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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Sep 20. 2018

가을비 속 첼시 갤러리 &
타임 스퀘어 공연 보고  


오늘과 내일 저녁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야구 경기가 열리고 내일과 모레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폴 사이먼 고별 공연이 열리고 모두 보고 싶으나 저렴한 티켓이 없으니 눈을 감아야지. 티켓이 10불이라면 보고 싶지. 

대학 시절 사이먼과 가펑클 노래를 자주 들었고 그들이 뉴욕과 인연 깊은 줄 모르고 뉴욕에 왔고 오래전 대학원에서 공부할 적 만난 강사가 브루클린 아카데미 오브 뮤직(뉴욕 BAM이라 불린다)에 그 공연 보러 간다고 할 적 그때 난 공연 보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매일 수업 준비로 너무 바빴고 시험 보면 지옥의 바다에서 수영을 했지. 당시 두 자녀 매일 학교에 픽업하고 살림하는 시간 제외하고 오로지 책에 파묻혀 지내던 날들. 단 한 명의 친구도 만나지 않고 고독의 바다에서 춤을 추었지. 그 젊은 강사는 아일랜드에서 이민 온 가정에서 자랐고 뉴욕에서 어린 시절부터 교육받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이탈리아 남자랑 결혼해 자녀가 없는 상황이라 롱아일랜드에 거주함에도 매주 맨해튼과 브루클린에 가서 공연을 본다고 했다. 세월이 강물처럼 흘러 흘러 공부를 마치고 뉴욕시로 이사를 오니 맨해튼 문화 행사에 노출하게 되고 마음에 드는 축제와 이벤트 찾기 놀이를 하지. 

열정 없으면 불가능한 일인지 몰라. 좋은 스케줄 만들기 위해 매일 피를 말리는 싸움을 한다. 누가 내 마음을 알겠어.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스스로 찾아야지. 어디서 무슨 이벤트 열리는지 찾으면 환희를 느끼지. 하루에 단 하나 이벤트를 보는 게 아니라 많은 시간을 들여 찾는다. 또한 맨해튼에 살지 않아 하루 왕복 교통 시간도 엄청 많이 들고 열정이 없다면 맨해튼 문화생활은 불가능에 가깝다. 호텔에 살지 않고 레스토랑에서 매일 식사하는 것도 아니니 매일 식사 준비도 하고 그 외 할 일도 얼마나 많아.

어제는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어. 브런치를 먹고 예정대로 첼시 갤러리에 갈지 망설이다 비가 억수로 쏟아져 마음이 변해 지하철을 타고 가며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 뮤지엄 마일에 있는 메트 뮤지엄에 가기로 결정했는데 아주 세게 내리던 비가 그칠 거 같아 보여 7호선 종점역에 내렸다. 그 순간 거센 비가 쏟아져 사람들은 지하철역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이미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마음먹고 첼시에 가려고 했는데 왜 하늘은 내 마음을 몰랐을까. 거센 비속을 걸었다. 작은 우산을 썼지만 필요 없었다. 금방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 아주 커다란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었으면 좀 더 나았을지. 

첼시 갤러리는 7호선 종점역에서 약간 떨어져 있고 약 300여 개가 넘는 갤러리가 밀집되어 있는 곳. 그림을 파는 상업적인 갤러리라 언제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지만 일요일과 월요일은 문을 닫는 곳이 많고 세계적인 아트 딜러가 운영하는 갤러리도 있고 실험적인 작품도 볼 수 있고 명성 높은 작가 작품 전시도 볼 수 있어서 좋다. 뮤지엄과 달리 갤러리 전시회를 보려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비를 맞으며 우산을 접고 펴고 반복하면서 몇몇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보았다. 
























아, 그랬구나. 폭우 속에 첼시 갤러리에 갔는데 내 마음을 흔드는 전시회가 있었다. 일본 작가의 전시회. 첼시 아고라 갤러리에서 열리고 다른 전시회와 달리 전시 기간이 아주 짧았고 어제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어쩌면 나랑 인연이 없었을 거 같았다. 내가 사랑하는 노을과 바다 빛을 담은 작품을 보며 감동이 밀려왔다. 일본 후지산 담은 그림도 보며 후지산에 여행 간 추억도 떠올리고. 일본 작가가 담은 노을에 행복의 나라에서 산책을 했어. 너무너무 기뻤다. 비 맞고 첼시 갤러리에 간 보람이 있었다.












거센 비가 내려 잠시 스타벅스 카페에 가서 핫 커피 주문해 마시며 휴식을 했다. 홈리스도 젊은 뉴요커들도 어린 꼬마도 휴식을 하고 랩톱으로 작업을 하는 뉴요커도 보고. 비에 젖은 옷이 조금 마르자 카페를 나와 다시 갤러리에 갔다. 











Frank Bowling

Make It New

September 6 – October 13, 2018 

Alexander Grey Associates




가을비 오는 날 누가 갤러리에 갈까 했지만 방문자가 아주 없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중년 부부로 짐작되는 커플은 그림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아마 작품 수집가 아닐지 혼자 생각했다. 밝은 색채가 참 좋았어. 먹구름 하늘에서 가을비 쏟아지는 날이라 뉴욕의 명소 하이 라인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은 많아 보이지 않고 나도 하이 라인에 올라갈 생각도 없었다. 













첼시 페이스 갤러리에서는 한국 화가 이우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서울대 미대에 재학하다 일본에 건너가 철학을 공부했다는 작가. 구겐하임 뮤지엄에서 그의 전시회가 열렸다고 하는데 나랑 인연이 없었는지 놓치고 말았고 어제 처음으로 그의 작품을 보았다. 내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 미술 작품에 가깝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거 같다. 작가랑 마주 앉아 차분히 설명을 듣는다면 좀 더 이해가 올 거 같았지. 억수로 비가 쏟아지는 날 포기하지 않고 계획대로 첼시 갤러리에 가서 전시회 보는데 만족했지.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





어제 화요일 5-7시 사이 타임 스퀘어에서 뮤지컬 공연이 열렸고 어제도 잠깐 빨간색 의자에 앉아서 공연을 봤다. 언제나 관광객이 많아 복잡하지만 가끔 특별한 공연도 여니 찾아가곤 하지. 그리 좋은 공연이 열리는데 모른 사람들이 더 많은 듯 보이고. 타임 스퀘어 H&M 숍 근처에서 뮤지컬 공연을 했다. 공연 보고 지하철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지하철은 유령인가. 퇴근 무렵에 탑승하니 빈자리가 안 보여 몇 대를 그냥 보내고 포기하고 로컬 지하철에 탑승했는데 가다 멈추고 다시 움직이고 결국 늦게 집에 도착했다. 


2018. 9. 19 수요일 
브런치 먹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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