있는 Newbury St. 에 밀집한 갤러리도 너무 좋고 뉴욕보다 조용하고 깨끗해서 좋아. 보스턴 레드 삭스 야구팀도 명성 높고, 사무엘 애덤스 맥주도 명성 높고, 보스턴 심포니도 미국 5대 교향악단에 속하고, 뉴잉글랜드 수족관도 멋지고, 보스턴 가재도 명성 높고 신선하고 가격도 뉴욕보다 약간 더 저렴해 인기가 많다. 

아마 기억에 처음으로 북 카페를 알게 된 것도 하버드 대학교 앞에 있는 The Coop. 2층에 북 카페가 있고 보스턴 여행 갔는데 날씨가 무더워 북 카페에 들어가서 남들이 책과 잡지를 읽고 있으니 아들과 나도 책과 잡지를 펴 놓고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다시 북 카페 찾아가 같은 신용 카드 사용하니 "다시 찾아와 주어 감사하다"라는 메시지가 떠서 웃었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책을 읽으니 얼마나 좋던지. 신간 서적을 커피 마시며 무료로 읽었어. 보스턴에서 처음으로 북 카페를 알게 되었고 오래전 보스턴 여행 갔을 때 카페에서 체스를 두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 영화처럼 보였고 체스 인구가 이리 많은가 하면서 낯선 풍경을 보았다. 

MIT 대학 근처에 세계적인 기업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오라클, 아마존 등이 있는 켄달 스퀘어가 있다. 뉴욕보다 더 추운 도시가 보스턴이라 추운 겨울날 여행하기는 쉽지 않아 날씨 좋은 계절에 여행하는 게 좋을 듯. 버스를 타고 달리면 4-5시간 내에 도착하고 뉴욕과 다른 세상 풍경을 보게 된다. 하버드 대학 근처에 맛집도 많고 교정 풍경도 아름답고 미술관도 좋고 보스턴에 대해 좋은 정보를 알고 가면 여행하기 좋은 도시 보스턴. 재즈와 포크 음악 축제로 명성 높은 Newport와  미국에서 탑 휴양지로 명성 높은 Cape Cod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산책하던 월든 호수가 보스턴에서 가깝고 가 보고 싶은데 언제 기회가 찾아올지. 고인이 된 법정 스님도 월든 호수에 가끔 방문했다고. 

보스턴 레드 삭스 경기를 보고 싶었으나 보스턴 중심가 호텔에서 가까우나 경기장 근처 교통이 복잡해 수요일 오후 버스를 타고 뉴욕에 돌아와야 하는데 무리라 하니 조금 아쉽기만 하고 레드 삭스 경기도 다음으로 미뤄야 할 거 같다. 내일이면 보스턴에 도착할 예정이고 설렘으로 가득한 일요일 오후다. 멋진 보스턴 여행을 해야 할 텐데 무엇이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을까.

뉴욕과 보스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와서 뉴욕에 와서 살면서 딸이 하버드 대학 연구소에서 일하니 자주 여행 가게 되고 차츰차츰 정이 쌓여간다. 어려운 환경 속에 굴복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스스로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도전하고 보스턴에 동생과 엄마를 초대해 준 딸에게 깊은 감사를 보낸다. 

2018. 5. 27 오후 



2018년 <계간 리더스 에세이 여름호>에 보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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