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소동
화창한 가을날 토요일 아침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날 거 같은데 거꾸로 소동이 일어나고 정신없이 오전이 흘러가고 말았어. 인터넷 소동으로 기운이 없어 아무것도 하기 싫어 라면 끓여 먹고 쉬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았으나 꾹 참고 미트볼 스파게티 만들어 먹었다. BJ's 마트에서 사 온 아보카도도 사람처럼 제각각. 어떤 아보카도는 맛이 좋고 다른 아보카도는 익지도 않고 맛도 이상하고 같이 사 왔는데 왜 이리 다른 걸까.
황금보다 더 귀중한 시간이 하늘로 날아갔어. 다름 아닌 인터넷 소동. 랩톱을 켰으나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았다. 벽에 붙은 콘센트가 이상한 줄 모르고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비싼 인터넷 사용료를 지불하는데 인터넷 속도는 석기시대 보다 더 느리고 가끔 말썽을 피워 아들이 아주 싫어한다. 몇 시간 후 인터넷이 연결되었다. 브런치 먹고 설거지하니 정오가 지났어.
어제 하늘이 흐리고 상당히 추워 겨울 날씨 같았고 다섯 차례 버스와 지하철을 환승해 브루클린 부시윅(Bushwick)에 갔다. 매년 가을 부시윅 오픈 스튜디오 행사가 열리고 해마다 가야지 하다 그만 다른 행사와 겹쳐 잊고 말았어. 어제는 꼭 가고 싶은 마음에 수차례 지하철을 환승하고 브루클린에 도착하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브루클린 부시윅 보가트 56
L 지하철 타고 Morgan Ave. 역에 내리면 쉽게 Bogart 56 빌딩을 찾을 수 있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맞은편에 보이는 Bogart 56 빌딩에 들어갔다. 오래전 완공된 공장 빌딩을 개조해 아티스트 스튜디오와 갤러리로 사용되고 빌딩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초인종을 눌러야 하나 벽에 적힌 갤러리 번호를 눌러도 답변이 없고 누군가 빌딩 안에서 밖으로 나와서 그제야 빌딩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겉으로 보면 허름한 빌딩 안 갤러리에서 일하는 사람들 복장은 가난한 예술가 냄새는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첼시 갤러리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몇몇 갤러리를 둘러보다 어떤 아티스트랑 이야기를 잠깐 했다. 필라델피아 출신 화가는 1970년대 대학에서 아트 전공을 하고 그 후 뉴욕에 와서 별별 일을 하다 1980년대 후반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고. 뉴욕 파슨스 학교에서 강의도 한다고. 69세의 나이에 비해 젊게 보였고 갤러리 안에서 조용히 뉴욕 타임지를 읽고 있었다. 조용한 시각이 좋아 새벽 2-4시 사이 아트 작업을 한다고.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나 작업 중은 음악 듣지 않고 오로지 작업에만 집중한다고. 아트 행사에 가서 낯선 아티스트와 이야기 나누면 좋다.
부시윅 Luhring Augustine Gallery에 찾아갔다. 첼시에도 갤러리가 있고 새로이 뜨고 있는 부시윅에 오픈. 오래전 부시윅 갤러리 소식을 들었으나 집에서 가깝지 않으니 자꾸 미루다 어제 처음 방문해 낯선 아티스트 전시회를 봤다. 지난번 첼시 Luhring Augustine Gallery에서 봤던 전시회도 아주 좋았다.
브루클린 부시윅도 젠트리피케이션이 되고 있다고 하나 아직 덤보와 소호처럼 멋진 예술촌은 아니다. 맨해튼 렌트비가 비싸 소호에서 첼시, 브루클린 덤보와 윌리엄스버그와 부시윅으로 옮겨가는 추세나 다른 지역과 달리 부시윅은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 거 같은데 부동산 전문가가 보는 시각은 나랑 다를 거 같고.
사실 브루클린 덤보 지역도 너무 갑자기 변해 많이 놀랐어. 불과 몇 년 전 지금처럼 힙스터 느낌이 드는 동네는 아니었는데 렌트비도 너무 비싸고 레스토랑과 바도 많다. 부시윅도 언제 덤보처럼 변할지 모르겠다. 많은 예술가들이 점점 몰려오는 추세라 점점 렌트비가 인상된다고 하고.
브루클린 부시윅 거리에서
부시윅 오픈 스튜디오는 9월 28일-30일 사이 3일 동안 열리는데 어제 보가트 56에 찾아가도 축제에 대한 인쇄물도 없어서 불편했다. 맨해튼 첼시처럼 갤러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플러싱에서 그곳에 가는 게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로 돌아왔다. 부시윅 거리 예술은 명성 높아 뉴욕 도보 관광 코스에 속하나 카페와 피자집 등이 있으나 맨해튼과는 큰 차이가 있다. 부시윅 거리를 걷다 나팔꽃, 코스모스 꽃, 능소화 꽃도 보는 것은 즐거움이었다.
유니언 스퀘어에 도착했는데 낯선 남자가 아프리카 난민들을 위해 도움을 달라고 요청하고 공원에서 열리는 그린 마켓에서 해바라기 꽃과 장미꽃도 보고 잠시 휴식을 하다 첼시에 갔다.
첼시 아트 페어
매년 봄과 가을에 열리는 Affordable Art Fair(9/27-30). Metropolitan Pavilion에서 열리고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시드니, 함부르크, 토론토 등 세계 여라 나라 아티스트 작품과 뉴욕과 브루클린 지역 갤러리도 참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와 텍사스 등약 400명 이상의 아티스트 작품을 판매한다. 가격은 100불부터 10000불 정도이고 작년에는 한국에서 온 작품도 봤는데 올해는 없었다.
크리스티와 달리 작품 가격이 하늘처럼 높지 않아 그림을 사랑하는 분은 마음에 든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아트 페어 설문지를 받아 깨알보다 더 작은 글씨로 적힌 문항에 답변하느라 고생도 했어. 아티스트는 방문객을 웃게 하는 재주도 있나. 사람들이 웃고 있어서 나도 쳐다봤는데 J.F. Kennedy 대통령에 대한 내용이었다. 케네디 대통령이 여자를 아주 사랑해 백악관에서 비밀 정사를 나눈다는 내용이 적힌 액자. 그의 생일날 메릴린 먼로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함께 정사를 나눴다는 내용을 읽고 모두 웃고 있었다. 뉴욕에 와서 오래전 뉴욕 타임지에서 케네디 대통령이 여자 문제가 아주 복잡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도 나고.
내일은 9월의 마지막 날. 믿을 수 없게 시간은 빨리 흘러가고 있다. 아름다운 시월 축제와 이벤트 스케줄도 만들 시각.
며칠 전 뉴욕대에서 메트 오페라 지휘자 이벤트 보느라 플러싱 타운 홀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가지도 않았는데 참석해줘서 감사하다고 이메일이 와서 웃었다. 플러싱에서 열리는 행사에 가려고 한 달 전 미리 예약을 했으나 오페라 지휘자 이벤트가 너무 좋아서 뉴욕대에서 그대로 머물고 말았어. 메트 뮤지엄에서 40-50불 하는 행사 보라고 연락이 오고 그리 비싼 행사 어찌 보겠니. 뉴욕 시립 발레, 메트 오페라, 뉴욕 필하모닉과 카네기 홀 등 가을에 열리는 공연이 얼마나 많은데. 여행사에서는 아프리카 여행 가라고 연락이 오고 8000불 정도라고 하네.
아, 매일 너무너무 많은 공연과 축제가 열리는 뉴욕.
오전 인터넷 소동으로 너무 피곤해.
사람들은 이 아름다운 가을날 무얼 하고 지낼까.
9. 29. 토요일 오후